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남의 나라 충애지심(忠愛之心) 먼저 배우자-제국신문(1902. 10. 28)

관리자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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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충애지심(忠愛之心) 먼저 배우자

 

 

 

제국신문 1902. 10. 28

 

 

아직까지도 동서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은 말할 것 없거니와 대강이라도 세상 형편을 짐작하는 이는 개명주의가 하루바삐 확장되어야 부지할 것이요개명주의를 확장하고자 할진대 교육이 아니면 어찌 할 수 없는 줄을 다 알아들을지라그런즉 교육이 아니면 나라와 백성이 흥왕발달할 수 없으니 교육이 제일 급하다 하는 바나교육에도 분간이 있는지라학교를 설시하여 인재를 내자 하나 학교는 무슨 돈으로 방방곡곡에 일조 일석에 설시하겠으며 설령 방방곡곡에 설시한다 함은 당장에 시행할 수 없은즉 일어나 영어를 몇 해 배워가지고 그 글로 책을 볼 만한 후에야 참 학문을 공부해 보겠고 또한 그 후엔들 학도된 이들만 학문이 있고 전국남녀는 다 어두워서 동서를 분간하지 못할진대 어찌 교육 공효가 있으리오.

그런즉 지금 제일 급하고 긴한 것은 새 학문 서책이라일변 학교를 세우고 생도를 가르치려고 해도 국문으로 번역한 학문 서책이 있어야 하겠고일변으로 공부 못한 사람과 안 하는 전국남녀노소들로 하여금 사람마다 보고 읽어야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도들도 효험이 있을 것이요또한 백성들이 학문의 긴한 줄을 알아서 국재를 의뢰하지 아니하고 각기 자의로 학교를 설시하여 서로 권면하며 가르칠지니 경장 시초에 제일 먼저 할 일이 서책을 만들어 전국에 퍼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이십여 년 내로 경장주의를 인연하여 내란도 몇 번 있었고 법들도 고쳐 보았으나 오늘까지도 책 만들어 전파할 회사라든지 공회를 지은 것은 없고 연전에 학부에서 편집국을 세워 대한사기 지지와 심상, 소학, 공법, 회통, 태서, 신사 등 서책을 청국에서 만든대로 발간하여 도로 한문으로 내고 다만 태서, 신사를 국문으로 번역하였으나한문을 모르는 이는 볼 수 없이 만들었고 그 외에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하였으매 연래 신문으로 인연하여 패가망신한 이도 있으니 그 후로는 책의 글에 옳은 말을 하다가 다시 화를 당하였다는 이는 없으니 국중의 인민이 개화의 이익을 어찌 깨달으리오.

경장 이후로 생도를 뽑아서 서양각국에는 보내어 본 적도 없거니와 몇십 명 일본에 보낸 것이 학자금을 주지 못하여 무수히 곤경을 겪으며 타국의 거랭이 노릇을 하니 생도된 자들에게도 불행이거니와 세상에서 대한 정부와 백성을 일체로 어떠하다고 하겠는가이로 말하면 유학생을 보냈다고 말할 수 없이 되었으나 그 후로 종종 미국에 가서 공부도 하고 근자에 돌아온 자도 여럿이요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자도 여럿이라.

그 결과 의식의 개명함은 의심할 것 없거니와 본래 외국 가서 공부하는 본의는 새 학문을 먼저 배워 가지고 내 나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어 열리게 하는 것이 첫째 직책이기로돌아온 후에는 서책을 만드는 것이 의레 하는 일이거늘 우리나라의 생도들은 책 한 권 만들어낸 자 없으니 설령 발간할 수가 없어 그러할진대 국중 신문에 대강이라도 기록하여 세상이 어떠함을 만분지일이라도 알게 하면 좋을진대 당초에 이런 것을 보지 못하니 그 무슨 연고뇨학식이 이에 미치지 못하여 그러한가 생각하건대 학식이 부족함이 아니라 실로 충애의 마음을 많이 배양하지 못함이라공부를 하여가지고 내게 이로울 것을 먼저 생각한즉 권문세가에 추세(趨勢권세에 아부함)도 하여야 되겠고 억지 입시도 치뤄야 될 터이니 이 판세에서 개명하는 주의를 가지고는 합할 수가 없으니 불가불 배운 것은 다 버려두고 남 하는대로 가야 될지라능히 개명 변으로 입을 열지 못함이니 새로 배우는 이들은 부디 남의 나라 백성의 충애지심을 먼저 배워 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