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국민이 함께 침익(어떤 일이 정신이 빠짐)하며 가는 근인(根因 : 근본 원인)-제국신문(1902. 9. 4)

관리자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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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함께 침익(어떤 일이 정신이 빠짐)하며 가는 근인(根因 : 근본 원인)

 

 

제국신문 1902. 9. 4

 

 

지금 우리나라에 환란공궁이 날로 심하여 상하가 일체로 지탱치 못할 지경에 이를 것이거늘, 일하는 자는 없고 재정은 더욱 절용(節用 : 아껴 씀)치 못하니 나라와 백성이 함께 다하는 해를 말하였거니와 그 근인을 궁구할진대 모두 어두운 속에서 사곡(邪曲 : 사사롭고 바르지 못함)한 길로 들어감이라. 백성의 어두운 화가 수화보다 심하도다.

 

성인대도가 치국 평천하 하는 법을 가르치시매 먼저 만물의 이치를 궁구하여 지혜를 넓혀가지고 그 지혜로 비추어 내 마음을 밝게 하며 마음으로 인연하여 평탄해지는 법까지 나감을 말씀하시며 송나라에 이르러 주자 정자께서도 세상의 정도를 버리고 요사한 길에 빠짐을 근심하여 그 교화가 지금껏 새로워서 선비들의 숭상하는 바 거늘 다만 격물(格物 : 사물의 이치를 철저히 연구하여 밝힘)하는 이치에 밝게 진보되지 못하여 우선 하늘이 둥근지 모난지 일월성신이 어찌하여 돌아다니는 이치를 모르매 달에 절하고, 별을 보고 점을 치고, 지지학을 모르매 삼신께 기도하며 풍수의 말을 추신하고, 물리학 동물학을 모르는 고로 만물을 쓰지 못하고 도리어 만물을 섬기는 사람이 되며, 귀신학과 인류학을 모르는 고로 마귀의 사학을 물리쳐 이기지 못하고 도리어 귀신의 노예가 되며, 정치 성쇠의 이치를 모르는 고로 사물상 경영이 없고 요귀의 도움을 얻어 복을 빌려 하여 나라나 백성이나 모두 손 놓고 앉아 신명이 재물과 복록을 져다가 맡기기만 기다리니 평생의 일심 경력이 전혀 허구한 요귀에게 정신과 힘을 허비할 뿐이다.

 

참 흥왕발달할 사업상으로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니 파지 않은 우물에 무슨 물이 모이며 벌지 않는 재물이 어찌 모이리오. 영구히 피어볼 날은 없고 날로 침익함이 심하도다. 이 어두운 중에서 헛것을 믿는 마음이 생기며 정대한 성인이 도는 구하지 아니하고 정감록이라, 토정비결 같은 잡류서를 준신하니 어찌 대도의 쇠함이 이다지 심하뇨, 사람이 어두운즉 시비 곡직을 비교하여 판결하는 생각은 없고 남의 말만 준신하기 쉬우니, 이러므로 이런 잡서가 취신하는 바라.

 

청컨대 생각하여 보라. 토정이라 정감이라 하는 이를 아무리 존숭히 여기나 공맹정부의 나무라신 곡리지학을 말하여 세상을 혹하게 만들고 혹 이인이라 명인이라 하는 대접받기를 희망하는 자의 권술에 빠져 천인갱참(아주 깊은 구덩이)에 쓰러지며 돌이킬 줄을 알지 못하나니 천문지리 물리 화학 등 각색 학문을 캐어 정정당당한 청천 대로로 가는 서양사람들의 능멸함을 어찌 면하리오. 처음은 낙선애인하는 자들이 인도하여 대로로 내세우려 하다가 종시 듣지 아니하매 부득이 물러 서고 심술 궂은 자들의 밀쳐넣기가 괴이치 않은 일이라.

 

연전에 동학의 혹한 말로 인연하여 온 세상이 다 믿고 따라가다가 급기 일패도지(여지없이 패하여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됨)하는 날은 일제히 한 번 웃고 전국의 힘을 크게 파혹하여 실지상 지혜를 궁구할 일이거든 종시도 또 무엇이 있는 줄로 의혹하여 아직도 따르는 자 향곡에 적지 아니하고 연내로 정해룡이라 하는 자를 고발하여 잡아다가 옥에서 몇 해씩 썩다가 나간 자도 여럿이요. 지금껏 옥에 있는 자도 몇이요, 월전에 잡혀온 자는 당장에 다리를 꺾어 일개 앉은뱅이 정해룡이가 되었으며 또 들으니 거창군 이모가 지리산에서 옥함을 얻어 바치는데 '대황제 재성 개탁'이라 하였으니 슬프다. 세상에 어두움이 이같이 심하뇨.

 

대개 그 옥함 중에 무엇이 들었으며 무슨 주의인지 모르거니와 연내 지난 일을 생건하건대 반드시 이러한 일을 도모하는 자는 감히 불감을 경영한 내임이라. 밝은 관원이 있어 그 비치는 자를 잡아 사심할진대 그 조각한 자의 죄가 드러날지라. 저 무엄한 자가 감히 지존에 무단히 의논하여 요사한 글을 바치고 하늘을 속이려는 자의 죄를 생각하면 실로 용서하지 못할지라. 이것이 다 국중의 상등인된 이들이 먼저 이런 것을 좋아하는 고로 아래 풍초의 무리가 또한 딸려 이러함이니, 이곳에서 차차 의심과 의혹이 생겨 나라와 집안이 함께 쇠미하여짐이라.

 

아무쪼록 이런 신문 한 장이라도 널리 보아 어두운 자를 인도하여 밝은 데로 함께 나가며 환란에 건져 인수지역에 이르게 할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