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외국인이 판을 치는 우리나라 항구-제국신문(1901. 4.2)

관리자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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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판을 치는 우리나라 항구

 

 

제국신문 1901. 4.2

 

 

일전에 본사 사원이 일이 있어 인천항을 다녀 와서 인천항 경황을 대강 설명하는데 누구든지 인천항을 구경한 친구는 거의 다 짐작할 터이니 별로 설명할 일이 없을 듯하나, 듣고 보니 가련한 정상과 장래사의 컴컴한 일이 너무 답답하여 두어 마디 설명하거니와 물론 어디든지 세계상 물정으로 논란할진대 주인과 손의 성세가 현수하여 아무리 유세력한 사람이라도 타도 타관이라든지 타민 타동으로 가면 주인의 형세는 강하고 객의 형세는 잔약하여 매양 객이 주인에게 위축하는 도리가 있나니, 그는 자연한 이치거니와 만일 객이 주인의 형세를 누르는 경우로 말할 지경이면 그는 예외라 할지니, 가령 그 손된 사람의 작위가 높다든지 부유하다든지 출중하다든지 여러 가지가 하하지 않고 다만 한 가지 세력만 가지고는 그 주인의 형세를 누르기 어려운 고로 비록 당당한 재상이라도 거향(居鄕 : 시골에서 삶)을 잘하기 어렵거늘 하물며 만리 타국에 가서 사는 사람의 주객지세야 일러 무엇하리오.

 

그러하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아니하며 주객의 형세가 도리어 바뀌어서 객으로 된 사람의 형세를 의논하건대, 이삼 층 고루거각을 석실렬하에 벽돌벽 유리창이 반공중(半空中)에 영롱하고, 거류지 구역이 정정방방하고 치도(治道)를 극진히 하여 도로가 훤출하고 개천을 수축하여 근처가 정결하고 제각기 기지대로 경계를 확정하여 목책 철삭으로 방산이 분명하고 집앞마다 수목을 배양하되 쇠말뚝으로 에워싸서 인민의 개개는 것을 (개개다 : 손해를 끼치다) 예방하였으며 소학교의 유치원을 배선하여 인민을 교육하며 린우회를 설시하여 재력을 권흥하며 신문을 발간하여 인민의 이목을 개명하며 교회를 설시하여 자선사업에 힘을 쓰나 개항된 연도로 말하더라도 이삼 년이 차지 못하고 외국인의 수효를 말하더라도 삼천 명이 지나지 못하는데 저렇게 굉장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놀랄 만한 것은 소위 주인으로 된 사람의 형세를 의논하건대 서까래가 코에 닿는 달팽이집이나 게딱지 같은 집들이나마나 거개 외국인에게 전당 잡히고 빌어든 집이 태반이오, 그 근처에 배추밭 한 고랑이나 보리밭 한 마지기나 잔디밭 동산 한 미들이라도 주인이 차지한 것이 없고 모두 외국인의 차지가 되었는데 집 한 칸만 지으려 하여도 외국인에게 사려면 터 값이 집값보다 더 비싸고 세를 주고 살려 하여도 여간한 생계의 이익으로는 그 새전을 벌 수 없고, 구석구석 생계란 것은 크다 하면 봇짐장사의 여각이요, 조촐하면 담배가게, 탁주장상, 그 외에는 비루한 외국인에게 계집생애오, 백 량 돈이나 천 량 돈이나 취용취대(取用取貸)가 외국인이 아니면 할 수가 없어 믿나니 외국 사람이니 그 인생 가련함을 측량하여 말할 수 없고 수천 호 사는 데서 소학교 하나가 없어 아이들을 교육할 방략이 망연하오. 그나마 내 나라 권리 있는 사람에게 부대껴서 견딜 수 없다 하여 그 많은 생명재산을 보호한다고 천주교 예수교로 입참 않는 사람이 별로 없어 공일 마다 모여 가는 일이 큰 일이니 그런 기막히고 기궁한 형세가 어디 있으리오.

 

그런 이치의 사정은 그만두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항구 형편을 살펴 본즉 외국인의 처지는 온채요, 본국인의 행세는 행낭채라. 그런즉 지금 모양으로 보아도 외국인의 노예가 절로 된 모양에서 조금도 다름이 없는데 하물며 외국형세가 날로 강하고 본국형세는 날로 잔약해지는데 사람들이 진보할 생각은 꿈에도 없고 좋은 정치와 좋은 학문은 속지고각(束之高閣 : 한쪽에 치워두고 쓰지않음) 하고 이런 삼사 월 긴긴 날에 낮잠으로 세월을 보내고 꿈꾸기를 생계 삼는 이 때에 내두를 어찌하리오. 비단 인천이 아니라 각 항구 형세가 거의 다 그 모양일듯 장차 어찌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