단발령 때 자의로 머리를 자름

관리자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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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령 때 자의로 머리를 자름



물론 나는 그의 말을 경청하려고 갔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고 또 내 마음 속에 깊이 느껴진 것은 1천9백여 년 전에 죽었다는 사람이 나의 영혼을 구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아니 그래, 저렇게 놀라운 일들을 한다는 사람들이 정말 그런 바보 같은 교리를 믿는단 말인가. 아마 저 사람들은 자기들은 그것을 믿지 않으면서 그저 무지몽매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믿게 하기 위해 왔는가 보다. 그러니까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들만 교회에 가는구나. 위대한 부처를 알고 공자의 지혜를 아는 유식한 학자야 어디 저런 교리를 믿을 수가 있겠나.'


결론을 지은 나의 마음에 편안을 느꼈고 그래서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알려드렸다. 어머니는 나의 손을 붙들고 "아가야, 너는 천주학 꾼이 되는 거지? 그렇지? " 하셨다. (나의 모친은 독자인 나를 얼마나 사랑했던지 내가 19살 날 때까지 '아가'라고 불렀다) "아니야요, 어머니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믿기에는 너무 총명해요, 어디 배운 선비가 그들의 교인이 되는 것을 보신 일이 있으셔요?" 하였더니 어머니는 약간 안도감을 가지시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그 후에 곧 내가 서양문명의 영향 하에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정부에서 1895년 단발령을 내렸을 때 나는 자의로 단발하기로 작정하고 어느 날 아침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처음에 내 말을 믿지 않으셨다. 그러나 우리의 풍습은 선조의 제단에 제사를 드리면서 단발을 하는 것을 고래의 신조에 어긋나는 일이기는 하나 세조의 흐름에 거역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아뢰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다. 그 당시 나는 제중원에서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낡은 진료소에서 에비슨(Dr. Avison)의사가 가위로 나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역주 ㅡ 이때부터 54년 후인 1948년 12월 21일 에비슨 선교사는 우남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그 글을 받은 우남도 감개무량하였으려니와 그 글을 쓴 에비슨씨도 감회에 잠겼으리라. 여기에 에비슨 선교사의 글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