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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소년의 전정(前程 : 앞길)을 기약할 일-제국신문(1902. 8. 12)

관리자
2017-11-12
조회수 1902

소년의 전정(前程 : 앞길)을 기약할 일

 

 

제국신문 1902. 8. 12

 

 

세계 대학교 중에 가장 큰 곳은 한 집에 학도가 심사천 명이요, 교사가 수삼백 명이라.

 

학교 중 범백사무(凡百事務 : 모든 일)를 거의 다 자주하여 정부에서 찬조는 할지언정 별도의 간섭은 적으매 학사들의 졸업증서 주는 권리와 범과하는 자의 다스리는 재판권리가 다 학교 중에 있어 학교 중 정한 장정규칙을 따라 임의로 재판하나니 만국의 교육 숭상하는 본의와 국세의 흥왕하는 근본이 이에 있음을 가히 알겠도다.

 

영국의 옥스포드와 미국의 예일 대학교 등은 비록 제일 크다 할 수는 없으나 가장 오랜 학교요, 또한 양국 사기에 유명한 제왕들과 세계에 드러난 정치대가와 문장학사와 현인군자와 각색 굉장한 사업주들이 다 이 학교에서 많이 생긴 고로 각국에 유명하여, 유람하는 자가 구경하지 못하면 불행히 여기는 자 한 번 보기를 원하노라.

 

이 집에 들어가면 옛사람의 공부하던 처소와 큰 사업을 시작하던 사적이 여전하여 전일에 이런 사적을 보고 깊이 앙모하던 자 그 집에 들어가매 완연히 그 사람을 본 듯하여 재삼 배회함을 깨닫지 못한지라. 청년제자 되어 이런 집에 들어가 공부하는 자 그 복력이 또한 어떻다 하리오.

 

대개 사람의 한평생 한되는 일은 젊어서 배우지 못함이요, 빈한곤궁하여 공부할 계재 없음이라. 사람의 이름과 영화가 사업중에서 생기며 지혜가 학문중에서 생기나니 학문이 사람에게 관계됨이 어떻게 긴중하고 이 학문을 아끼는 재주에만 있지 아니하고 부지런한 데 있나니 부지런하면 빈함과 곤궁함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요, 차차 재주가 늘어 둔함을 이길지라. 그러므로 모든 일에는 부지런함을 구비하여 가지고도 능히 공부할 만한 계제가 못되어 마음껏 힘쓰지 못하며, 처지에 따라 학문의 길에 잘못 들어 평생을 자자히 보내어 점점 사곡(私曲 : 사사롭고 바르지 못함)한 길로 들어가 한 가지도 성공할 길이 없어 일생을 허송하며 깨닫지 못하는 자들의 정경을 생각하면 더욱 분한함을 이기지 못하니라.

 

대한의 총명하고 지혜 있는 사람을 보면 진실로 의사에 뛰어나는 자가 많아서 서양사람들도 항상 칭찬하며 애석히 여기는 바라. 이 인재를 모아 이상에서 말한 대학교 같은 데 넣어서 실지의 학문을 교육한다면 우선 일이 년, 열두 달 안에 수삼천 명 중에 이름이 낭자할지라. 명예가 원근에 파다할 것이요, 차차 사업상 학식이 늘면 명류달인 되기를 옥스포드, 예일 대학교에서 생긴 일만 못지 않을 것인데 교육이 흥왕하지 못하여 학문이 중한 줄 모르니 아까운 재주를 허망방탕히 버리고 혹은 아혹(雅惑 : 괴이하고 미심쩍음)한 길로 복술, 지술을 배우거나, 여간 글귀고서를 좋아해서 평생에 배운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나, 다만 즐거이 소견하기를 원하여 세월을 호송하니, 남이 물품제조 화학이치를 발명하여 놓은 것을 보면 놀랍게 여겨 사람의 생각으로 안 되는 일인 줄 아니 어찌 애석하지 않고 원통하지 않으리오.

 

전에는 소위문법이라는 것이 있어 동양의 몇 나라가 거의 같아서 문벌이 좀 부족하게 태어난 사람은 비록 영웅준걸의 재략을 품고도 능히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였으며 하늘이 특별히 품수(稟受 :선천적으로 타고남)한 인재가 다 없어져서 국세가 그로 인하여 이 모양이 되었다고 생각함이라. 지금 세상은 비단 달라서 권세 가진 자 아무리 문벌을 찾으려 해도 명문 구습하는 악습이 날로 없어질지라.

 

지금 정부에서 인재를 다 키워 쓴다고는 못할 터이나 몇몇 미천한 관인들을 볼진대 옛풍속으로 행할 수 없음은 누구라도 깨달을지라. 이 세상에 우물고기가 바다로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어찌 넓은 것을 싫어하여 다시 실개천을 찾아 들리오.

 

자제들을 가르치지 못함음 부형의 책망이라, 자질을 가진 이들을 마땅히 교육시킴에 힘써 매가육장(가산을 모두 팔아 없앰)이라도 하여 공부시키는 날은 만리장정에 노자 주는 것과 같으며, 소년자제된 자의 학식을 구하는 것은 만리장천에 날개를 다는 것과 같은지라, 지금 중흥공신된 이들의 사적을 보면 당초에 외국 유학을 원하여 혹 남에게 고용인도 되며, 혹은 의식을 남에게 붙이고, 서양에 가서 풍상을 무릅쓰고 공부한 사람이라. 오늘 신고를 무릅쓰고 학식을 얻은 것이 자기의 일생 경영만 될 뿐이 아니라, 나라의 전정이 또한 이 한 가지에 달렸으니 우리나라 소년자제를 위하여 권면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