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인생을 재촉하도다
제국신문 1902. 8. 23
세월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아니하며 인생이 한 번 늙으면 다시 젊지 못함은 여항(閭巷)동요에도 부르는 바이거니와 우둔무식(愚鈍無識)한 사람은 귀천영욕간에 세상에 살아 있는 것만 중히 여겨 사는 욕심에 끌리는 고로 백년, 천년을 항상 살 줄로만 알고 세월이 가는 것은 깨닫지 못하는지라. 그중에 적이 감동하는 회포가 있는 자는 무릇 세월의 덧없음의 탄식을 스스로 금치 못하다가 추월이 되어 서풍이 옷깃에 들어오며 귀밑이 서늘하고 이슬풀에 벌레는 지저귀며 뜰나무는 바람에 요동하니 비감한 마음이 더욱 감동하여 자연 탄식이 발하며 외로운 생각이 나니 자고로 문장과 시인의 유전하는 글을 볼진대 만고 천지가 과객같이 거연히 지나가니 거품과 하루살이같이 잠시간 다녀가는 탄식이 실로 한량이 없는지라. 시속 선비 중에도 글자나 읽고 풍월귀나 읊조리는 이들은 이 회포가 적지 아니하니 추절(秋節)을 당하여 더욱 비추하는 회포가 응당 간절하리로다.
과연 세월가는 것을 생각할진대 자그마한 시계속에 주야로 째깍째깍 하는 소리가 우리 인생을 재촉하는 것이라. 우리가 이 소리를 항상 들어서 아까도 그 소리요, 어제도 그 소리니 내일 모레가 또한 이 소리라 하여 항상 그 소리로 알며 그러하되 실상은 이 소리 속에서 나서, 이 소리 속에서 살아서, 이 소리로 늙어지느니, 이는 한 번 우는 소리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가고 다시 못 오는 세월이니 이것이 곧 우리를 한 번 늙으면 다시 젊지 못하게 하는 세월이라.
늙으면 죽고 죽으면 다시 나지 못함은 만고에 변치 않는 이치니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할 세상에 헛되이 나서 헛되이 없어질 것을 생각하면 어찌 통곡할 일이 아니리오. 그러므로 자고로 문장에 슬퍼아니한 자 없으며 슬픔을 인연하여 혹 통곡도 하며 혹 호리건곤(壺裏乾坤 : 늘 술에 취하여 있음)에 장취(長醉)하여 일생을 보내는 것은 다 선비의 변통이라. 취한 듯 미친 듯 세월이 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지내자 함이니, 진실로 세상을 잊고자 할진대 차라리 아주 죽어 아주 모르는 것이 나을지라. 어찌 아까운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 버린 사람이 되어 여생을 마치리오. 남아가 출세하여 이 마음이 없어도 못 쓰겠고 이 마음을 인연하여 잃게 버려도 못 쓸지라. 다만 죽어도 썩지 않는 법이 있으니 이는 이름을 끼치는 사업이라. 대소간에 사업을 한 가지씩 세우고 세상을 바랄진대, 나아 몸은 없어져도 나의 이름은 없어지지 않으니 이 이름이 후세에 전하는 대로 빛나는 사적이 천추에 향기로이 남아 듣는 자 그 형용을 사모하여 공업을 추앙(推仰)하게 하여 혹 비를 세워 공업을 기념하고 동상을 만들어 기상을 보게 하나니 이 어찌 영원히 산 사람이 아니리오.
더러운 저 명리객들은 다만 오늘만 사는 줄 알고 편시간(片時間)에 늙어가는 줄은 생각지 못하여 좋은 권리와 좋은 기회를 얻고도 욕심의 종이 되어 혹 불의행사(不義行事)도 하며 혹 음사방탕(淫辭妨蕩)하여 죽어 썩어질 육신을 위하느라고 후일을 경영하지 못하다가 후에 뉘우침이 생기나 그때는 이미 영웅호걸이 늙은지라, 어찌 다시 젊어지리오. 불의를 행하고 영귀를 얻는 자 필경 그 앙화(殃禍)가 몸에 미침을 면치 못하려니와 설혹 다행히 면하여 와석종신(臥席終身 : 자리에 누워 신명을 마친다)할지라도 급기 늙어 죽는 날에 병상에 누워 생각하면 자연 두렵고 뉘우칠 마음도 생기려니와 평생에 부지런히 모은 것이 다 무엇이뇨. 슬프다, 인간 만사가 부운(浮雲 : 뜬 구름)이 되나니 영귀를 탐하여 아까운 기회와 권리를 잃고 천추에 꽃다운 이름을 경영하지 못하는 자는 진실로 더럽고 밉고 또한 불쌍하도다.
대개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남에게 유조(油助)히여 그 공업이 여러 사람에게 널리 미침을 이름이라. 그 은택이 널리 미치면 공업이 클 것이요, 적게 미칠진대 공업이 적을지니. 벼슬에 거한 자 이 공업을 도모할진대 일도 용이하고 공효도 드러나기 쉬울 터이나 명리객은 항상 이것을 경영하지 못하나니 평민으로 성공함이 있을진대 더욱 장하고 귀하게 알지라. 하물며 이때는 백성의 사업이 관원의 사업보다 많은지라 외국의 유명 사업을 한 선비들의 행적을 배워 일생을 헛되이 저버리지 않음이 우리가 서로 권면코자 함이라.
