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단발결실이라-제국신문(1902. 9. 17)

관리자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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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결실이라

 

 

제국신문 1902. 9. 17

 

 

천하에 이상하고 기이하고 희한한 일은 군부와 경청이 일제 단발함이라. 근자에 소문이 자주 나서 원근에 파다하매 본사에서 듣고 생각하는대로 수차 설명하였으매 대한이 금월 십사 일 이리 하나 본사에서도 진실로 깊이 믿지 못한 것은 대한이 이 형편에 처하여 소위 개화나 개명이라 하는 것을 절중히 여기는 줄을 내외국인 다 아는 처지에 가장 싫어하고 제일 어렵게 아는 단발을 어찌 꿈엔들 헤아렸을 바리오.

 

낭자한 소문은 불과 일시 낭설로 여겼더니 급기 한기를 당하여 과연 소문과 같이 머리털을 버려 그 더러운 때와 땀과 기름이 섞인 검은 상투와 망건을 버리고 가벼운 머리를 흔연히 들어 삽보를 열고 대로상에 나서는 것을 보니 경첩정결함과 쾌창활발함이 사람으로 하여금 백배나 기운을 돋게 하는지라. 새로 단발하신 이들에게 우리는 일체로 경례를 행하나니 저저히 손을 잡고 새로 부탁할 말이 있노라.

 

첫째, 우리동포가 두발을 흔연히 깍아버림은 정부 명령을 억지로 준행하거나 그 복에 매여 부득이 행함이 아니요, 실로 국가의 개진 발달을 위하여 목숨보다 중히 여기던 털을 버렸으니 오늘부터는 국민 개진상의 유조할 계제를 만난다면 목을 버리기를 일개 터럭같이 가벼히 할 줄로 작정한 일이요,

 

둘째, 우리에게 가장 어렵던 단발을 행하였은즉 개진상에 나가기에 더 어려울 구애는 없는지라. 외양을 변화하여 타국인과 비교하면 조금도 남만 못할 것도 없고 남보다 다를 것도 없은즉 외국인에게 일호라도 지지 않을 작정이 굳어야 할 것이요, 지지않을 작정을 할진대 마음속이 마치 외양과 함께 변하여 어둡고 더러운 마음을 일시 공평 청백함에 힘쓰며 개진상 문명과 학식을 이 문명 다투는 세상에서도 남에게 떨어지지 않게 하여가지고 차차 일국 백성이 다 화하여 모두 이러한 사람이 되어 사오천 년 늙은 대한을 일조에 새 대한으로 만들어 부강문명에 나가기를 힘쓰기를 작정할 일이로다.

 

이상 두 가지로 새로 단발하신 이들을 위로하며 권면하노니 이것을 질정하여 날로 힘쓸진대 일영 동방에 약조하였다는 오 년 동안에 다시 남이 넘겨다 보지 못하게 되기를 확실히 믿을지라.

 

만일 그렇지 않고 오일경조(五日京兆 : 일이 오래가지 못함을 비유하는 말)로 며칠 후에 다시 기르기를 기다리다가 물결치고 바람부는 대로 따라 행하려 하다가는 다만 외국인의 수모만 더할 뿐이 아니라, 나라의 형편과 백성의 사정은 점점 말 못 되고 필경은 남의 손에 끌려 마지 못하여 할지니 이 지경에 가면 대한 백성은 뉘 손에든지 개명백성이 되어 개명세상을 구경하려니와 대한 관원된 이들은 서 푼짜리 권리가 없어져서 남에게 끌려 다니느라고 겨를을 못하다가 말지라. 어찌 미리 질정할 바 아니리오. 

 

황상폐하의 처분이 지엄하신 아래 신기선, 심상훈 두 사람이 홀로 고집하다가 황송한 처분이 내리시어 육군 법원으로 불림을 당하였다 하니 만일 완고의 주의가 견확할진대 당초 군인의 단발을 금하거나 금치 못하면 그 군인 위의 벼슬을 아니하는 것이 옳거늘 무심히 다니다가 털끝을 아껴 군명을 거역하니 이는 군명보다 털끝을 경히 여길지니 경향간 어두운 선비들이 이 불림 당함으로 얼마쯤 장하게 추앙할지라. 잠시 불림 당하는 이들은 칭송이나 들으려니와 그 귀구(歸咎 : 허물을 남에게 돌림)는 뉘게 하고자 함이뇨. 실로 가탄할 바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