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민이 원혐(怨嫌 : 원망하고 미워함)을 버리고 외모(外侮 : 외부로부터 받는 모욕)를 막을 뜻
제국신문 1902. 8. 30
시에 이르기를 형제가 안에서 싸울지라도 밖으로의 남의 수모는 막는다 하였나니. 이러한 자연한 천리는 악한 사람도 모를 수 없음이라.
우리나라 정부와 백성 사이에 연내(年來)로 대접하여 온 것이 실로 형제 우애 있는 집안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혹, '이 백성 가지고 할 수 없다', 혹 '이 정부 밑에서 살 수 없다'고 하여 다만 서로 나무라고 원망할 뿐 아니라 피차에 서로 행하는 일과 서로 잔해(殘害)하는 일이 많았은즉, 설령 담 막고 문 닫고 앞뒤집이 듣도 보도 못한지라도 집안이 화합치 못하면 만사불성(萬事不成)이라. 하물며 서촌, 동촌 , 남린, 북린의 점잖은 친구와 야릇한 손님이 안방 건넌방에서 작주(酌酒)하는 터에 남의 이목과 나의 천륜을 돌아보지 않고 도리어 그 손님에게 흉도 보며 손님의 힘을 빌어 이기려고 할진대, 내 형이나 내 아우가 욕당하는 것을 분히 여길 줄은 모른다 하기로 그 손님이 겉으로는 나를 위하는 체하나 속으로 실상 나를 더욱 밉게 여겨 필경 내게 미칠 화가 먼저 그 흉중에 있음을 어찌 생각지 않으리오.
형제 간의 정이 불목함은 각기 피리춘추(皮裏春秋 : 제가끔 속셈과 사물에 대한 분별력이 있음)에는 나올 경위가 얼마쯤씩 있을 터이나 국외지인이 볼진대 형제가 다 같이 실수라. 아우가 아우노릇을 얼마나 잘하였으면 형의 뜻을 화평하게 못하며 형이 형노릇을 얼마나 잘하였으면 그 아우를 감화시키지 못하고 피차 골육상잔에 이르렀으리오. 그 해는 피차 다 면할 수 없은즉 우리 백성들도 정부를 향하여 행할 직분을 다 행하였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형제로 말하면 형의 책망이 어린 아우보다 클 것이요, 관민을 말하면 관원의 직책이 아래 백성보다 크다 할지니 우리가 정부 관인의 시비(是非)를 의논할 적에 혹 심한 말이 없지 아니하니 그 정곡을 생각하면 아닌 게 아니라 고통에 이르러서도 부지중 면할 수 없는 바 정부에서는 아무리 듣기 싫고 격노할지라도 우리 이천만 자매들의 형님된 직책으로 불가불 돌려 생각할지니 이 아우와 누이들이 오늘은 아무리 이렇듯 어둡고 어리석으며 완악하고 볼목하여 한갓 원망과 비방만 할지라도, 형님네가 다 잘 가르쳐 밝고 옳은 데로 화하여 들어가게 만드는 날은 다 효제충신하는 신민들이 될지니 이웃사람이 우리 부모에게 털끝이라도 다치게 하면 모두 목숨을 다투어 나아갈 것이요, 타국인이 우리 형님의 뺨을 쳤다 할진대 모두 죽기까지 나아가 설분하고 말지니, 우리 집 우리나라를 이만치 만들어 놓고 함께 산다면 이중에서 누가 더 즐겁고 영귀롭겠는가.
우리 백성은 다만 태평한 낙뿐이거니와 백성의 관민 되신 이들은 그 존귀영화가 홀로 어떠하겠느뇨. 그 만민 부강한 복록을 생각할진대 부국강병한 원인이 우리 백성들보다 더욱 긴할 것이거늘 어찌하여 일시 명리만 위하여 부국강병을 원하는 백성들과 스스로 병난을 일으키려고 하며, 함께 외국의 수모를 받으며 함께 위망(僞妄)에 빠질 염려를 생각지 않느뇨.
청컨대 정부에 계신 우리 형님되신 이들은 우리를 만분의 일만 찬조하여 주어 정부와 함께 부강을 원하는 우리의 일편단심을 전국의 어두운 형제자매들로 하여금 다같이 알아가지고 함께 충애를 모아 큰 집에 진취가 되게 할진대 어찌 정부의 다행이 아니며 인민의 다행이 아니리오.
대개 나라의 학문 발달과 교화 발달을 경영할진대 학교가 제일이라 하나 학교를 설립하고도 학문의 귀한 줄을 몰라 아니 간 사람도 많을 것이요, 알고도 사세(事勢)에 끌려 못간 사람이 또한 태반일 터이니 이 백성들은 학교도 어찌 할 수 없을지라. 신문으로 권면하여 학교에 가기를 권하며 학교를 설립도 하게 하며 학교를 못 가는 사람은 신문으로 대신 알려주는 고로 나라마다 신문을 귀중히 여기며 극히 보호하는 바거늘,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이런 줄을 아시는 관원이 얼마 못 되니 문명상에도 공효가 더디 되려니와 더욱이 외국의 치소(取笑 : 비웃을 거리가 됨)하는 바라. 바라건대 우리의 사사 원혐(怨嫌)은 장차 갚을지라도, 당장 외모(外侮)에는 함께 막아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관민이 원혐(怨嫌 : 원망하고 미워함)을 버리고 외모(外侮 : 외부로부터 받는 모욕)를 막을 뜻
제국신문 1902. 8. 30
시에 이르기를 형제가 안에서 싸울지라도 밖으로의 남의 수모는 막는다 하였나니. 이러한 자연한 천리는 악한 사람도 모를 수 없음이라.