세월이 인생을 재촉하도다
제국신문 1902. 8. 23
세월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아니하며 인생이 한 번 늙으면 다시 젊지 못함은 여항(閭巷)동요에도 부르는 바이거니와 우둔무식(愚鈍無識)한 사람은 귀천영욕간에 세상에 살아 있는 것만 중히 여겨 사는 욕심에 끌리는 고로 백년, 천년을 항상 살 줄로만 알고 세월이 가는 것은 깨닫지 못하는지라. 그중에 적이 감동하는 회포가 있는 자는 무릇 세월의 덧없음의 탄식을 스스로 금치 못하다가 추월이 되어 서풍이 옷깃에 들어오며 귀밑이 서늘하고 이슬풀에 벌레는 지저귀며 뜰나무는 바람에 요동하니 비감한 마음이 더욱 감동하여 자연 탄식이 발하며 외로운 생각이 나니 자고로 문장과 시인의 유전하는 글을 볼진대 만고 천지가 과객같이 거연히 지나가니 거품과 하루살이같이 잠시간 다녀가는 탄식이 실로 한량이 없는지라. 시속 선비 중에도 글자나 읽고 풍월귀나 읊조리는 이들은 이 회포가 적지 아니하니 추절(秋節)을 당하여 더욱 비추하는 회포가 응당 간절하리로다.
과연 세월가는 것을 생각할진대 자그마한 시계속에 주야로 째깍째깍 하는 소리가 우리 인생을 재촉하는 것이라. 우리가 이 소리를 항상 들어서 아까도 그 소리요, 어제도 그 소리니 내일 모레가 또한 이 소리라 하여 항상 그 소리로 알며 그러하되 실상은 이 소리 속에서 나서, 이 소리 속에서 살아서, 이 소리로 늙어지느니, 이는 한 번 우는 소리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가고 다시 못 오는 세월이니 이것이 곧 우리를 한 번 늙으면 다시 젊지 못하게 하는 세월이라.
늙으면 죽고 죽으면 다시 나지 못함은 만고에 변치 않는 이치니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할 세상에 헛되이 나서 헛되이 없어질 것을 생각하면 어찌 통곡할 일이 아니리오. 그러므로 자고로 문장에 슬퍼아니한 자 없으며 슬픔을 인연하여 혹 통곡도 하며 혹 호리건곤(壺裏乾坤 : 늘 술에 취하여 있음)에 장취(長醉)하여 일생을 보내는 것은 다 선비의 변통이라. 취한 듯 미친 듯 세월이 가는 것을 잊어버리고 지내자 함이니, 진실로 세상을 잊고자 할진대 차라리 아주 죽어 아주 모르는 것이 나을지라. 어찌 아까운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 버린 사람이 되어 여생을 마치리오. 남아가 출세하여 이 마음이 없어도 못 쓰겠고 이 마음을 인연하여 잃게 버려도 못 쓸지라. 다만 죽어도 썩지 않는 법이 있으니 이는 이름을 끼치는 사업이라. 대소간에 사업을 한 가지씩 세우고 세상을 바랄진대, 나아 몸은 없어져도 나의 이름은 없어지지 않으니 이 이름이 후세에 전하는 대로 빛나는 사적이 천추에 향기로이 남아 듣는 자 그 형용을 사모하여 공업을 추앙(推仰)하게 하여 혹 비를 세워 공업을 기념하고 동상을 만들어 기상을 보게 하나니 이 어찌 영원히 산 사람이 아니리오.
더러운 저 명리객들은 다만 오늘만 사는 줄 알고 편시간(片時間)에 늙어가는 줄은 생각지 못하여 좋은 권리와 좋은 기회를 얻고도 욕심의 종이 되어 혹 불의행사(不義行事)도 하며 혹 음사방탕(淫辭妨蕩)하여 죽어 썩어질 육신을 위하느라고 후일을 경영하지 못하다가 후에 뉘우침이 생기나 그때는 이미 영웅호걸이 늙은지라, 어찌 다시 젊어지리오. 불의를 행하고 영귀를 얻는 자 필경 그 앙화(殃禍)가 몸에 미침을 면치 못하려니와 설혹 다행히 면하여 와석종신(臥席終身 : 자리에 누워 신명을 마친다)할지라도 급기 늙어 죽는 날에 병상에 누워 생각하면 자연 두렵고 뉘우칠 마음도 생기려니와 평생에 부지런히 모은 것이 다 무엇이뇨. 슬프다, 인간 만사가 부운(浮雲 : 뜬 구름)이 되나니 영귀를 탐하여 아까운 기회와 권리를 잃고 천추에 꽃다운 이름을 경영하지 못하는 자는 진실로 더럽고 밉고 또한 불쌍하도다.
대개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남에게 유조(油助)히여 그 공업이 여러 사람에게 널리 미침을 이름이라. 그 은택이 널리 미치면 공업이 클 것이요, 적게 미칠진대 공업이 적을지니. 벼슬에 거한 자 이 공업을 도모할진대 일도 용이하고 공효도 드러나기 쉬울 터이나 명리객은 항상 이것을 경영하지 못하나니 평민으로 성공함이 있을진대 더욱 장하고 귀하게 알지라. 하물며 이때는 백성의 사업이 관원의 사업보다 많은지라 외국의 유명 사업을 한 선비들의 행적을 배워 일생을 헛되이 저버리지 않음이 우리가 서로 권면코자 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