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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도둑을 죽이기보다 개과천선시켜야-제국신문(1901. 3. 6)

관리자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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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죽이기보다 개과천선시켜야

 

 

제국신문 1901. 3. 6

 

 

혹 말하기를 도적이 많은 것은 도적을 죽이지 않는 연고라 하나 그렇지 않은 것이 대개 사람이 누가 허물이 없으리오. 그러나 그 허물을 고치면 착한 이가 되는 고로 사람마다 뉘우쳐 고치는 것이 제일 긴요한 것인데, 뉘우치고 고치는 두 가지 일로 말할진대 또한 먼저 하고 나중에 하는 차서가 있으니 무슨 일이든지 잘못한 일을 깨달아 뉘우친 연후에 고치는 것이요, 고친 연후에 뉘우치는 것은 아니니라.

 

그러나 이 세상 사람들을 대강 열람한즉 흔히 자기의 행한 바 일이 그른 줄을 알면서도 짐짓 그르게 행하는 이도 있거니와 만일 그르게 행한 후에는 과연 뉘우치는 마음이 생겨나서 다시는 악한 일을 하지 말자고 하였다가도 얼마 되지 않아서 또 허물을 짓는 이도 있으니 이러한 사람은 다만 뉘우치기만 하였지 고치지는 아니한즉 무슨 유익함이 있으리오.

 

그런즉 뉘우쳐서 고치는 일이 비록 선후의 분별은 있으나 가히 잠시라도 떠나지 못할 것이오 악한 일로 말할지라도 등분이 있으니 그 사람의 본심은 착하건만 어찌하다가 무망한 과실을 짓는 이도 있고 성질이 근본 완악하여 항상 불미한 일을 행하기를 좋아하는 이도 많으나 사람의 성품은 또한 인도하기에 있나니 가령 지극히 착한 이의 덕화가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킨다면 비록 악한 자라도 수기지심이 망동하여 예전 악습을 회개하는지라.

 

그런고로 옛적 한나라 효현황제 시절에 왕은방이라 하는 선비가 있으니 재덕이 겸비하여 젊었을 때부터 꽃다운 명예가 일국에 진동할 뿐 아니라 늘 우매한 자를 잘 교도하여 향리 사람들 중 감복하지 않는 자 없는지라. 왕씨가 사는 근동에 심지가 불량한 사람이 하나 있는데 밤에 가만히 남의 집 소를 도적하여 가거늘 소 임자가 즉시 추종하여 붙잡으니 그 도적이 애걸하여 가로되 '나를 이곳에서 형벌하여 죽이는 것은 오히려 달게 여겨 당하려니와 빌건대 왕은방 씨로 하여금 이 말을 알지 말게 하소서' 하는지라. 왕씨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그 도적에게 보내어 좋은 말로 회유하고 인하여 백목 한 필을 주니 왕씨의 친구가 그 연고를 물으니 왕씨 대답하되 '도둑이 내가 저의 허물을 들을까 두려워하니 이것은 부끄러운 마음이 있음이라. 이미 악한 일을 부끄러워할진대 장차 착한 마음이 날 터인고로 내가 물건을 주어서 개과천선함을 권면하노라' 하였더라. 그 후에 어떤 노인이 길에서 차는 칼을 잃어버렸는데 행인 하나가 마침 그곳에 지나다가 칼을 주워 가지고 주인이 와서 찾기를 기다리는데 날이 저물 무렵 과연 한 노인이 그 근처에서 무슨 물건을 찾는 모양이라. 그 행인이 곡절을 자세히 물은 연후에 장도를 내어주는지라. 노인이 이상히 여겨 그 사실을 왕은방 씨에게 아뢰니 왕씨가 그 행인이 누구인가 알아본즉 전일에 소도둘질을 하던 사람인지라 하였더라.

 

이로 좇아 보건대 무슨 죄업이던지 다만 형벌로 그 육체를 괴롭게 하는 것보다 먼저 교화로 그 마을을 감복케 하면 비록 완악(성질이 거만하고 모짐)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회개천선하는 이가 있을 터이나, 근일 각처에 절발지환(도둑에 대한 근심)이 대단하여 민정이 어지러우나 도적들 중에 누가 회개천선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으니 우리나라에는 왕은방 씨 같은 군자가 하나도 없음을 한탄하는 것이오.

 

근일 절발지환이 대단한 것은 헌법이 경하여 법사에서 도적을 죽이지 못한 연고라 하는 말은 어리석은 자의 좁은 소견이라. 만일 법이 고르지 못하고 교화가 행치 않게 되면 아무리 법률이 혹독하여 날마다 몇백 명씩을 죽이더라도 도적을 징집하는데 효력이 없을 터이라. 법이 혹독하고 교화를 하지 않을 때에는 도적이 벌꼬이듯 하니 그것은 이사조고 같은 자의 학정하던 것이 그것이라. 그런즉 선비는 왕은방 같은 행실을 효측하고 정부 관인은 교화를 힘써 도적의 마음이 생기지도 않게 하고 생기더라도 개과천선하기를 도적하는 자같이 하는 것이 상책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