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무대 요리사 양학준 노인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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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을 맺은 사람 중에 경무대 요리사 양학준 노인을 빼놓을 수 없다. 양 노인은 중앙광업소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다가 돈암장 시절부터 이승만의 식사를 담당했다. 나이는 대통령보다 13살 아래였는데 술고래였고 얼굴 생김새나 풍채, 희끗희끗한 머리가 대통령과 비슷했다. 한식을 유별나게 좋아했던 이승만은 양 노인이 해주는 음식을 꽤나 좋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어를 좋아해 북어찜과 북어무침이 경무대의 단골 요리였다. 양 노인은 대통령의 식성에 맞춰 북어대가리나 껍질을 열심히 모았다가 요리를 할 때 사용하곤 했다. 북어대가리에 대한 프란체스카 여사의 회고담이다.

‘6·25 전란이 일어나기 전 이른 봄 어느 날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양 노인이 경무대 주방에서 국 끓이는 냄새가 나자 대통령이 잠옷 바람으로 나가 한참을 기다려도 돌아오는 기척이 없었다. 그래서 방문을 열고 나갔더니 주방에서 대통령과 양 노인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대통령이 새벽의 찬 기운에 감기라도 들까봐 잠옷 위에 걸치는 가운을 들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북어대가리를 듬뿍 집어넣고 파와 풋고추를 썰어 넣고 끓인 국 냄비를 가운데 놓고 대통령과 양 노인이 대접 가득히 담은 국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대통령의 표정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부인을 여의고 혼자 사는 양 노인은 술을 대단히 좋아했다. 전날 밤에도 술을 마시고 아침 일찍 와서 자신이 먹으려고 끓인 해장국을 대통령에게 나누어 드린 것이다.

대통령이 나에게 생선은 머리 부분이 제일 맛있고, 소는 꼬리부분이 맛이 좋다고 알려준 적이 있었다. 그토록 대통령이 즐겨하는 북어머리 탕에는 비타민 D와 칼슘이 풍부하여 몸에 좋을 것 같았다. 그 후 나는 양 노인이 넣은 재료 외에도 당근과 양배추와 고기를 더 넣어서 영양가가 훨씬 많은 국물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권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양 노인이 하는 식으로 끓여달라는 것이었다. 역시 한국음식 맛을 내는 데는 내가 양 노인을 능가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