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은 은혜를 알고 관인은 배반하니
제국신문 1901. 7. 27
근일에 내포소문을 들은즉 어떤 관인 하나가 근본적으로 토호질과 협잡으로 유명한데 갑오년 동학 때에 동도들이 전일 협의를 성취하고자 하여 그 관인의 집을 파쇄하니, 그 관인은 도망하고 관인의 부친은 이웃동네의 친구네 집에 가서 피신할 새, 석유통 담았던 궤짝을 종이로 발라 그릇으로 쓰려고 친구의 집에 가지고 갔다가 그 후에 동학당이 진정됨에 그 노인이 집으로 돌아갈 때에 궤짝도 가져 간지라. 을미년 봄에 그 관인이 자기의 부친을 두호(斗護 : 돌보아 줌)하여 주었던 친구에게 벼 두섬을 달라 하거늘 그 친구가 춘궁이 있으므로 시행치 못하겠다 하였더니 그 관인이 공연히 노여워하며 호령으로 위협하고 본 군사에게 정소(呈訴 : 소장을 냄)하되 비단 몇 필과 관복 일습(一襲 : 한벌)과 수의 일습을 작은 궤에 넣어가지고 년전 동학난리에 이웃 동리 친구네 피신하시더니 소위 친구라 하는 놈이 궤속의 물화를 다 도적하였으니 찾아달라 하는지라.
군수가 아전을 파송하여 그때 형편을 사실할새 피신하던 노인에게 자세히 탐문하니 그 노인이 자기 아들을 불러놓고 꾸짖어 가로되 '너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라. 그 친구의 집에 네 아비가 여러 날 피신하고 폐를 대단히 끼쳤으니 네가 그 은혜를 갚는 것이 옳거늘 도리어 그 은인을 도적으로 잡으니 세상에 다시 없는 불초자로다' 하거늘 본 군수가 근본 관인의 행사를 아는 중에 그 아전의 회보를 듣고 그 관인을 낙과 시켰더니 그 관인이 인습을 고치지 아니하고 관찰부와 사찰사에게 정소하여 번번히 낙송(落訟 : 송사에 짐)하니 지금은 또 새로 내려간 관찰사에게 청촉하여 그 친구의 형제를 엄형뇌수(嚴刑牢囚 : 엄히 벌주어 가둠)하고 돈을 바치라 한다 하니, 우리는 그 일에 대하여 아무 상관도 없거니와 다만 그 관인의 행사를 생각하니 참 짐승만 못한지라. 짐승은 오히려 은혜를 갚거늘 가히 사람으로 짐승만 같지 못한지라.
옛적 예수나라 임금은 큰 뱀이 중상당한 것을 보고 불쌍이 여겨 약을 발라 고쳐주었더니 그 후에 그 뱀이 강 가운데로 쫓아 나와 야광주 한 개를 입에 물고 임금께 전하니 그 구슬은 어둔 밤에 빛이 있어 세상에 드문 보화라.
그 사적이 옛글에 자재하고, 통한땅의 양보년이라 하는 사람은 화엄경에서 이상한 새 한마리가 새매(매과의 새, 육식성으로 작은 새를 습격하여 잡아먹음)에게 잡히려는 것을 보고 급히 구완하여 새매를 쫓고 그 새를 본즉, 깃과 입이 많이 상했거늘 양씨가 그 새를 상자 속에 두고 황화꽃을 먹여 백여 일 만에 깃과 입이 완전하여 날아가더니, 그날 밤에 황의 동자 하나가 양보년의 꿈에 보여 가로되 '나는 요지 선녀 서왕모의 사자이니 봉래산에 사신갔다가 회로에 불행하여 죽게 된 것을 군자가 구제하여 주시니 실로 감사하나이다.' 하고 백옥환 네 개를 주어 또 가로되 '그대의 집에 반드시 이 옥과 같이 재상 위에 오를 사람 넷이 나리라' 하니 양씨가 그 꿈을 이상히 여기더니 과연 양보년은 관서공자 양진을 낳고, 양진은 양병을 낳고, 양병은 양표를 낳아서 대대로 삼공의 위에 올랐다 하였으니 그 말이 비록 황당하나 짐승의 은혜갚음이라.
또한 사기에 자재하거니와 스페인에 의원 하나가 있으니 평생에 의술이 고명하여 일세에 칭송하는 사람이라. 그 의원이 하루는 어디를 출입차로 집을 떠나 산곡으로 갈새 수풀 사이로 큰 사자 하나가 나오며 소리를 지르거늘 의원이 정신이 이들하여 가지 못하고 길에 섰더니 그 사자가 앞에 와서 사람을 헤치지 아니하고 꼬리를 치며 무엇을 갈구하는 모양으로 있는 지라. 의원이 자세히 본즉 사자 앞발에 큰 쇠못이 박혀 있거늘 이에 그 못을 기계로 빼고 약을 발라 주고 갔더니 그 후 몇 해만에 그 의원이 횡업에 빠져 국법에 관련이 되니 스페인의 예전법은 죽을 죄 있는 사람은 사자굴에 집어 넣어 짐승에게 먹히게 하는 법이라. 그 의원을 잡아 사자굴에 던지니 사자가 소리를 벼락같이 지르고 달려 들더니 문득 그 사람을 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공경하는 모양을 보이니 대개 이 사자는 전일에 그 의원에게 발병을 고치던 사자라. 법률을 행하는 자들이 그 정상을 보고 이상히 여겨 그 의원의 죄를 사하여 주었다 하니 이것은 다 짐승들이 은혜를 갚은 것이라.
협잡하는 관인이 은혜 는 사람을 도리어 해하고져 하니 어찌 짐승만하다 하리오. 우리는 그 관인에 대하여 한 번 탄식하노라.
