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형법과 민법과 법관-제국신문(1901. 3. 13)

관리자
2017-11-07
조회수 1627

형법과 민법과 법관

 

 

제국신문 1901. 3. 13

 

동서양은 물론하고 이 세상의 문명한 나라들은 각각 일정한 법률이 있고, 그 법률 중에 두 가지 부분이 있으니, 가로되 형법과 민법이라. 그 법들을 쓸 때 재판관이 귀천상하를 불계하고 오직 적당한 율을 행하니, 어찌 청촉과 사정을 일호반점인들 그 중에 섞어 쓰리오. 그러나 재판할 때 있는 죄를 없다 하며 항복하지 않은 자가 있어도 재판관이 모든 악형으로 죄인을 심문하여 억지로 항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반복 질문하다가 증거를 얻은 후에 그 일을 공평히 처결하나니, 재판관은 불가불 법률에 밝으며, 총명 특달하고 언변과 재능이 있어야 능히 그 소임을 감당할지라.

 

몇 해 전에 아프리카 이집트란 나라에 큰 비단장수 하나가 비단을 각처로 보내어 매매하는데, 비단 몇백 통을 낙타 몰이꾼에게 실려 수백 리 되는 성으로 보내고 비단 임자는 다른 일을 보고자 하여 동행치 못하였더니, 낙타 몰이꾼이 중로에서 병이 들어 여러날 지체하다가 병이 나았으나 비단 임자가 벌써 지나갔을 줄 알고 또 며칠을 주막에서 유하다가 그 성으로 들어가 제 마음대로 비단을 방매하여 먹었는데, 뜻밖에도 길가에서 비단 임자를 만난지라. 임자 가로되 '낙타에 실어 보낸 나의 비단은 어찌 하였느뇨?' 낙타 몰이꾼이 발연 변색하여 가로되 '너는 어떠한 사람이뇨? 내가 너를 알지 못하며 평생에 초견이거늘 무슨 말을 내게 묻느뇨? 낙타 몰이꾼도 아니요, 비단을 싣고 오지도 아니하였노나.' 그 장사가 낙타 몰이꾼을 끌고 그 성에 있는 재판소로 가서 원굴(까닭없는 죄를 뒤집어 써서 억울하고 원망스러움)함을 호소하니, 그 재판관이 양측의 말을 다 자세히 듣고 묻되 시비를 분석할 수 없는 것이, 한 사람의 말은 비단을 낙타에게 실었으나 저놈이 도적하여 팔아 먹고 모르는 체한다 하고, 한 사람의 말은 내가 애초에 저 장사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며 낙타 몰이꾼도 아니거늘 뜻밖의 횡침한다 함이라. 재판관이 몸을 돌이켜 비단장수를 보며 묻되 '네가 무슨 중거를 가졌으며 함께 온 증인이 있느뇨?' 비단장수가 대답하되 '동행한 사람은 없거니와 이 사람이 중로에서 오래 지체한 증거는 있나이다.' 재판관이 몸을 돌이켜 탄식하여 가로되 '참 불쌍하고 가련한 인생이로다.' 재판마당에서 두 사람을 다 물러가라 하고 방문을 닫고 묵묵히 말이 없으니, 그 사람이 또한 재판할 수 없는 줄 알고 함께 무심히 물러가거늘 재판관이 별안간 방문을 왈칵 열고 크게 소리질러 부르되, '낙타 몰이꾼아!' 하니 낙타 몰이꾼도 아니요, 장사를 모른다는 사람이 얼른 머리를 돌려 대답하거늘 그제야 재판관이 두 사람을 다시 불러 놓고 낙타 몰이꾼에게 비단의 값을 찾아 본 임자에게 줄새, 그 돈을 다 갚도록 낙타 몰이꾼을 가두었다 하였으니, 이런 일은 재판관의 수단과 재능에 달린 것이요, 법률 책에 있지 않은지라.

 

이런 일로 보건대 나라의 법률이 실시가 되어야 백성이 원망이 없으며 도적이 죄 짓기를 두려워할 것이며 법률이 공정하여 도적이 적고 보면 백성들이 부지중에 태평안락하리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리오. 법률자루를 잡은 관원들이 참 힘써야 할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