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죄수특은(罪囚特恩)-제국신문(1902. 9. 2)

관리자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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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특은(罪囚特恩)

 

 

제국신문 1902. 9. 2

 

 

자고로 나라에 형틀을 쓰는 본의가 백성을 교화하여 이후에는 형벌을 쓰지 않도록 하자 함이라. 글 읽는 선비는 항상 입으로 외우고 말로 전하나 실상 뜻은 아는 자 별로 없으며, 근래에 감옥소를 설시하고 의식을 주어 가르치는 것도 다만 서양 새법만 따를 뿐이 아니라, 곧 옛법의 실상을 행함인 고로, 사람마다 죄수를 개과시키려 함은 알되 어찌하여 참 개과가 되는 줄을 아는 자는 또한 몇이 못 되는지라. 다만 옥속에 가두고 고초 중에 버려두면 스스로 회개할 줄로 아는 법관이 많으니 가르치며 감화시키는 것은 알지 못하는 연고라.

 

자식이 여럿이면 자연 효자도 있고 혹 불효도 없지 않을 터이니 불효한 자식을 때려서 내치며 정의(情意)를 두지 않을진대 친자식도 배심(背心)이 생겨 천륜지정이 스스로 섞여지느니 이는 인정의 자연함이라. 만일 한편으로 엄하게 때려 벌하고 한편으로 은의(恩義)로 감동하여 간절히 가르칠진대 아무리 악한 자식도 목석이 아니면 스스로 화하여 부모의 엄하심도 알고 부모의 은혜도 감격히 여겨 천량지심이 자연히 발하나니 사람 개과시키는 법에 벌도 없을 수 없고 은혜도 없을 수 없고 가르침도 없을 수 없는지라. 마음 개과하기가 각자 자기에게 달렸다 하려니와 또한 위에 있어 개과시키는 자에게로 달렸다 하겠도다.

 

연래로 감옥소에 재주(在住)하여 육칠 년 중역(重役)도 하며 오륙 년 미결로도 지내며 그중에 혹 원굴(怨屈 :원통하게 누명을 쓰는)하다는 자도 있고 혹 애매하다는 자도 있으나 통히 합하여 말하면 대소 간에 죄지은 백성이라 남의 죄를 생각하면 미워하고자 하는 마음은 예사 사람이 항상 나는 바라.

 

그러므로 법관들의 말을 들으면 죄지은 놈들은 인정둘 것 없고 다 죽여야 마땅하다는 자 또한 적지 아니하니, 이는 실상 법률의 본의도 모르고 대황제폐하의 지극하신 성은을 모름이라.

 

법률의 본의는 이상에 대개 말하였거니와 인선하신 성의를 말씀할진대 관식(官食 : 옥의 죄수에게 관에서 내리는 음식)과 청의를 절차대로 예산지출하는 외에 국가의 경절이면 백반으로 주린 간장을 적시게 하고 융동성서(隆冬盛暑 :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에는 베옷과 솜옷을 특별히 반사(頒賜 : 임금이 물건을 나누어 줌)하시는 외에 사전(賜田 : 임금이 내려준 밭)을 내리사 중수(重囚 : 죄가 무거운 죄수)를 불쌍히 여기매 그 사전이 비록 실시되기 어려워 모르는 백성은 혹 예칙(例勅 : 정례적으로 행하는 훈시)이라고도 하나 실상인즉 법관이 혹 협사(挾詐 : 속으로 간사한 생각을 품음)하여 은택이 드러나게 할 수 없게 한 연고로 성의는 실로 그렇지 않으신 고로 죄수의 정형을 생각하면 옥체가 없는 듯하다 하신 조칙이 여러 번 반포된지라.

 

금년 만수성절에 관민이 일체로 동락하는 경일을 당하여 고기와 쌀을 내리시어 죄수들이 일제히 배부르게 하시고 특별히 칙교를 내리시어 한성판윤 엄주익 씨로 하여금 감옥소에 가서 돈을 반하하게 하시매 당일  황혼에 비가 심히 내리는지라. 엄판윤이 봉명(奉命 : 임금의 명을 받듦)하고 비를 맞으며 옥에 나아가 이미결노소 관동을 물론하고 사백십삼 명 모두에게 사 원씩 주며 일러 말하기를 황태자 전하와 순비마마께서 성의를 받들어 죄수에 궁칙한 죄형을 알외사 전대(前代)에 없는 은혜를 내리심이니 죄를 회개하고 양민들이 되라 하니, 죄수에 뉘 아니 감격하지 않으리오. 종야(終夜)토록 만세 부르는 소리 옥중이 소요히 지내었고 병수(病囚)는 약도 지어 먹고, 주린 자는 음식 사먹으며 벗은 자는 의복을 마련하고 구중에 혹은 헐벗고도 서책을 사서 공부하는 자도 있는지라. 이 돈으로 죽을 목숨이 사는 자 많으니 금수 같은 인생인들 어찌 감은하지 않으리오.

 

이튿날에 다시 엄판윤이 감옥소에 와서 위에서 내리신 백하젓(쌀새우) 아홉 독을 각간에 나누어주고 각간 정형을 살핀 후 특벼히 상주하여 장차 큰 사전이 내리신다 하니, 이 어찌 불효자식을 더욱 사랑하여 은혜로 감동시키는 부모의 은혜가 아니리오. 아닌 게 아니라 성상의 은혜이시나 궁칙한 정형을 통촉되시지 못하시면 어찌 이러하시리오. 판윤 엄주익 씨와 서장 김영선 씨의 받들어 아뢰임이 다만 죄수들에게만 다행일 뿐 아니라 일변 널리 성은이 들어가게 한 공효가 또한 적지않다 할지라.

 

바라건대 이렇듯 감동히 여기는 뜻이 죄수들의 심중에 있을 때에 아무쪼록 자세히 상달하여 참 개과한 죄수들 택하여 많이 방송(법으로 구속했던 이를 풀어 자유롭게 함)할진대 다만 귀화한 양민이 여럿이 생길 뿐 아니라, 좁은 옥에 죄수가 많아 옥이 찼다는 청문이 없을 것이오. 금년 칭경연회에 외국사신들이 오면 옥정을 유람할지니 외모에 수치는 우선 면할지라. 어진 관원이 옳게 말하면 성은이 더욱 크실 줄 믿는 바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