짐승은 은혜를 알고 관인은 배반하니
제국신문 1901. 7. 27
근일에 내포소문을 들은즉 어떤 관인 하나가 근본적으로 토호질과 협잡으로 유명한데 갑오년 동학 때에 동도들이 전일 협의를 성취하고자 하여 그 관인의 집을 파쇄하니, 그 관인은 도망하고 관인의 부친은 이웃동네의 친구네 집에 가서 피신할 새, 석유통 담았던 궤짝을 종이로 발라 그릇으로 쓰려고 친구의 집에 가지고 갔다가 그 후에 동학당이 진정됨에 그 노인이 집으로 돌아갈 때에 궤짝도 가져 간지라. 을미년 봄에 그 관인이 자기의 부친을 두호(斗護 : 돌보아 줌)하여 주었던 친구에게 벼 두섬을 달라 하거늘 그 친구가 춘궁이 있으므로 시행치 못하겠다 하였더니 그 관인이 공연히 노여워하며 호령으로 위협하고 본 군사에게 정소(呈訴 : 소장을 냄)하되 비단 몇 필과 관복 일습(一襲 : 한벌)과 수의 일습을 작은 궤에 넣어가지고 년전 동학난리에 이웃 동리 친구네 피신하시더니 소위 친구라 하는 놈이 궤속의 물화를 다 도적하였으니 찾아달라 하는지라.
군수가 아전을 파송하여 그때 형편을 사실할새 피신하던 노인에게 자세히 탐문하니 그 노인이 자기 아들을 불러놓고 꾸짖어 가로되 '너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라. 그 친구의 집에 네 아비가 여러 날 피신하고 폐를 대단히 끼쳤으니 네가 그 은혜를 갚는 것이 옳거늘 도리어 그 은인을 도적으로 잡으니 세상에 다시 없는 불초자로다' 하거늘 본 군수가 근본 관인의 행사를 아는 중에 그 아전의 회보를 듣고 그 관인을 낙과 시켰더니 그 관인이 인습을 고치지 아니하고 관찰부와 사찰사에게 정소하여 번번히 낙송(落訟 : 송사에 짐)하니 지금은 또 새로 내려간 관찰사에게 청촉하여 그 친구의 형제를 엄형뇌수(嚴刑牢囚 : 엄히 벌주어 가둠)하고 돈을 바치라 한다 하니, 우리는 그 일에 대하여 아무 상관도 없거니와 다만 그 관인의 행사를 생각하니 참 짐승만 못한지라. 짐승은 오히려 은혜를 갚거늘 가히 사람으로 짐승만 같지 못한지라.
옛적 예수나라 임금은 큰 뱀이 중상당한 것을 보고 불쌍이 여겨 약을 발라 고쳐주었더니 그 후에 그 뱀이 강 가운데로 쫓아 나와 야광주 한 개를 입에 물고 임금께 전하니 그 구슬은 어둔 밤에 빛이 있어 세상에 드문 보화라.
그 사적이 옛글에 자재하고, 통한땅의 양보년이라 하는 사람은 화엄경에서 이상한 새 한마리가 새매(매과의 새, 육식성으로 작은 새를 습격하여 잡아먹음)에게 잡히려는 것을 보고 급히 구완하여 새매를 쫓고 그 새를 본즉, 깃과 입이 많이 상했거늘 양씨가 그 새를 상자 속에 두고 황화꽃을 먹여 백여 일 만에 깃과 입이 완전하여 날아가더니, 그날 밤에 황의 동자 하나가 양보년의 꿈에 보여 가로되 '나는 요지 선녀 서왕모의 사자이니 봉래산에 사신갔다가 회로에 불행하여 죽게 된 것을 군자가 구제하여 주시니 실로 감사하나이다.' 하고 백옥환 네 개를 주어 또 가로되 '그대의 집에 반드시 이 옥과 같이 재상 위에 오를 사람 넷이 나리라' 하니 양씨가 그 꿈을 이상히 여기더니 과연 양보년은 관서공자 양진을 낳고, 양진은 양병을 낳고, 양병은 양표를 낳아서 대대로 삼공의 위에 올랐다 하였으니 그 말이 비록 황당하나 짐승의 은혜갚음이라.
또한 사기에 자재하거니와 스페인에 의원 하나가 있으니 평생에 의술이 고명하여 일세에 칭송하는 사람이라. 그 의원이 하루는 어디를 출입차로 집을 떠나 산곡으로 갈새 수풀 사이로 큰 사자 하나가 나오며 소리를 지르거늘 의원이 정신이 이들하여 가지 못하고 길에 섰더니 그 사자가 앞에 와서 사람을 헤치지 아니하고 꼬리를 치며 무엇을 갈구하는 모양으로 있는 지라. 의원이 자세히 본즉 사자 앞발에 큰 쇠못이 박혀 있거늘 이에 그 못을 기계로 빼고 약을 발라 주고 갔더니 그 후 몇 해만에 그 의원이 횡업에 빠져 국법에 관련이 되니 스페인의 예전법은 죽을 죄 있는 사람은 사자굴에 집어 넣어 짐승에게 먹히게 하는 법이라. 그 의원을 잡아 사자굴에 던지니 사자가 소리를 벼락같이 지르고 달려 들더니 문득 그 사람을 보고 머리를 조아리며 공경하는 모양을 보이니 대개 이 사자는 전일에 그 의원에게 발병을 고치던 사자라. 법률을 행하는 자들이 그 정상을 보고 이상히 여겨 그 의원의 죄를 사하여 주었다 하니 이것은 다 짐승들이 은혜를 갚은 것이라.
협잡하는 관인이 은혜 는 사람을 도리어 해하고져 하니 어찌 짐승만하다 하리오. 우리는 그 관인에 대하여 한 번 탄식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