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어찌 나라를 위해 할 일이 없으리-제국신문(1901. 6. 18)

관리자
2017-11-10
조회수 2002

어찌 나라를 위해 할 일이 없으리

 

 

제국신문 1901. 6. 18

 

 

혹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를 지금 세계상의 각국들이 각각 제 나라 권리를 잃지 아니하려 하여, 군함을 해마다 더 지으며 해군과 육군을 더 늘리며 장사를 날마다 힘써 세납을 몇 배나 더 들어오게 하고 기계학 이치를 밤낮으로 연구하여 편리한 기계를 더욱 새로 발명하며, 병함에다 군사를 싣고 바다 밖으로 다니며 위엄을 보이며 영사와 공사와 경찰관리까지 외국에 파송하여 제 나라 상민을 보호하며 시각을 다투어 가며 나라 일을 힘써 날로 진보하여 나가나, 홀로 우리 대한국은 병함에 군사를 실어 바다 밖으로 보내어 남의 나라와 같이 행세를 할 생각도 없고, 장사를 확장하여 외국으로 다니며 무역을 잘하여 나라에 세납이 더 들어오게 할 생각도 없으며, 기계학이라고 의논을 할진대 시계 하나를 만들려고 경영하는 사람이 없어 깊은 밤중에 있는 사람과 같이 혼몽 중에 세월을 보내며 외국사람들은 우리가 이렇게 게으르고 잔약한 것을 보고 더욱 우습게 여겨, 제 나라만 이롭도록 계교를 내어 우리나라 처처에 금캐기를 시작하고 철도 놓기를 청구하여 연해변 각골에 고기잡기를 도득(圖得 : 꾀하여 얻음)하여 우리나라 기름을 다 빼앗아가되, 우리나라 사람은 병든 사람과 같이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앉았으니 어찌하면 장차 좋을는지.

 

천지신명이 우리 인민을 불쌍히 여기사 하루바삐 정부에 계신 관인들의 마음을 열어 밤낮으로 각각 맡은 직무를 공평하게 힘쓰며 학교를 지방마다 세워 인민의 지식을 발달하게 하며 신문사를 각처에 배설하게 하여 백성의 이목을 날로 새롭게 하며, 농학박사를 빙청하여 농사하는 이치를 강구하며 농사짓는 기계를 편리하게 하여 농사하는 사람의 수고를 덜게 하며, 총명한 사람을 뽑아 기계학을 연습하여 륜선을 제조하여 해상에 수운하기를 편리하게 하며 철도를 부설하여 육지 왕래하는 것을 빠르게 하며, 총과 칼을 정교하게 만들어 군중기계가 이利하게 하여 군사가 강하게 하며 해관세납을 확장하여 나라재물이 풍비하게 하여 위로 황상폐하의 근심을 줄이고 아래로는 이천만 백성을 도탄에서 건져내어 대한제국이 부강하여 세계만국 중에 첫째한 권리를 잃지 않기를 원하노라.

 

'우리 같은 백성들이 비록 몇만 명이 있으나 나라 일을 어찌 흥왕하게 하리오? 전국의 평안하고 위태함이 다만 정부에 있는 관인들에게 매였으니 만일 정부 제공들이 일을 잘하면 나라가 흥할 것이요, 일을 잘못하면 나라가 위태하리니 우리 백성들이야 밥이나 먹고 잠이나 자지 나라일을 어떻게 도울 수가 있으며 흥왕케 할 권리가 있으리오." 하는지라. 우리 생각에는 이런 사람의 말이 혹 근리한 듯 하나 또 그렇지 아니한 까닭이 있나니 옛사람이 이르기를 나라땅에 사는 백성은 다 임금의 신하라고 하였고 또 가로되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 하였으니 그 나라 백성이 되어 그 나라일에 어찌 상관이 없으리오.

 

각각 자기부터 나라를 사랑하고 동포를 구완할 마음을 먹고 학문을 힘써 지식이 많으면 정부에서 지식 있는 사람을 들여 쓸 것이니 그때는 자기도 관인이 될 것이요, 이미 관인이 되었으면 평일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변치 아니하고 더욱 나라 일에 분발한 마음을 먹어 충직하고 공평하게 하면 나라일이 날마다 새롭게 진보가 될 것이요, 또 자질이 있는 이들은 후생을 잘 가르쳐 시무에 요긴한 학문으로 인도하여 재주가 넉넉하면 장차 조정에 벼슬을 하여 그 사람들이 나라일을 할 것이니 이는 인재를 미리 길러내는 것이요, 또 사람마다 장사를 하여 재물이 많을 지경이면 나라에서 혹 군비가 부족할 때를 당하거든 자기의 돈을 내어 보용(補用 : 대신 씀)하게 하든지 자기의 재물로 군함을 여러 척 사서 나라에 드리든지 혹 재물을 판비하여 사립학교를 처처에 세워 인재를 배양하든지 기계제조하는 처소를 배치하고 각색 기계 만드는 법을 백성에게 가르쳐 우리나라에서 모든 물건과 기계를 만들면 우리나라가 능히 부국이 될 것이니, 이 여러 가지 중대한 사업이 백성마다 할 만한 직분이니 어찌 관인만 나라를 위하여 일을 하고 백성은 나라를 위하여 할 일이 없으리오. 나라땅에 있는 사람마다 직분을 지켜 다 같이 힘을 써야 나라가 흥왕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