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천하근본이 농사가 아니라 상업이다
제국신문 1901. 4. 19
옛글에 말하기를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라 하였은즉 이 말이 이전 세월에는 극히 통리한 말이라. 그리하되 그 때는 세계각국이 바다에 막혀 서로 내왕을 통하지 못하고 각기 한 지방만 지키고 있으매 백성들이 다만 그 땅에서 생기는 곡식만 믿고 살았은즉 이대로 말하면 나라에서 유익한 것이 농사보다 더욱 큰 것이 없었거니와 지금으로 말할 지경이면 세계만국이 서로 통상이 되었은즉 나라의 흥망성쇠가 상업흥왕함에 달렸으니 지금은 천하의 큰 근본을 장사라고 할 수밖에 없도다.
대저 농사에서 생기는 이익은 땅에서 나는 것인즉 정한 한정이 있거니와 장사의 이익은 사람이 내는 것이라 한정이 없는 고로 지금 영국으로 말할 지경이면 그 나라의 부강함이 천하 각국 중에 제일인데, 그 토지인즉 불과 조그만 섬이요, 또 기후가 고르지 못하고 땅이 기름지지 못하여 농사에는 힘을 쓰지 아니하고 전국 백성들이 상업에 종사하여 기교한 물퓸을 만들어 남의 나라에 가서 금은으로 바꾸어다가 자기 나라를 부요하게 바꾸어 놓고 있으니 자기 나라에는 곡식이 많지 않을지라도 돈만 가지면 세상의 무슨 물건이라도 못 바꾸리오?
그런고로 부강한 여러 나라들이 각처 개회되지 못한 나라에 틈틈이 찾아 들어가서 긴요한 곳에 항구를 열고 자기 나라 상민을 보내어 살게 하면서 자기 나라 백성을 보호한다 칭탈(稱託 : 핑계를 댐)하고 일변 공영사를 보내며 그 나라 진액을 뽑아내는 고로 나라는 점점 빈핍해질 수밖에 없는지라. 일국의 재물은 곧 그 나라의 혈맥이라 몇 달안에 그 나라의 혈맥을 말릴 권리를 가졌으니 그 나라는 필경은 점점 쇠약하여 정부와 백성이 부지할 수 없을 터이니, 나중에는 싸우지 아니하여도 전국의 권리가 다 그리로 돌아갈 것이니 이같은 이익이 어디 있으리오.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농사의 이익이 어떠할지 장사의 이익이 어떠할지 모르고 앉아서, 나라가 해마다 핍박하여 갈 지경이면 그때 가서 어리석게 하는 말이 전국에 사람이 하도 많으니까 살 수 없다고 걱정이나 하며 소위 장사라 하는 것은 거리마다 막걸리 장사나, 담배장사나, 엿장사나 졸망하고 남부끄럽게 간신히 해 제 나라 사람끼리나 서로 주고 바꾸며, 또 혹 점잖은 사람들은 말하기로 아무리 양반이 죽게 되기로 어찌 장사할 수 있느냐하고 앉아서 일푼이라도 돈을 내 나라에 갖다 놓을 생각은 못한즉 아무리 농사를 힘써 하여도 남의 나라에서 실어가는 까닭에 곡식이 별로 흔하게 볼 수 없는 지라.
그런즉 어언간 나라가 점점 빈약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들어 필경은 지탱하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니 이런고로 지금은 상업을 불가불 천하에 큰 근본이라 할지라. 그런즉 나라의 흥망이 또한 거기 달렸은즉 사람마다 심상히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저 오늘날 세계 큰 싸움과 다름이 모두 이익과 권세에는 장사보다 더 큰 것이 없은즉 우리나라에서도 문명개화한다는 것은 나중 일이거니와 당장의 급선무로 나라가 정부를 안존하고 백성들의 집안을 보존할 양이면 아무쪼록 장사 길을 널리 열어서 해마다 항구에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것보다 몇천 배나 되게 하기를 바라노라.
