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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사 접견 때의 예절-제국신문(1902. 8. 29)

관리자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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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사 접견 때의 예절

 

 

제국신문 1902. 8. 29

 

 

금년 청국연회에 각국사신이 많이 온다 하여 정부에서 그 접대할 절차에 십분 주의하는 중이라 하니, 이런 계제를 타서 각국과 교제를 돈독히 하면 널리 명예를 얻어 은근히 칭송함이 생길진대 어찌 다행이 아니리오.

 

대개 집안에 손님이 아니 오면 문호가 속되다 하였으니 점잖은 손님이 많이 오는 것이 곧 내 문호를 빛나게 함이나, 만일 손님 접대하는 절차에 실례함이 있어 내게 수치가 될진대 도리어 손님을 청하지 않은 이만 못할지라. 연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점잖은 빈객을 여러 번 영접하였으니 자연 숙습(熟習 : 몸에 밴 습관)도 전과 다르니 외국예식에 친숙한 이들을 많이 청하여 널리 물어 행함이 좋을지라.

 

연전에 프랑스 헨리 친왕이 동양각국에 유람하니 청국의 몇몇 친왕들은 많이 서양교사를 청해다가 인사하는 법과 손잡고 흔드는 풍속을 배워 미리 연습하였나니, 사람의 고루함이 임시하여 이렇듯 군급한지라.

 

다시 설명하면 외국인을 별로 상종 못한 관민들의 미리 아는 것이 좋을 듯한 것을 두어 가지 기책할지니,

첫째, 비루한 태도가 없어야 체모가 생기나니, 남의 나라 이상한 기계와 패물과 의복이며 각색 집물을 손으로 누르고 만져보며 그 값을 묻는 것이나 외국 인물이나 물건의 이상한 것을 구경하기 위하여 서로 받고 밀며 핍근(逼近 : 썩 가까이 옴)히 모여드는 것은 야만스러워 보이나니 연회에 참견없는 이가 다만 구경을 위하여 모여들면 순검이나 병정들이 외국인 보는 데서 내 나라 사람을 밀며 거리에 아이들도 밀어 단속을 하여, 비루이 매맞으며 가까이 가지 말게 하며 길에 내왕하는 이들이라도 몸을 곧게 하여 걸음을 단정히 하고 부디 입을 다물어 의기가 들어가지 않게 할지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항상 입을 열면 점잖은 사람도 병신스러워 보이나니 부디 정신과 기운이 있어 보이게 하며 음식에 미욱하게(어리석게) 추한 태도가 없어야 할지라.

 

식탁에서의 추한 태도가 없어야 할지라. 우리나라에서는 점잖은 좌석이라도 음식을 대하면 번번히 분잡하여 체모를 잃는 고로 외국인이 항상 조소하는 바라. 말을 많이 하여 정신차릴 수 없게 하지 말며, 요리상을 대하거든 몸을 꼿꼿이 상에 가까이 앉아 음식을 먹을 때에는 과실 외에는 음식에 손을 대지 말고, 수저로 대신하며 음식을 입에 넣은 채로는 말하지 말아야 입안의 추한 것이 남에게 보이지 않게 하며 음식을 씹거나 물을 마셔도 소리를 내지 말고 입을 다물어 삼키며, 과실의 씨나 고기의 뼈를 따로 버리지 말고 먹는 접시 옆으로 밀어 놓았다가 접시와 함께 가지고 가게 하며, 물을 입에 물어 양치하여 토하지 말고 침과 코를 많이 뱉거나 가래를 곤두 올리며, 크게 트름하는 것은 남의 비위를 상하게 하니 금해야 할 것이고, 요강을 방에 놓아 악취기 나는 것과 길에서 대소변을 누어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을 엄금하며, 부인네 있는 곳에서는 무단히 담배를 피우지 아니 하나니 이는 부인이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고로 남 싫어하는 것을 나 좋다고 하는 것은 체모에 틀리는 연고라.

 

부인니나 내 윗사람되는 이에게는 항상 손을 먼저 내밀지 말고 그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면 공손히 잡아 몇 번 흔들되 장갑은 번번히 벗으며 왼손으로는 못하는 법이다. 부인네가 들어오면 항상 좋은 자리를 내어주고 길도 항상 먼저 가게 하며, 혹 관민 간에 무슨 국사를 묻거든 이것은 사석이고  또한 나는 공사를 의논할 직책을 맡지 못해서 말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할지라. 이는 혹 사담에 오착(誤捉)함이 있어 흔단이 생길까 염려함이라.

 

대개 외국인의 점잖음은 몸을 무거이 가지는 데 있지 않고 행동은 쾌활히 하여 우리 안목에는 경한 듯하지만 이는 오히려 흠이 아니다. 걸음을 갈짓자로 걷거나 촌보(寸步)를 종일 옮겨 놓는 것은 도리어 거만비루하여 보이며 부액(扶腋 : 곁부축)과 벽체(壁體 : 건물의 벽이 되는, 측면이 넓고 두께가 얇은 부분)로 남의 위엄을 빌어 점잖아 지려는 것은 남에게 도리어 병신스러워 보이는 것이니 자기가 몸을 단정히 가져 스스로 위엄이 나게 하며 남에게 무단히 굴하여 내 자유권리와 명예에 손해가 되지 말게 하며 남을 내 나라 윗사람보다 지나치게 대접함은 도리어 수모를 자초함이라. 내 나라 거동에 쓰지 못하는 향수를 외국손님이 온다고 길에 뿌리는 이런 일이 다 지나친 대접이라. 내 나라와 상등(相等)되는 대로 접대함이 족하니 혹 무리하게 실례하는 자 있거든 순검 병정이라도 기어이 용서하지 말고 알도록 하는 것이 또한 마땅하니 대개 내 체모를 극히 차린 후에 남의 실례함을 받지 않는 것이 손님 후대하는 도리에는 손해가 없음이라. 

 

이상 설명한 몇 가지를 깊이 보아 배울 것이 있을진대 일후에라도 어지간한 수치는 면할 듯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