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나라 진보는 인재 택용擇用에서(2)-제국신문(1901. 3. 8)

관리자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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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진보는 인재 택용擇用에서(2)

 

 

제국신문 1901. 3. 8

 

 

 

그 동관이 총독부 앞에서 오래 방황하는 것은 중대장이 총독에게 말씀드려 수유 얻어 주기를 고대함이니 아까 부탁한 말은 다 부운유수(浮雲流水: 뜬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부질없이 되었다)가 되고 도리어 무슨 연고로 이곳에 서 있는 것을 물으니 비록 답답한 마음은 억제키 어려우나 참고 다시 말하는데, '그대가 이 사람을 희롱코자 하는지 알 수 없으나 나의 사정이 시급한 것이 친환이 위중하여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불가불 총독대감께 수유를 얻어야 하겠기로 금방 들어가실 때에 앙첩하였더니 몇 시간을 아무 소식이 없다. 이제 와서 홀연히 다른 말씀으로 나를 괴롭게 하니 이것이 동료의 정분이오?' 하는데 그 장관이 손뼉을 치며 사과하며 '옳지! 옳지! 내가 과연 잊었으니 허물 마시오. 지금 다시 들어가서 말씀하리이다' 하고 즉시 발을 돌이켜 급한 사무가 있는 모양으로 총독께 다시 뵈옵기를 청하더라.

 

총독이 과연 괴이히 여겨 물어 가로되 '아까 하직하고 물러가더니 어찌하여 다시 들어왔느뇨? 급한 일이 있거든 속히 말하라' 그 장관이 총독 앞에 이르러서는 또한 할 말을 잊으니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여 중창간에 하는 말이 '지금 들은즉 노대감이 일전에 세상을 버리신 고로 하인이 급히 와서 구전으로 말씀하더니다' 하니 총독이 자기 부친이 기세함을 들으니 어찌 망극하지 않으리오. 곧 방성대곡하니 일부중이 진동하는지라. 내동헌에서 총독의 부인이 자기 남편의 우는 소리를 듣고 급히 나와 그 연고를 물으니 총독이 그 동안에 다 잊어버린지라. 대답할 말이 없어 도리어 꾸짖어 가로되, '장부가 웃든지 울든지 부인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뇨?' 그 부인이 정색하고 말씀하되 '부부는 연분의 으뜸이라. 남의 아내가 되어 장부의 통곡하심을 어찌 알고자 아니하리오?' 총독이 역시 무안하여 그 중대장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 '아까 내가 무슨 말을 들었기에 이같이 통곡하였는고?' 중대장이 주저하다 겨우 대답하는데 '하관도 또한 대감의 우는 곡조를 알지 못하나이다.' 하니 중대장이 데리고 갔던 하인 하나가 마침 옆에 섰다가 여쭙되, '지금 본즉 총독대감의 부친이 상사 나심을 들으시고 이같이 통곡하시나이다' 하니 총독부인이 그 말을 들은 후에 한 번 웃고 깊이 탄식하여 가로되, '세상에 정신없는 자가 더러 있지마는 대감 같으신 이는 처음 보겠소, 내가 십팔세에 시집와서 일 년 후에 선대감께서 작고 하셨으니 지금 사십여 년이 되었거늘 어찌 이처럼 생각하지 못하나이까?' 하니 총독이 그제야 깨닫고 자탄불이하며 중대장더러 일러 가로되 '우리들의 정신이 이같이 혼탁한데 어찌 능히 나라의 중대한 직임을 감당하리오' 하고 다 사직하고 시골로 돌아갔다 하였는지라.

 

육대주중에 어느 나라 관이던지 만약 충직한 절개는 조금도 없고 다만 사사 욕심만 가득하여 인도국 총독이 자기 부친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잊어버림과 같이 자기 나라가 흥하든지 망하든지 도무지 생각하지 않고 백성을 탐학(貪虐: 탐욕이 많고 포학함)하여 낭착(囊着: 주머니)을 채우고자 하는 이는 다 사직함이 마땅할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