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부강문명의 근원-제국신문(1902. 10. 29)

관리자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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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강문명의 근원

 

 

 

제국신문 1902. 10. 29

 

 

세계의 문명 근원을 상고하건대 인물과 정치 교화가 다 아시아 주에서 생겨서 아프리카주를 지나 구라파로 들어가 퍼져가지고 아메리카주까지 미쳤으니 이집트와 그리스와 로마가 서로 전하여 점점 더욱 성하였고 오백 년 전에 로마가 명하여 개명이 세계에 퍼져 영미 등의 나라가 다 여기서 얻은 문명으로 날마다 진보하여 오늘날 극한 세력을 누리나니 실상은 다 우리 동양에서 근원이 생겨 아시아 모든 나라가 극히 문명한 때에 영미국 등은 이름도 없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렇듯 성쇠의 이치가 바뀌었나니 반드시 그 연고가 있을지로다먼저 열린 동양은 어찌하여 이렇듯 쇠약하고 나중에 배운 서양은 어찌하여 저렇듯 강성하뇨그 연고를 물을진대 다만 지혜 길을 열고 열지 못하기에 있는지라.

당초 정치와 교화의 근원이 옛인들이 창설하신 바라모든 성현들이 아니런들 우리가 아직 오랑캐를 면하지 못하였을지니 문명의 근원을 열어 놓기는 이 성현네가 하셨다 하겠으나 일변으로 생각하면 문명의 지혜를 막은 자 또한 옛 성현네라 한지라.

옛사람의 글과 옛사람의 말을 자세히 연구하여 볼진대 항상 옛 성현은 곧 천신같이 높여 후세 사람들이 능히 따르지 못할 줄로 알게 한지라옛 성현의 말하지 않으신 것은 후세 사람들이 말을 못하며옛사람이 행하지 못하는 것은 후세 사람이 행하지 못하고고인(古人)이 모르는 것은 후인이 알지 못하여 설령 지혜가 고인보다 나은 자 있어도 성인의 모르는 것과 잘못하는 것을 바로 잡으려 하면 곧 난적으로 몰리매 사농공상과 각색 것이 다 옛사람의 말에 결박된 바 되어 조금도 넘치지 못함이라옛글에는 격물치지 등 설이 있으되 그 사람이 물건이치를 발명하지 못하여 금은동철을 캐어쓰지 못하며 전기공기 등을 잡아 쓰지 못하였나니 이 어찌 옛사람들의 해를 받아 지혜 길을 막음이 아니리요실상인즉 옛사람이 말한 바는 예의만 말할 뿐이요그 외에 참 이치가 있는 줄은 모르는 고로 그 말이 많을수록 참 이치와 어기는 것이 많은지라.
 

그러나 그 말한 바가 다 당세의 어두운 사람들의 의사에 합하는 고로 천신같이 받들어 추신하여 조금도 분석하지 못하였으매 어찌 지혜가 더 나갈 수 있으리요이러므로 옛사람의 정치와 교화가 일호도 더 늘지도 못하였나니 늘지 못하면 줄어드는 것은 자연한 아치라 인하여 동양은 이렇듯 쇠하였고 서양사람들은 중간에 유명한 철학자들이 생겨 이르되 고인의 지극한 도덕인애가 다 옳고 지킬만한 것이나 세월이 갈수록 따라 변하여야 진보가 되리라 하며 혹은 말하기를 고인이 우리들을 먼저 인도한 자 되었은즉 어찌 후손을 막으리오 하며 혹은 세상만사를 다 새로 분석확인하는 것을 주장 삼아 이르되 옛사람의 말씀이니 의심 없다는 말을 마땅히 버리고 일마다 먼저 의심을 두어 내 눈으로 친히 본 후에 믿어서 의심 중에서 믿음을 얻으며 이것이 참 믿음이라 하나니이런 말이 세상에 통행하여 모두 준신하매 이후로 새 의사가 척척히 생겨 옛사람이 못한 문명을 차차 성공할 것이라.

대한 사람들도 이런 세상을 당하여 종시 옛사람의 말만 고집하지 말고 각기 자기 지혜로 생각하여 이치를 궁구하여 제 정신을 차릴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