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진보되는 것은 온전히 인재를 택용하는 데 있거늘, 이 세계에 열리지 못한 나라들은 정부에서 사람을 천거하는 때에 그 재능과 지식을 헤아려 공변되게 하지 않고 다만 사정으로 자기에게 친근한 이면 지혜스럽고 어리석고 어진 것을 무론하고 그저 그 길로 무슨 벼슬을 시킬 뿐만 아니라, 그 중에 문벌을 보아 만약 공경대부(公卿大夫: 벼슬이 높은 사람들)의 자손이면 일컫기를 세록지신(世祿之臣:: 대대로 국록을 받는 신하)이라 하여 비록 준준 무식하고 한 가지 재주와 한 가지 재능이 없을지라도 아무 명현의 후손이요, 아무 대신의 자질인즉 백두로 늙는 것이 심히 억울하다 하여 불차탁용(不次擢用: 관계의 차례를 밟지 않고 벼슬에 올려서 씀)으로 중대한 직임을 맡기니 그 사람이 만약 직임을 감당치 못하면 그 해는 다 백성에게로 돌아가고 백성에게 해로울지니 날 또한 태평하기 어려운즉 나라의 성쇠가 어찌 인재를 택용하는 데 있지 않다 하리오.
우연히 일전에 서책을 상고하다가 인도국 옛적 사기를 대강 열람한즉 어떤 사람 하나가 인도국의 제일 높은 양반으로 인도국 남방의 일곱나라 총독을 하는데 병권을 관할하여 위세가 가히 각 지방에 진동하던 바나 그 총독이 아무 재능이 없어 휘하에 있는 병졸을 능히 통솔치 못할 뿐더러 또한 정신이 혼탁하여 무슨 말이든지 금방 듣고도 곧 잊어버리니 이른바 건망증이라, 법과 사무가 도무지 두서가 없었는데, 중대장도 또한 총독과 같이 정신이 없으니 이 어찌 동병상련이 아니리오.
어느 날은 중대장이 총독부에 사전할 차로 들어 오는데 자기의 동관이 삼문밖에 섰거늘 그 연고를 물으니 그 동관이 대답하기를 '저희집에서 친환이 위중하다는 기별이 왔은즉 그대가 나를 위하여 총독대감께 좀 고하고 수유를 얻어즈면 어떠하뇨?' 하는데 그 중대장이 개연히 허락하고 즉시 들어가서 총독에게 말을 하는데 '하관이 대감께 고할 말씀이 있삽나이다' 하니 총독이 가로되 '무슨말이뇨?' 이미 그는 동관의 수유 얻어 달라던 말을 잊어버린지라, 아무리 생각해도 할말이 없어 묵묵히 섰거늘 총독이 곧 재촉하되 '어찌하여 무슨 말을 하고자 하다가 도리어 말을 멈추느냐' 하는데 그 장관이 사세 심히 급한지라 어찌할 줄을 몰라 창황급거중에 '봄베이에서 난리가 났나이다' 하니, 총독이 대경 실색하여 모든 장관을 부른 뒤 대대장 이하 수십 명이 등대하여 총독의 분부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또 다 잊어버려서 정신없이 앉았다가 그 중대장을 향하여 가로되 '내가 무슨 까닭으로 여러 장관을 불렀느뇨?' 중대장이 대답하되 '하관도 역시 알 수 없나이다' 하니 총독이 할 수 없이 웃으며 하는 말이 '우리 두 사람의 정신이 같으니 다시 누구를 책망하리오' 하고 다 물리치더라. 중대장이 무사히 퇴하여 나오니 그 동관이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래어 묻는데 '그대는 무슨 연고가 있어 이곳에서 방황하느뇨?'…… [미완]
나라의 진보는 인재 택용擇用에서 (1)
제국신문 1901. 3. 7
나라가 진보되는 것은 온전히 인재를 택용하는 데 있거늘, 이 세계에 열리지 못한 나라들은 정부에서 사람을 천거하는 때에 그 재능과 지식을 헤아려 공변되게 하지 않고 다만 사정으로 자기에게 친근한 이면 지혜스럽고 어리석고 어진 것을 무론하고 그저 그 길로 무슨 벼슬을 시킬 뿐만 아니라, 그 중에 문벌을 보아 만약 공경대부(公卿大夫: 벼슬이 높은 사람들)의 자손이면 일컫기를 세록지신(世祿之臣:: 대대로 국록을 받는 신하)이라 하여 비록 준준 무식하고 한 가지 재주와 한 가지 재능이 없을지라도 아무 명현의 후손이요, 아무 대신의 자질인즉 백두로 늙는 것이 심히 억울하다 하여 불차탁용(不次擢用: 관계의 차례를 밟지 않고 벼슬에 올려서 씀)으로 중대한 직임을 맡기니 그 사람이 만약 직임을 감당치 못하면 그 해는 다 백성에게로 돌아가고 백성에게 해로울지니 날 또한 태평하기 어려운즉 나라의 성쇠가 어찌 인재를 택용하는 데 있지 않다 하리오.
우연히 일전에 서책을 상고하다가 인도국 옛적 사기를 대강 열람한즉 어떤 사람 하나가 인도국의 제일 높은 양반으로 인도국 남방의 일곱나라 총독을 하는데 병권을 관할하여 위세가 가히 각 지방에 진동하던 바나 그 총독이 아무 재능이 없어 휘하에 있는 병졸을 능히 통솔치 못할 뿐더러 또한 정신이 혼탁하여 무슨 말이든지 금방 듣고도 곧 잊어버리니 이른바 건망증이라, 법과 사무가 도무지 두서가 없었는데, 중대장도 또한 총독과 같이 정신이 없으니 이 어찌 동병상련이 아니리오.
어느 날은 중대장이 총독부에 사전할 차로 들어 오는데 자기의 동관이 삼문밖에 섰거늘 그 연고를 물으니 그 동관이 대답하기를 '저희집에서 친환이 위중하다는 기별이 왔은즉 그대가 나를 위하여 총독대감께 좀 고하고 수유를 얻어즈면 어떠하뇨?' 하는데 그 중대장이 개연히 허락하고 즉시 들어가서 총독에게 말을 하는데 '하관이 대감께 고할 말씀이 있삽나이다' 하니 총독이 가로되 '무슨말이뇨?' 이미 그는 동관의 수유 얻어 달라던 말을 잊어버린지라, 아무리 생각해도 할말이 없어 묵묵히 섰거늘 총독이 곧 재촉하되 '어찌하여 무슨 말을 하고자 하다가 도리어 말을 멈추느냐' 하는데 그 장관이 사세 심히 급한지라 어찌할 줄을 몰라 창황급거중에 '봄베이에서 난리가 났나이다' 하니, 총독이 대경 실색하여 모든 장관을 부른 뒤 대대장 이하 수십 명이 등대하여 총독의 분부 내리기를 기다렸으나 또 다 잊어버려서 정신없이 앉았다가 그 중대장을 향하여 가로되 '내가 무슨 까닭으로 여러 장관을 불렀느뇨?' 중대장이 대답하되 '하관도 역시 알 수 없나이다' 하니 총독이 할 수 없이 웃으며 하는 말이 '우리 두 사람의 정신이 같으니 다시 누구를 책망하리오' 하고 다 물리치더라. 중대장이 무사히 퇴하여 나오니 그 동관이 문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래어 묻는데 '그대는 무슨 연고가 있어 이곳에서 방황하느뇨?'…… [미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