우리나라 정부와 백성 사이에 연내(年來)로 대접하여 온 것이 실로 형제 우애 있는 집안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혹, '이 백성 가지고 할 수 없다', 혹 '이 정부 밑에서 살 수 없다'고 하여 다만 서로 나무라고 원망할 뿐 아니라 피차에 서로 행하는 일과 서로 잔해(殘害)하는 일이 많았은즉, 설령 담 막고 문 닫고 앞뒤집이 듣도 보도 못한지라도 집안이 화합치 못하면 만사불성(萬事不成)이라. 하물며 서촌, 동촌 , 남린, 북린의 점잖은 친구와 야릇한 손님이 안방 건넌방에서 작주(酌酒)하는 터에 남의 이목과 나의 천륜을 돌아보지 않고 도리어 그 손님에게 흉도 보며 손님의 힘을 빌어 이기려고 할진대, 내 형이나 내 아우가 욕당하는 것을 분히 여길 줄은 모른다 하기로 그 손님이 겉으로는 나를 위하는 체하나 속으로 실상 나를 더욱 밉게 여겨 필경 내게 미칠 화가 먼저 그 흉중에 있음을 어찌 생각지 않으리오.
형제 간의 정이 불목함은 각기 피리춘추(皮裏春秋 : 제가끔 속셈과 사물에 대한 분별력이 있음)에는 나올 경위가 얼마쯤씩 있을 터이나 국외지인이 볼진대 형제가 다 같이 실수라. 아우가 아우노릇을 얼마나 잘하였으면 형의 뜻을 화평하게 못하며 형이 형노릇을 얼마나 잘하였으면 그 아우를 감화시키지 못하고 피차 골육상잔에 이르렀으리오. 그 해는 피차 다 면할 수 없은즉 우리 백성들도 정부를 향하여 행할 직분을 다 행하였다고 할 수는 없으나 형제로 말하면 형의 책망이 어린 아우보다 클 것이요, 관민을 말하면 관원의 직책이 아래 백성보다 크다 할지니 우리가 정부 관인의 시비(是非)를 의논할 적에 혹 심한 말이 없지 아니하니 그 정곡을 생각하면 아닌 게 아니라 고통에 이르러서도 부지중 면할 수 없는 바 정부에서는 아무리 듣기 싫고 격노할지라도 우리 이천만 자매들의 형님된 직책으로 불가불 돌려 생각할지니 이 아우와 누이들이 오늘은 아무리 이렇듯 어둡고 어리석으며 완악하고 볼목하여 한갓 원망과 비방만 할지라도, 형님네가 다 잘 가르쳐 밝고 옳은 데로 화하여 들어가게 만드는 날은 다 효제충신하는 신민들이 될지니 이웃사람이 우리 부모에게 털끝이라도 다치게 하면 모두 목숨을 다투어 나아갈 것이요, 타국인이 우리 형님의 뺨을 쳤다 할진대 모두 죽기까지 나아가 설분하고 말지니, 우리 집 우리나라를 이만치 만들어 놓고 함께 산다면 이중에서 누가 더 즐겁고 영귀롭겠는가.
우리 백성은 다만 태평한 낙뿐이거니와 백성의 관민 되신 이들은 그 존귀영화가 홀로 어떠하겠느뇨. 그 만민 부강한 복록을 생각할진대 부국강병한 원인이 우리 백성들보다 더욱 긴할 것이거늘 어찌하여 일시 명리만 위하여 부국강병을 원하는 백성들과 스스로 병난을 일으키려고 하며, 함께 외국의 수모를 받으며 함께 위망(僞妄)에 빠질 염려를 생각지 않느뇨.
청컨대 정부에 계신 우리 형님되신 이들은 우리를 만분의 일만 찬조하여 주어 정부와 함께 부강을 원하는 우리의 일편단심을 전국의 어두운 형제자매들로 하여금 다같이 알아가지고 함께 충애를 모아 큰 집에 진취가 되게 할진대 어찌 정부의 다행이 아니며 인민의 다행이 아니리오.
대개 나라의 학문 발달과 교화 발달을 경영할진대 학교가 제일이라 하나 학교를 설립하고도 학문의 귀한 줄을 몰라 아니 간 사람도 많을 것이요, 알고도 사세(事勢)에 끌려 못간 사람이 또한 태반일 터이니 이 백성들은 학교도 어찌 할 수 없을지라. 신문으로 권면하여 학교에 가기를 권하며 학교를 설립도 하게 하며 학교를 못 가는 사람은 신문으로 대신 알려주는 고로 나라마다 신문을 귀중히 여기며 극히 보호하는 바거늘,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이런 줄을 아시는 관원이 얼마 못 되니 문명상에도 공효가 더디 되려니와 더욱이 외국의 치소(取笑 : 비웃을 거리가 됨)하는 바라. 바라건대 우리의 사사 원혐(怨嫌)은 장차 갚을지라도, 당장 외모(外侮)에는 함께 막아보는 것이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