이젠 천하근본이 농사가 아니라 상업이다
제국신문 1901. 4. 19
옛글에 말하기를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라 하였은즉 이 말이 이전 세월에는 극히 통리한 말이라. 그리하되 그 때는 세계각국이 바다에 막혀 서로 내왕을 통하지 못하고 각기 한 지방만 지키고 있으매 백성들이 다만 그 땅에서 생기는 곡식만 믿고 살았은즉 이대로 말하면 나라에서 유익한 것이 농사보다 더욱 큰 것이 없었거니와 지금으로 말할 지경이면 세계만국이 서로 통상이 되었은즉 나라의 흥망성쇠가 상업흥왕함에 달렸으니 지금은 천하의 큰 근본을 장사라고 할 수밖에 없도다.
대저 농사에서 생기는 이익은 땅에서 나는 것인즉 정한 한정이 있거니와 장사의 이익은 사람이 내는 것이라 한정이 없는 고로 지금 영국으로 말할 지경이면 그 나라의 부강함이 천하 각국 중에 제일인데, 그 토지인즉 불과 조그만 섬이요, 또 기후가 고르지 못하고 땅이 기름지지 못하여 농사에는 힘을 쓰지 아니하고 전국 백성들이 상업에 종사하여 기교한 물퓸을 만들어 남의 나라에 가서 금은으로 바꾸어다가 자기 나라를 부요하게 바꾸어 놓고 있으니 자기 나라에는 곡식이 많지 않을지라도 돈만 가지면 세상의 무슨 물건이라도 못 바꾸리오?
그런고로 부강한 여러 나라들이 각처 개회되지 못한 나라에 틈틈이 찾아 들어가서 긴요한 곳에 항구를 열고 자기 나라 상민을 보내어 살게 하면서 자기 나라 백성을 보호한다 칭탈(稱託 : 핑계를 댐)하고 일변 공영사를 보내며 그 나라 진액을 뽑아내는 고로 나라는 점점 빈핍해질 수밖에 없는지라. 일국의 재물은 곧 그 나라의 혈맥이라 몇 달안에 그 나라의 혈맥을 말릴 권리를 가졌으니 그 나라는 필경은 점점 쇠약하여 정부와 백성이 부지할 수 없을 터이니, 나중에는 싸우지 아니하여도 전국의 권리가 다 그리로 돌아갈 것이니 이같은 이익이 어디 있으리오.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농사의 이익이 어떠할지 장사의 이익이 어떠할지 모르고 앉아서, 나라가 해마다 핍박하여 갈 지경이면 그때 가서 어리석게 하는 말이 전국에 사람이 하도 많으니까 살 수 없다고 걱정이나 하며 소위 장사라 하는 것은 거리마다 막걸리 장사나, 담배장사나, 엿장사나 졸망하고 남부끄럽게 간신히 해 제 나라 사람끼리나 서로 주고 바꾸며, 또 혹 점잖은 사람들은 말하기로 아무리 양반이 죽게 되기로 어찌 장사할 수 있느냐하고 앉아서 일푼이라도 돈을 내 나라에 갖다 놓을 생각은 못한즉 아무리 농사를 힘써 하여도 남의 나라에서 실어가는 까닭에 곡식이 별로 흔하게 볼 수 없는 지라.
그런즉 어언간 나라가 점점 빈약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들어 필경은 지탱하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니 이런고로 지금은 상업을 불가불 천하에 큰 근본이라 할지라. 그런즉 나라의 흥망이 또한 거기 달렸은즉 사람마다 심상히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저 오늘날 세계 큰 싸움과 다름이 모두 이익과 권세에는 장사보다 더 큰 것이 없은즉 우리나라에서도 문명개화한다는 것은 나중 일이거니와 당장의 급선무로 나라가 정부를 안존하고 백성들의 집안을 보존할 양이면 아무쪼록 장사 길을 널리 열어서 해마다 항구에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것보다 몇천 배나 되게 하기를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