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동서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은 말할 것 없거니와 대강이라도 세상 형편을 짐작하는 이는 개명주의가 하루바삐 확장되어야 부지할 것이요, 개명주의를 확장하고자 할진대 교육이 아니면 어찌 할 수 없는 줄을 다 알아들을지라. 그런즉 교육이 아니면 나라와 백성이 흥왕발달할 수 없으니 교육이 제일 급하다 하는 바나, 교육에도 분간이 있는지라. 학교를 설시하여 인재를 내자 하나 학교는 무슨 돈으로 방방곡곡에 일조 일석에 설시하겠으며 설령 방방곡곡에 설시한다 함은 당장에 시행할 수 없은즉 일어나 영어를 몇 해 배워가지고 그 글로 책을 볼 만한 후에야 참 학문을 공부해 보겠고 또한 그 후엔들 학도된 이들만 학문이 있고 전국남녀는 다 어두워서 동서를 분간하지 못할진대 어찌 교육 공효가 있으리오. 그런즉 지금 제일 급하고 긴한 것은 새 학문 서책이라. 일변 학교를 세우고 생도를 가르치려고 해도 국문으로 번역한 학문 서책이 있어야 하겠고, 일변으로 공부 못한 사람과 안 하는 전국남녀노소들로 하여금 사람마다 보고 읽어야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도들도 효험이 있을 것이요, 또한 백성들이 학문의 긴한 줄을 알아서 국재를 의뢰하지 아니하고 각기 자의로 학교를 설시하여 서로 권면하며 가르칠지니 경장 시초에 제일 먼저 할 일이 서책을 만들어 전국에 퍼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이십여 년 내로 경장주의를 인연하여 내란도 몇 번 있었고 법들도 고쳐 보았으나 오늘까지도 책 만들어 전파할 회사라든지 공회를 지은 것은 없고 연전에 학부에서 편집국을 세워 대한사기 지지와 심상, 소학, 공법, 회통, 태서, 신사 등 서책을 청국에서 만든대로 발간하여 도로 한문으로 내고 다만 태서, 신사를 국문으로 번역하였으나, 한문을 모르는 이는 볼 수 없이 만들었고 그 외에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하였으매 연래 신문으로 인연하여 패가망신한 이도 있으니 그 후로는 책의 글에 옳은 말을 하다가 다시 화를 당하였다는 이는 없으니 국중의 인민이 개화의 이익을 어찌 깨달으리오. 경장 이후로 생도를 뽑아서 서양각국에는 보내어 본 적도 없거니와 몇십 명 일본에 보낸 것이 학자금을 주지 못하여 무수히 곤경을 겪으며 타국의 거랭이 노릇을 하니 생도된 자들에게도 불행이거니와 세상에서 대한 정부와 백성을 일체로 어떠하다고 하겠는가. 이로 말하면 유학생을 보냈다고 말할 수 없이 되었으나 그 후로 종종 미국에 가서 공부도 하고 근자에 돌아온 자도 여럿이요,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자도 여럿이라.
그 결과 의식의 개명함은 의심할 것 없거니와 본래 외국 가서 공부하는 본의는 새 학문을 먼저 배워 가지고 내 나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어 열리게 하는 것이 첫째 직책이기로, 돌아온 후에는 서책을 만드는 것이 의레 하는 일이거늘 우리나라의 생도들은 책 한 권 만들어낸 자 없으니 설령 발간할 수가 없어 그러할진대 국중 신문에 대강이라도 기록하여 세상이 어떠함을 만분지일이라도 알게 하면 좋을진대 당초에 이런 것을 보지 못하니 그 무슨 연고뇨? 학식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그러한가 생각하건대 학식이 부족함이 아니라 실로 충애의 마음을 많이 배양하지 못함이라. 공부를 하여가지고 내게 이로울 것을 먼저 생각한즉 권문세가에 추세(趨勢: 권세에 아부함)도 하여야 되겠고 억지 입시도 치뤄야 될 터이니 이 판세에서 개명하는 주의를 가지고는 합할 수가 없으니 불가불 배운 것은 다 버려두고 남 하는대로 가야 될지라. 능히 개명 변으로 입을 열지 못함이니 새로 배우는 이들은 부디 남의 나라 백성의 충애지심을 먼저 배워 볼지어다.
