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황성신문 정지(停止) 1-제국신문(1902. 9. 12)

관리자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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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신문 정지(停止) 1

 

 

제국신문 1902. 9. 12

 

 

재작일 황성신문 논설폭에 말하였으되 황토현에 있던 임시 사무소가 근년 국경에 송축기념비 세우는 기지로 들어가 훼철(毁撤 : 헐어 부수어서 걷어내림)하는 고로 사무소를 타처로 옮겨야 하나 재정이 본디 군졸한 중에 집을 변통할 수 없으니 자연 정보(停報 : 발간을 정지함)하였다가 변통된 후에 다시 발간하겠노라 하였는데 임시 처소는 철도원 앞의 정교님 변석회 도가 아랫집이라. 신문 보시는 이는 찾아와 신문값을 속히 보내어 영히 정지되지 않기를 바라노라 하였더라.

 

이 소문에 대하여 본사에서 애석히 여김은 세상에서도 다 짐작들 하려니와 그 신문 보시는 이들의 낙망히 여김은 또한 본사에서 아는 바라. 장황히 말할 것 없거니와 헛된 마음은 쓸데없는 즉 마땅히 다시 발간되도록 찬조하여야 애석히 여기는 효험이 있을지라.

 

한 동리에 매기등을 달아 집집마다 켜주며 도로에 비추어 일동 남녀노소가 일체로 편리하게 되었으나 동리 사람들이 여간 푼전을 아껴 돌아보지 아니하매 석탄이 다하고 줄이 끊어져 볼을 켤 수 없는 고로 그 주관하는 사람이 혹 물건도 팔며 구걸도 하여 근근히 부지하다가 급기 세궁역진(細窮力盡 : 궁한 처지에 떨어져서 아주 꼼짝할 수 없게 됨)하여 아주 없어지기에 이를진대 당장 동리가 어둡고 집안이 침침하여 온 동리가 다 철야가 될지니 그 해가 어찌 주관하던 자에게 있으며 그 책망도 어찌 주관하던 자에게 있다 하리오.

 

지금 세계의 신문이란 것은 일국의 등불이라. 다만 눈만 밝힐 뿐만 아니라, 귀도 새롭게 하나니, 동리에 매기등이 없으면 혹 촛불이나 대용하려니와 신문이 없으면 당장 이목이 어두워 어두운 중에서 어두운 생각이 생겨 풍설과 낭설 중에서 방향을 모를지라. 어찌 이목이 구비한 인생이라 하리오.

 

연래로 천언 만설을 전하여 온 것을 보고 듣는 사람은 족히 감발지심이 생길만 하거늘 경년한 신문값을 보내지 아니하여 본사에도 경향에 미봉조 신문값이 불소(不少)한지라. 이 어찌 푼전을 아껴 동리에 매기등을 없이 함과 다르다 하리요. 이는 우리가 남을 찬조하지 않는다고 청원함도 아니요, 또한 신문 보시는 군자 중에 진심갈력하여 찬조하시는 이가 적지 않으나 해가 지나도록 보내지 않는 자 없지아니한 즉 이는 깊이 생각지 못함이라.

 

등이 없어지는 날은 나 먼저 어두우려니와 세계의 큰 형세를 헤아릴진대 대한의 흥왕발달이 나아갈 여망이 있을지라도 신민의 충애를 먼저 배양하며 각국 시무를 대강이라도 알려가지고야 될 것이요, 설령 천만 부당한 말로 흥왕한 여망이 없을지라도 이 마음과 이 문견을 사람마다 심중에 넣어 준 후에 일후에 회복할 여망이라도 있을지라. 하루 바삐 전국이 다 보아가지고라도 오히려 믿지 못할 염려가 없지 않거늘 도리어 이만 신문도 없어지기에 이를진대 아래 백성이 무엇을 인연하여 외교내치의 정형을 들어보리오.

 

지금 이 천지에서는 일개 행세군이라도 도처에 바른 경위를 말할진대 용납하기 어렵거든 하물며 권귀의 불공불평함을 날마다 세상에 전파하는 신문이 어찌 세상에 용납함을 바라리오. 그러므로 높고 권세있는 자에게는 신문이 다만 쓸데없을 뿐만 아니라 큰 원수로 여김도 또한 면치 못할 바나 외국인들은 심히 중대히 여기는 고로 이 신문장이 외국에도 널리 가는 바요, 각 공관에서는 이것을 흔히 택하여 책에 올려가지고 인민의 공의를 짐작하는 바라. 정부 관원이나 아래 백성의 시비를 말할 때는 아무리 듣기 싫으나 외국인이 내 정부 관원이나 내 나라 백성에게 무리를 행할 때에는 그 실례행패하는 것을 논란하여 세상에 공포하기는 다만 내나라의 소위 신문 명색이 홀로 하는지라. 대한 사람은 명예가 무엇인지 모르는 까닭이라.

 

신문상의 시비를 대단히 아니 여기되 외국인인즉 큰 관계로 아나니 이러므로 약한 나라가 권리찾는 힘은 군사에 있지 않고 민론에 있는지라. 이것이 없는 날은 경위상 권리 천 가지가 감하는 고로 타국신문은 무단히 내 나라 문민을 논란하되 내 나라 신민은 말 한 마디 할 계제가 없으니 국권을 어찌 회복하리오. 이것이 마저 없어지는 날은 더욱 어떠할는지 생각해볼 일이라 하노라…. [미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