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지혜와 이리의 신세
제국신문 1901. 3. 12
서양사람 옛말에 가로되 이치에 합당하지 못한 일로 친구를 권면하는 이는 '당나귀의 지혜'라 하고 남을 참소하다가 도리어 앙화를 받는 자는 '이리의 신세'라 하나니, 이 두 가지 비유는 비록 초동목수의 상말인 듯하나 가장 적절하기로 대강 기록하여 우리 신문을 보시는 형제의 안목을 한 번 더 새롭게 하노라.
당나귀 지혜란 말은, 옛적의 어떠한 사람이 당나귀에게 소금을 싣고 가다 냇물을 만난지라. 물이 조금 깊었으나 족히 건너갈 만해서 소금섬을 실은 채로 당나귀를 몰았으나 물이 깊어 소금섬이 잠기거늘 당나귀가 힘을 다하여 물을 간신히 건너갔더니 뜻밖의 무겁던 짐이 점점 가벼워지거늘 나귀가 마음속으로 대단히 기뻐하여 그 이치를 곰곰히 생각한즉 등에 실은 짐이 물에 잠긴 연고라. 의기가 양양하여 빈 몸같이 가더니 평일에 좋아하는 친구 하나를 만났는데 그 이름은 노새라. 무거운 짐을 싣고 구슬땀을 흘리며 오거늘, 나귀가 반가이 인사한 후에 노새에게 이르되 '그대의 짐이 매우 무거운 모양이니 내 말대로 여차여차하게 되면 무겁던 짐이 반드시 가벼워지리라' 하니, 그 노새가 그 친구의 말을 듣고 가다가 과연 그 냇물을 만나매 사람의 말을 들을 것 없이 바로 물로 들어가 건너 갔으나 노새는 나귀보다 키가 커서 몸이 물에 잠기지 않거늘 노새가 계교를 내어 물 가운데 잠깐 엎드리니 짐이 모조리 물에 잠긴지라. 즉시 일어나려 하나 짐이 점점 더 무거워져 등대뼈가 부러지려는 듯한지라. 나귀의 말을 믿다가 크게 낭패를 당한 노새는 이를 갈며 한탄하였다 하였으니 그 나귀의 짐은 소금인 고로 물에 녹은 까닭으로 짐이 가벼워진 것이니와 그 노새의 짐은 털인 고로 물을 먹으매 더욱 무거워짐이라. 그 나귀의 근본 마음은 친구를 도와주고자 하였지마는 물건의 이치도 모르는 고로 도리어 노새에게 해가 되게 하였으니 사람도 그와 같이 사리의 합당함을 모르고 자기의 소견대로만 친구를 권면하고 보면 그 말을 믿는 친구가 이익은 고사하고 도리어 해를 당하는 법이라.
이리의 신세라 함은, 사자란 짐승은 소리가 웅장하고 모양이 영특하며 기력이 결륜하여 일백 짐승 중에 왕이 되는지라. 하루는 사자왕이 병이 들었거늘 이리, 양, 노루, 사슴, 토끼 등 허다한 짐승들이 모두 구름같이 모여서 사자왕께 문후했으나 오직 여우가 오지 않으니, 이리가 사자께 여쭙되 '이제 산중에 있는 문무 백관들이 모두 대왕께 나아가 환후가 평복되시기를 바라며 날로 문안하거늘, 요망한 여우란 놈은 교만하고 간사하여 대왕께 한번도 문후함이 없사오니 대왕은 급히 여우를 잡아다가 무례한 악습을 징치하소서. 무도한 놈을 그냥 두고 보시면 일후에 다른 짐승이 본받을까 하나이다' 사자왕이 이리의 말을 둗고 크게 노여워하여 좌우의 신하들에게 급히 여우를 잡아오라 하더라. 마침 그 때 여우가 문안차로 오다가 이리의 참소하는 소문을 들은지라. 공손히 나아가 사자왕께 문안하더니 사자가 노여워하여 가로되 '산중에 있는 모든 백성이 다 내 관할인고로 온갖 신하들이 일제히 나아와 나의 병세를 묻거늘 너는 평생 늙은이를 자처하고 교만이 득실하여 이제야 나오니 죄악이 심한지라 마땅히 죽음을 면치 못함이로다' 여우가 대답하되, '신이 대왕의 환후계심을 듣고 즉시에 오고자 하였으나 그저 빈손으로 오는 것보다 약을 구하여 가지고 오는 것이 좋기로 청산녹수에 두루다니며 약을 구하다가 지금에야 왔으니 만만 황송하나이다.' 사자가 그 말을 듣고 도리어 기뻐하여 묻되 '무슨 약이 좋은고?' 여우가 여쭙되 '유명한 의원의 말이, 이리를 잡아 그 가죽을 자시면 대왕의 병환이 즉차하리라 하더이다' 사자가 병 낫기를 위하여 여우를 참소하던 이리를 죽였다 하였으니, 이것은 남을 해하고자 하는 자는 도리어 제몸에 앙화가 된다 함이라. 사람 중에 이리의 신세와 같은 자 있을진대.