남의 나라 충애지심(忠愛之心) 먼저 배우자
제국신문 1902. 10. 28
아직까지도 동서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은 말할 것 없거니와 대강이라도 세상 형편을 짐작하는 이는 개명주의가 하루바삐 확장되어야 부지할 것이요, 개명주의를 확장하고자 할진대 교육이 아니면 어찌 할 수 없는 줄을 다 알아들을지라. 그런즉 교육이 아니면 나라와 백성이 흥왕발달할 수 없으니 교육이 제일 급하다 하는 바나, 교육에도 분간이 있는지라. 학교를 설시하여 인재를 내자 하나 학교는 무슨 돈으로 방방곡곡에 일조 일석에 설시하겠으며 설령 방방곡곡에 설시한다 함은 당장에 시행할 수 없은즉 일어나 영어를 몇 해 배워가지고 그 글로 책을 볼 만한 후에야 참 학문을 공부해 보겠고 또한 그 후엔들 학도된 이들만 학문이 있고 전국남녀는 다 어두워서 동서를 분간하지 못할진대 어찌 교육 공효가 있으리오.
그런즉 지금 제일 급하고 긴한 것은 새 학문 서책이라. 일변 학교를 세우고 생도를 가르치려고 해도 국문으로 번역한 학문 서책이 있어야 하겠고, 일변으로 공부 못한 사람과 안 하는 전국남녀노소들로 하여금 사람마다 보고 읽어야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도들도 효험이 있을 것이요, 또한 백성들이 학문의 긴한 줄을 알아서 국재를 의뢰하지 아니하고 각기 자의로 학교를 설시하여 서로 권면하며 가르칠지니 경장 시초에 제일 먼저 할 일이 서책을 만들어 전국에 퍼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이십여 년 내로 경장주의를 인연하여 내란도 몇 번 있었고 법들도 고쳐 보았으나 오늘까지도 책 만들어 전파할 회사라든지 공회를 지은 것은 없고 연전에 학부에서 편집국을 세워 대한사기 지지와 심상, 소학, 공법, 회통, 태서, 신사 등 서책을 청국에서 만든대로 발간하여 도로 한문으로 내고 다만 태서, 신사를 국문으로 번역하였으나, 한문을 모르는 이는 볼 수 없이 만들었고 그 외에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하였으매 연래 신문으로 인연하여 패가망신한 이도 있으니 그 후로는 책의 글에 옳은 말을 하다가 다시 화를 당하였다는 이는 없으니 국중의 인민이 개화의 이익을 어찌 깨달으리오.
경장 이후로 생도를 뽑아서 서양각국에는 보내어 본 적도 없거니와 몇십 명 일본에 보낸 것이 학자금을 주지 못하여 무수히 곤경을 겪으며 타국의 거랭이 노릇을 하니 생도된 자들에게도 불행이거니와 세상에서 대한 정부와 백성을 일체로 어떠하다고 하겠는가. 이로 말하면 유학생을 보냈다고 말할 수 없이 되었으나 그 후로 종종 미국에 가서 공부도 하고 근자에 돌아온 자도 여럿이요,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자도 여럿이라.
그 결과 의식의 개명함은 의심할 것 없거니와 본래 외국 가서 공부하는 본의는 새 학문을 먼저 배워 가지고 내 나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어 열리게 하는 것이 첫째 직책이기로, 돌아온 후에는 서책을 만드는 것이 의레 하는 일이거늘 우리나라의 생도들은 책 한 권 만들어낸 자 없으니 설령 발간할 수가 없어 그러할진대 국중 신문에 대강이라도 기록하여 세상이 어떠함을 만분지일이라도 알게 하면 좋을진대 당초에 이런 것을 보지 못하니 그 무슨 연고뇨? 학식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그러한가 생각하건대 학식이 부족함이 아니라 실로 충애의 마음을 많이 배양하지 못함이라. 공부를 하여가지고 내게 이로울 것을 먼저 생각한즉 권문세가에 추세(趨勢: 권세에 아부함)도 하여야 되겠고 억지 입시도 치뤄야 될 터이니 이 판세에서 개명하는 주의를 가지고는 합할 수가 없으니 불가불 배운 것은 다 버려두고 남 하는대로 가야 될지라. 능히 개명 변으로 입을 열지 못함이니 새로 배우는 이들은 부디 남의 나라 백성의 충애지심을 먼저 배워 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