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띠로 고생한 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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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부산 임시수도 시절, 정든 고향을 등지고 피난길에 나선 국민들은 거친 생활고에 시달리며 굶기를 밥 먹듯 했다. 사정은 대통령 내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난지에서 지내는 동안 8월 염천에 폭염이 계속되면서 대통령 내외는 물 부족, 식량 부족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통령 내외는 땀띠로 고생했는데, 고령의 이승만은 땀띠가 심해져 진물까지 흐르는 상황이 됐다.

참다못한 프란체스카 여사가 미8군 사령관 워커 장군에게 땀띠 연고를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부탁을 받은 워커 장군은 땀띠 연고를 비롯히여 다른 상비약과 영양제를 한 박스 보내왔다. 그러나 이승만이 미국에 사사로운 부탁을 일체 못하도록 주변 참모는 물론, 자기 부인에게까지 엄명을 내려놓은 터였다. 당시 정황에 대한 프란체스카 여사의 증언.

‘내가 부엌일을 보러 잠시 들어간 사이에 약상자가 대통령의 눈에 띄고 말았다. 대통령은 나에겐 한마디 의논도 없이 아침 보고를 하러 들어온 신성모 국방장관에게 “일선의 우리 아이들에게 갖다 주라”며 약상자를 맡겨버렸다. 약상자뿐만 아니라 친정에서 보내온 비타민까지 몽땅 합쳐 주어버린 것이다. 내가 부엌에서 나올 때 신 장관이 막 약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는 참이었다. 너무나 안타까워 말도 못한 채 땀띠 연고 하나만 빼놓으라는 사인을 신 장관에게 보냈다. 장관은 알았다는 듯 슬쩍 한 개를 빼돌리려 했다.

그때 뒷머리가 따갑다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대통령이 무서운 눈으로 우리 두 사람을 노려보고 서 있었다. 나는 무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고, 장관도 멀쑥한 표정으로 냉큼 나가버렸다. 평소에도 남에게 무엇을 줄 때는 나에게 물어보는 법이 없는 대통령이었다. 그런 성격에 자신의 땀띠를 치료하겠다고 얻어온 약을 전선에 보내면서 내 의사를 물어볼 분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