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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인생에도 화초와 송백 같은 사람-제국신문(1901. 3. 20)

관리자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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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인생에도 화초와 송백 같은 사람

 

 

제국신문 1901. 3. 20

 

송나라 범로공이 그 조카를 경계하는 글에 가로되 '붉고 붉은 동산 가운데에 있는 꽃은 일찍이 피었다가 즉시 마르고, 더디고 더딘 시냇물가에 소나무는 울울히 늦게 프르른다' 하였고, 사기에 또 가로되 '아침 빛난 풀 저녁 때 떨어지고 해가 비친 연후에 송백나무가 뒤에 마르는 것은 안다' 하였으니, 예로부터 도학에 배부른 군자로 하여금 세상 물체를 보게 되면 창히 바다와 뽕나무밭이 잠깐 동안에 반역하는 것이요, 하루살이 같은 천지 간에 초로 같은 인생들이 몽중같이 살거니와 그 중에 화초 간은 자와 송백 같은 자가 있어 평생 사업이 허화(실속없이 겉으로만 화려함) 세계에 노닐다가 쓸데없이 죽은 이도 있고, 꽃다운 이름이 일세에 진동하고 천세에 유전하여 썩지 아니하는 자도 있는지라, 어찌 풀과 나무의 등분이 없으리오.

 

서양사람 말이 가로되 봄바람, 여름비에 박덤풀 하나 무성하매 밭두럭에 있는 대추나무로 올라가며 휘휘 칭칭 감아놓고 상상진 가지 위에 올라서며 대추나무더러 물어 가로되 '네 나이 몇 살이뇨?' 대추나무가 대답하되 '나는 세상에 나온 지가 수십 년이 되었거니와, 너는 몇 살이나 되었는고?' 박덤풀이 웃으며 가로되 '나는 세상에 나온 지 몇 달이 못 되어도 이렇게 자랐거늘 너는 수십년 자란키가 나보다 작으니 참 불쌍한 나무라. 가히 난쟁이라고 부를 만하도다.' 대추나무가 노여워하여 꾸짖어 가로되 ' 이제 네 말을 들은즉 붉은 가지 박덤풀이란 난 지 몇 달 되지 못한 것이 수십 년 된 어른을 업신여기도다. 해마다 너 같은 무리가 나를 괴롭게하여 나의 머리 끝까지 기어 올라오나, 구시월 찬바람에 독한 서리가 한 번 오면 너희 무리가 일시에 말라죽으니 참 불쌍한 덤풀이라. 가히 하루살이라 부를 만하도다. 나는 건강한 성질이라 엄동에도 얼어죽지 아니하고 오직 자라기를 위하여 잎사귀는 일 년에 한 번씩 떨어졌다가 다시 나노라' 하였다 하니 박덕풀과 대추나무를 이 세상의 소인과 군자로 비유하여 말씀한 것이라.

 

동양 율시에 가로되 '선한 이는 푸른 소나무 같고 악한 이는 꽃과 같으니 청송이 냉담하여 꽃만 같지 못하도다. 하루아침에 서리가 있어 이르고 보면 다만 청송만 보고 꽃은 보지 못하노라' 하였으니 소인의 사귐은 백청같이 달고 꽃같이 보기 좋으니 조그마한 이익 때문에 싸우고 보면 인정과 친분이 꽃같이 잠깐 떨어질 것이요,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고 소나무 같으나 은근한 신의가 시종이 여일하여 사소한 이익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동요할 수 없으니 해가 차고 상설이 내린 후에 송백의 굳은 절개를 가히 볼지라, 우리가 어찌 본답을 바 아니리오, 우리 해내에 있는 동포들은 화초의 잠깐 없어짐을 본받지 말고 울울창창한 소나무의 절개를 본받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