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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매매하는 혼인 풍속-제국신문(1901. 3. 25)

관리자
2017-11-07
조회수 1577

자식을 매매하는 혼인 풍속

 

 

제국신문 1901. 3. 25

 

 

전에도 여러 번 설명한 바거니와 우리나라에 폐단되는 일이 하도 허다해서 이루다 들어 말할 수 없으되 그 중 제일 시급히 고칠 일 하나가 있으니 곧 혼인하는 법이라. 대개 혼인이라 하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것이거늘 남남끼리 서로 만나 한 번 부부자리를 정하매 평생을 해로할 적에 서로 도와주고 경계하여 가도를 아무쪽록 창성케 하려는즉, 처음 혼인할 때 어찌 남녀 간에 그 덕행과 재질을 자세히 헤아리지 못하고 다만 매자(媒子)의 부허(浮虛 : 근거가 없고 허황함)한 말만 믿어 경선히 혼인지예를 행하리오.

 

공자 가라사대 '군자의 도는 부부에 끝을 짓는다' 하셨으니, 옛적의 성인은 이같이 훈계하셨으니 후생들이 그 근본을 잊어버리고 부부가 서로 화순치 못하여 여러 가지 악습이 무소부지하다가 가사가 패망하는 지경에 이르는 이가 종종 있으니 이것은 다 혼인하기를 경홀(輕忽 : 경박하고 소흘함)히 하는 연고라. 그런즉 부부라 하는 것은 연분의 비롯함일 뿐 아니라, 가도의 흥망이 또한 이에 있는 고로 송나라의 사마온공이 말씀하되, 누구든지 혼인을 의논할 때에 마땅히 먼저 신랑과 신부의 품행이며 그 가법의 어떠한 것을 살필 것이요, 구차히 그 집의 부귀한 것을 사모할 것은 아니니 신랑이 진실로 어질면 지금은 비록 빈천하나 어찌 능히 다른 날에 부귀하며, 만약 어질지 못하면 비록 지금은 부귀하나 필경엔 빈천하지 않으리오. 하물며 신부는 집안 성쇠와 관계가 깊은 바라 한때 부귀를 욕심내어 현절하지 못한 여자에게 장가들면 그 아내된 이가 자기 친정의 부귀한 형세를 믿고 남편과 시부모를 경멸히 대접할 것이니 설혹 처가의 재물을 인연하여 부자가 되고 처가의 형세를 의배하여 귀인이 될지라도 만일 대장부의 기안이 있는 자는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랴 하였으니 이 말씀은 지극히 지당하여 가히 후세 사람에게 거울이 될 만하도다.

 

옛사람의 혼인하는 법을 상고하여 보건대 나이 이십이 되면 성관하여 삼십에 아내가 있다 하였거늘 근일에는 누구든지 자녀 간에 십여세만 되면 의례히 혼인함으로 예법을 삼을 뿐 아니라 그 부모된 이가 자기 마음대로 혼처를 광구하되 먼저 분별의 고하와 가세의 빈부를 답지한 후에 규수의 얼굴이 아름답고 추한 것만 물었지 그 재덕과 언행의 어떠한 것은 당초에 의논치 아니하니 남녀 간의 빈부와 궁단이 다 그 사람의 학문과 덕행에 있는 것이지 어찌 모양과 문벌에 있으리오.

 

옛적에 제나라 정승 안영이라 하는 사람이 출입할 때에 그 하인 하나가 저의 주인을 모시고 의기가 양양하여 손에 일산(日傘)을 들고 말을 채찍질하여 나가거늘 그 하인의 아내가 문틈으로 엿보고 심히 부족히 여겨 그 하인이 돌아온 후에 서로 이별하기를 청하거늘 그 하인이 놀래어 연고를 물으니 여인이 탄식하며 대답하되 '안자는 일국의 정승으로 부귀가 당시의 으뜸이며, 명예가 이웃나라에 진동하건만 그 모양을 보면 항상 겸손한 마음이 있거늘 그대는 남의 하인이 되어 스스로 흡족히 여기는 태도가 있으니 나는 이같이 비루한 장부의 아내 되기를 원하지 않노라' 한즉 그 하인이 심히 부끄러워하여 그 후부터는 안자를 모시고 다닐 때에 그 전 모양과 같지 아니하매 안자 괴이히 여겨 까닭을 물으니 하인이 실상으로 고하니 안자 크게 탄복하고 이에 그 하인을 정부에 천거하여 대부 벼슬을 시켰다 하니, 이로 좇아 볼진대 남녀 간에 비록 빈천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탁월한 식견이 있으면 필경에 곤궁함을 면할 뿐더러 문호를 빛나게 하는 것이 다 남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또한 여인에게도 있나니 서로 혼인하기를 어찌 삼가할 바 아니리오.

 

그런즉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대한 동포들도 별안간 서양 사람과 같이 남녀가 오래 상종하여 학문과 지식을 파차에 자세히 안 연후에 저희 임의대로 부부의 약조를 정하라는 것은 아니나 설혹 부모가 주장할지라도 첫째는 일찍 혼인을 아니할 것이요, 둘째는 문벌의 고하와 가세의 빈비를 보지 아니할 것이요, 셋째는 신랑과 신부의 재덕을 자세히 탐지하여 작정하는 것이 가할 터이거늘 비단 문벌과 얼굴을 취할 뿐 아니라 돈을 가지고 매매하는 폐단이 무수한 중에 서북도에서는 딸이나 누이 팔기를 짐승같이 하여 가령 여섯 살에 칠십 냥, 일곱 살에 팔십 냥하다가 십여세만 넘으면 수백 냥씩이 가는데 그 며느리나 그 아내될 이를 돈주고 사다가 장가들기 전에는 부엌에서 누룽지만 먹게 한다 하니, 그런 야만의 풍속이 어디 있으리오. 문명국 사람들은 종 매매도 시비하거늘 하물며 자식을 매매하는 것이야 일러 무엇라히오. 그런즉 불가불 급선무는 그런 폐단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