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친 해병대원에게 휘호 써 주다

조회수 2621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 기간 중 두 차례나 수도 서울이 적군에게 점령당한 것이 뼈에 사무친 한으로 남아 있었다. 해병대가 용맹한 전투로 곳곳에서 승리하자 이승만은 밴 플리트 미8군 사령관에게 “인천에 상륙하여 수도 서울을 탈환한 자랑스런 한미 해병대를 서부전선으로 이동시켜 서울을 지키게 하시오. 그래야 내가 안심할 수 있습니다” 하고 협조 요청을 했다.
이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중동부 전선을 담당하던 해병대 5000여 명의 병력이 서부전선인 경기도 파주, 장단, 임진강 지역으로 이동했다. 해병대는 서부전선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중공군과 대치하며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1년 4개월을 버텼다.

공정식 대대장은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해병대 하사관들에게 서울로 특별 외박을 내보냈다. 공정식은 “서울로 외박을 가되 술 마시고 행패 부리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오랜 만에 외박을 나온 혈기 방장한 군인들이 종로 3가에서 그만 일을 내고 말았다. 거나하게 취한 해병대원들 앞으로 고급 세단이 지나가자 “이 전시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호의호식하다니…” 하며 달려들어 승용차를 때려 부쉈다. 알고 보니 그 승용차는 프란체스카 여사의 차였다.

경무대와 해병대 본부에 비상이 걸렸다. 김성은 전투단장에게 경무대 호출 명령이 날아왔다. 전투단장이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당시 부단장이었던 공정식이 대신 경무대로 갔다. 경무대에 들어간 공정식은 대통령에게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사죄했다. 이 대통령은 허허 웃더니 “해병대원들 잘 지휘해서 서울이나 잘 지켜” 하고는 ‘일치단결(一致團結)’이라는 친필 휘호를 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