당나귀 지혜와 이리의 신세
제국신문 1901. 3. 12
서양사람 옛말에 가로되 이치에 합당하지 못한 일로 친구를 권면하는 이는 '당나귀의 지혜'라 하고 남을 참소하다가 도리어 앙화를 받는 자는 '이리의 신세'라 하나니, 이 두 가지 비유는 비록 초동목수의 상말인 듯하나 가장 적절하기로 대강 기록하여 우리 신문을 보시는 형제의 안목을 한 번 더 새롭게 하노라.
당나귀 지혜란 말은, 옛적의 어떠한 사람이 당나귀에게 소금을 싣고 가다 냇물을 만난지라. 물이 조금 깊었으나 족히 건너갈 만해서 소금섬을 실은 채로 당나귀를 몰았으나 물이 깊어 소금섬이 잠기거늘 당나귀가 힘을 다하여 물을 간신히 건너갔더니 뜻밖의 무겁던 짐이 점점 가벼워지거늘 나귀가 마음속으로 대단히 기뻐하여 그 이치를 곰곰히 생각한즉 등에 실은 짐이 물에 잠긴 연고라. 의기가 양양하여 빈 몸같이 가더니 평일에 좋아하는 친구 하나를 만났는데 그 이름은 노새라. 무거운 짐을 싣고 구슬땀을 흘리며 오거늘, 나귀가 반가이 인사한 후에 노새에게 이르되 '그대의 짐이 매우 무거운 모양이니 내 말대로 여차여차하게 되면 무겁던 짐이 반드시 가벼워지리라' 하니, 그 노새가 그 친구의 말을 듣고 가다가 과연 그 냇물을 만나매 사람의 말을 들을 것 없이 바로 물로 들어가 건너 갔으나 노새는 나귀보다 키가 커서 몸이 물에 잠기지 않거늘 노새가 계교를 내어 물 가운데 잠깐 엎드리니 짐이 모조리 물에 잠긴지라. 즉시 일어나려 하나 짐이 점점 더 무거워져 등대뼈가 부러지려는 듯한지라. 나귀의 말을 믿다가 크게 낭패를 당한 노새는 이를 갈며 한탄하였다 하였으니 그 나귀의 짐은 소금인 고로 물에 녹은 까닭으로 짐이 가벼워진 것이니와 그 노새의 짐은 털인 고로 물을 먹으매 더욱 무거워짐이라. 그 나귀의 근본 마음은 친구를 도와주고자 하였지마는 물건의 이치도 모르는 고로 도리어 노새에게 해가 되게 하였으니 사람도 그와 같이 사리의 합당함을 모르고 자기의 소견대로만 친구를 권면하고 보면 그 말을 믿는 친구가 이익은 고사하고 도리어 해를 당하는 법이라.
이리의 신세라 함은, 사자란 짐승은 소리가 웅장하고 모양이 영특하며 기력이 결륜하여 일백 짐승 중에 왕이 되는지라. 하루는 사자왕이 병이 들었거늘 이리, 양, 노루, 사슴, 토끼 등 허다한 짐승들이 모두 구름같이 모여서 사자왕께 문후했으나 오직 여우가 오지 않으니, 이리가 사자께 여쭙되 '이제 산중에 있는 문무 백관들이 모두 대왕께 나아가 환후가 평복되시기를 바라며 날로 문안하거늘, 요망한 여우란 놈은 교만하고 간사하여 대왕께 한번도 문후함이 없사오니 대왕은 급히 여우를 잡아다가 무례한 악습을 징치하소서. 무도한 놈을 그냥 두고 보시면 일후에 다른 짐승이 본받을까 하나이다' 사자왕이 이리의 말을 둗고 크게 노여워하여 좌우의 신하들에게 급히 여우를 잡아오라 하더라. 마침 그 때 여우가 문안차로 오다가 이리의 참소하는 소문을 들은지라. 공손히 나아가 사자왕께 문안하더니 사자가 노여워하여 가로되 '산중에 있는 모든 백성이 다 내 관할인고로 온갖 신하들이 일제히 나아와 나의 병세를 묻거늘 너는 평생 늙은이를 자처하고 교만이 득실하여 이제야 나오니 죄악이 심한지라 마땅히 죽음을 면치 못함이로다' 여우가 대답하되, '신이 대왕의 환후계심을 듣고 즉시에 오고자 하였으나 그저 빈손으로 오는 것보다 약을 구하여 가지고 오는 것이 좋기로 청산녹수에 두루다니며 약을 구하다가 지금에야 왔으니 만만 황송하나이다.' 사자가 그 말을 듣고 도리어 기뻐하여 묻되 '무슨 약이 좋은고?' 여우가 여쭙되 '유명한 의원의 말이, 이리를 잡아 그 가죽을 자시면 대왕의 병환이 즉차하리라 하더이다' 사자가 병 낫기를 위하여 여우를 참소하던 이리를 죽였다 하였으니, 이것은 남을 해하고자 하는 자는 도리어 제몸에 앙화가 된다 함이라. 사람 중에 이리의 신세와 같은 자 있을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