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충심(忠心)이 변하여 역심(逆心)이 나다-제국신문(1902. 10. 24)

관리자
2017-12-09
조회수 2041

충심(忠心)이 변하여 역심(逆心)이 나다

 

 

제국신문 1902. 10. 24

 

 

사람이 되어서 제 집안 잘 되기 원치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신민이 되어서 나라 잘 되기를 원치 않는 자 어디 있으리요?
 

본 기자도 불행히 이 나라의 한낱 신민이 되어 목숨을 버리고라도 이 나라 일이 조금되어 가는 구석을 볼까 하여 이 되지 못한 신문장을 가지고 날마다 말한 바를 혹 간절히  감동할 만하게도 해 보았고혹 흉과 비방같이도 해 들어서 부끄러운 생각이 날만하게도 해 보았고통분격발하여서 사람의 피가 끓고 두 발이 일어나게도 해 보아서 백 가지로 시행하지 않은 일이 없으매 그 중에 과격한 말도 있고 혹 남이 못할 위험한 말도 없지 않았으나 듣는 사람은 코웃음치고옆에 구경꾼은 귀 밖으로 들으니 통히 이 천지에는 이 나라를 위하여 애쓸 사람도 없고 일할 사람도 없은즉 다른 천지에서 이 나라 일할 사람과 걱정할 사람이 생긴 후에야 되어도 되고말아도 말지라홀로 쓸데없는 빈말이라도 주야에 애쓰는 놈이 도리어 어리석고 미련한 물건이로다.

 

속담에 외손뼉이 울지 못한다 하나 외손뼉은 어디 가서 닿는 데는 소리가 있으려니와 이 천지에는 손뼉이 가서 닿을 곳이 없어 혼자 사방을 휘저을 뿐이요닿는 것은 없으니 그 손을 젓는 자가 도리어 미친 사람이 되는지라손으로 뺨을 치되 아픈 줄도 모르고 얼굴에 침을 뱉되 부끄러운 줄을 모른 후에야 그 자리에 대하여 다시 말하는 놈이 바사가(바사기사리에 어둡고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의 아들이라나라 일이 잘 되기를 기다리는 간정한 충심이 변하여 통분한 충분이 되어가지고 마침내 역심이 될 지경에 이르는 것은 그 놈이 본래 불량하거나 불충하여 그러함이 아니라분심이 극한 후에는 이 어찌 할 수 없는 연고이라.

옛날에 어떤 사람은 재물이 많은 거부인데 매일 축원하는 말이 이 세간이 잘 망하게 하여 달라고 하는지라듣는 자가 묻기를 재물이 잘 흥하기를 빌지 않고 잘 망하기를 축원함은 무슨 연고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재물을 모으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망할 때 잘 망하기가 어렵다’ 하였으니 이 어찌 유식한 말이 아니리오.

 

옛 글에 하였으되 너무 무도한 세상이 아니면 하늘이 다 붙들어 주고자 하신다 하였나니 사람이 만분지일이라도 사람의 도리만 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이렇게 만들지 않으실 것이거늘 수년 동안을 외국인들이 대한의 일에 관계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다가 그 동안에 어떻게 일들을 하였는지 지금은 외국인의 공론이 그러할 수 없다 하여 범사를 다 간섭하고자 하매 밖의 핍박이 날로 심한지라우리 이천만 인구를 합하여 한 정부 권리를 받들다가는 열냥짜리나 서 푼짜리 일에 모두 외국명령을 들어 시행하게 할진대 이천만 명은 다 산 사람인가 죽은 시신인가 기왕 자의로 할진대 죽을 말이라도 남의 지휘는 듣지 말 것이요만일 아니 들을 수 없는 줄로 알진대 남이 말할 겨를없이 이 못된 신문의 말이라도 들어 결단코 시행할 것이거늘 막중 죄수를 남의 시비에 밀려 마지 못하여 내어 놓으며 내 백성을 임의로 못하며 아직도 개명이라고는 죽기로서 아니할진대 어찌 하고자 하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