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가 대통령과 발바리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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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개를 좋아해 애견과 자주 산책을 했다. 그는 해피와 스마티 등 여러 마리의 애견을 키웠는데, 검은 반점이 있는 발바리 해피를 특히 귀여워했다. 이 발바리는 이승만 대통령이 마포장에서 생활할 때 이기붕이 가져와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경무대에서 4대째 새끼를 낳았다.

해피와 스마티는 이승만이 나들이를 갔다 돌아오면 자동차 소리만 듣고도 쫓아나갔다. 대통령은 늘 식탁에서 남은 음식을 애견들에게 주는 바람에 개들이 잘 따랐다. 개들은 이승만이 일을 시작하면 발끝에 와서 누웠고, 정부 고위층 회담이 열릴 때면 사무실 밖에서 주인을 기다렸으며, 주인이 정원을 산보할 때면 언제나 뒤를 따랐다.

공산군이 남침하여 서울이 위태롭게 되자 이승만은 1950년 6월 27일 새벽 특별열차 편으로 서울을 떠났다. 창졸간에 나선 피난길이라 애견을 챙길 상황이 못 되어 개들은 경무대에 방치됐다. 유엔군의 서울 수복으로 임시수도 부산에서 집무하던 대통령 내외가 서울로 환도하여 경무대로 귀환한 지 사흘 후인 10월 1일, 애견 해피가 기적적으로 살아서 주인 곁으로 돌아왔다. 애견 해피의 귀환 장면을 프란체스카 여사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필동 한국의 집에서 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다시 경무대로 돌아왔다. 멀리서는 아직도 포성이 들려오곤 했지만, 참으로 청명한 가을 날씨는 맑은 햇볕과 공기로 전쟁에 시달린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런데 해피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는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굶어죽었거나 행방불명 된 줄 알았던 대통령의 애견 해피 아닌가. 열어젖힌 현관으로 해피가 달려왔다. 해피는 곧바로 쏜살같이 대통령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은 분명히 해피였다. 바짝 마르고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해피였다. 워낙 갑작스럽던 피난길에 그를 돌보지 못했던 일이 떠올랐다.

약은 이 녀석이 그 험난했던 나날을 어디에 숨어서 무엇을 먹고 지냈을까? 이제 돌아온 주인 옆을 다시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저토록 정답게 반기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진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