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문명의 세력 (1)-제국신문(1902. 8. 20)

관리자
2017-11-12
조회수 2030

문명의 세력 (1)

 

 

제국신문 1902. 8. 20

 

 

지금의 개화세계라 말하면 의레 구라파와 북미주로 알고 반개(半開)와 미개(未開)한 세계를 말하면 의레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남미주로 아느니, 이는 그 많은 수를 따라 일컬음이라. 

 

구라파에도 터키국은 이전에 돌궐이라 하던 종류니 이 인민은 열렸다 할 수 없고, 북미주에는 캐나다북방 근지로 얼굴이 검붉은 인디언이라는 토종도 아직도 야만인이요, 중앙아시아의 몇 나라는 반개국이라 하며 동편 끝으로 일본은 지금은 미개하다 말하지 못하겠고 서방과 북방 타타(tatar 인종 : 몽고족의 일종)인종 거류하는 지역은 아직 미개하여 종종 야만이라 일컫는 바요, 아프리카주는 본래 흑인종이 본토인 고로 지금껏 야만지방이라 하나 남방 끝으로 일대지방은 백인종이 들어가 살아 몇 나라가 되며 북변으로 지중해 연해 지방과 서편으로 해변 등지에는 다 열린 곳이 많아 점점 문명이 중앙으로 뻗어 들어갔고, 남미 주에도 몇몇 민주국은 열린 곳이 많되 어두운 모든 섬들과 대서양 서편에 여러 작은 섬들은 다 영, 미, 불, 독이 점령한 바 되어 날로 열려지매 혹 사람을 잡아 고기를 먹던 야만인들이 지금은 도리어 아시아 모든 반개국 인류보다 몇 배 나은 곳이 많아서 항상 뒤에 있던 자 앞서기 쉬운지라.

 

대개 개명은 떡 만드는 술같아 술기운 들어갈 때마다 부풀어 올라 가로의 독한 기운을 드러내느니 문세(文勢)의 세력이 미치는 곳은 항상 조용하지 못하여 묵은 기운을 다 몰아내치고 그 문명이 좇아온 원지방과 균형한 세력을 얻은 후에야 편안함을 회복하는 법이니 지금 구라파에서 온 지방이 다 태평안락하되 공정위태한 염려가 생김은 다만 토지의 완고함이 구라파의 공평한 형세를 기울어지게 하는 연고라. 그외 오대부주의 곳곳이 시비가 일어나 혹 경리(經利)로 다투기도 하며 혹 전쟁으로 싸우기도 하여 서로 날로 쉴 때가 없으매 혹 토지를 빼앗는다 혹 사건을 다툰다 함이 실상은 다 문명의 형세가 점점 더 퍼지는 고로 개명의 세력과 완고한 풍기가 함께 설 수 없음이라.

 

삼십여 년 전에 일본이 경장(更張)을 시작할 때에는 나라 안이 처처에 대란하여 신민이 서로 다투어 골육이 상잔하매 위방의 화가 곧 미칠 듯하더니 급기야 경장하는 세력이 득승하며 국민이 차차 안돈되어 부강에 나아가 필경 평균한 세력을 얻은 후에야 비로소 편안하여 다시 다툼이 없으매 여기서 세력이 뻗어서 연접한 지방으로 퍼지나니 지금은 청국과 대한으로 더불어 다툼이 자주 생기는지라. 청국과 대한은 아직까지 완고한 세력이 득세하여 밖에서 들어오는 개명세력을 받지 아니하여 부지중 국민은 편안하지 못하고, 구습은 점점 없어지는지라. 이것을 진작 깨닫고 자의로 개명을 받아 일할진대 처음에는 어렵고 위태함이 곧 부지치 못할 듯한 지경에 이를 터이나, 완고의 힘을 이기고 경장의 기초를 세워 놓은 후에는 차차 흥함에 진보할지니 이는 내 손으로 내 일을 하여 내 권리를 보존하는 법이요, 만일 위태함을 염려하여 당장 무사하기만 도모하여 능히 완고히 풍습을 버리지 못할진대 국권의 교습과 함께 쇠하여 없어지고 개명의 힘이 그 개명한 나라세력과 함께 득승하나니 이는 내가 내 일을 못하매 남은 내 일을 대신하고 내 권리를 차지하는 법이라.

 

그런즉 선왕의 예법을 버리지 못하여 환란을 달게 여기는 자는 토지를 보전하지 못하니 차라리 선왕의 법을 버리고 성왕의 토지를 보전할지언정, 어찌 실지법(實地法)을 지키고 토지를 버려 선왕의 인민이 타국의 노예가 되기를 달게 여기겠는가.

 

옛적에는 각국의 다툼이 항상 병역으로 위조하여 경의를 물러나고 욕심을 빼내며 이기는 자는 토지를 차지하며 인민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 성풍하여 나라가 서로 다투는 일뿐이니 근래에는 각국이 교화로 위주하매 공법과 경리로 조처하는 도리가 있어 화평을 보전하기 힘쓰니 그 대신에 학문상 싸움이 대단하여 지혜와 재주로 서로 다투매 득승하는 자는 천하에 횡행하여 상등지위에 대접을 받으며 지기를 달게 여기는 자는 점점 핍박을 당하여 필경 멸종하기에 이르나니 나라가 개명하면 어두운 나라와 다툼이 생기고 정부가 어두우면 열려 가는 백성과 다툼이 생기나니 이러므로 지나간 세기 동안에 구라파 안에 전쟁을 통계하매 정부와 백성 사이 싸움이 나라끼리 싸운 것보다 많다 하는지라. 새것과 옛것의 다툼이 일어나니 이는 문명의 세력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