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되어서 제 집안 잘 되기 원치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신민이 되어서 나라 잘 되기를 원치 않는 자 어디 있으리요?
본 기자도 불행히 이 나라의 한낱 신민이 되어 목숨을 버리고라도 이 나라 일이 조금되어 가는 구석을 볼까 하여 이 되지 못한 신문장을 가지고 날마다 말한 바를 혹 간절히감동할 만하게도 해 보았고, 혹 흉과 비방같이도 해 들어서 부끄러운 생각이 날만하게도 해 보았고, 통분격발하여서 사람의 피가 끓고 두 발이 일어나게도 해 보아서 백 가지로 시행하지 않은 일이 없으매 그 중에 과격한 말도 있고 혹 남이 못할 위험한 말도 없지 않았으나 듣는 사람은 코웃음치고, 옆에 구경꾼은 귀 밖으로 들으니 통히 이 천지에는 이 나라를 위하여 애쓸 사람도 없고 일할 사람도 없은즉 다른 천지에서 이 나라 일할 사람과 걱정할 사람이 생긴 후에야 되어도 되고, 말아도 말지라. 홀로 쓸데없는 빈말이라도 주야에 애쓰는 놈이 도리어 어리석고 미련한 물건이로다.
속담에 외손뼉이 울지 못한다 하나 외손뼉은 어디 가서 닿는 데는 소리가 있으려니와 이 천지에는 손뼉이 가서 닿을 곳이 없어 혼자 사방을 휘저을 뿐이요, 닿는 것은 없으니 그 손을 젓는 자가 도리어 미친 사람이 되는지라. 손으로 뺨을 치되 아픈 줄도 모르고 얼굴에 침을 뱉되 부끄러운 줄을 모른 후에야 그 자리에 대하여 다시 말하는 놈이 바사가(바사기: 사리에 어둡고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의 아들이라. 나라 일이 잘 되기를 기다리는 간정한 충심이 변하여 통분한 충분이 되어가지고 마침내 역심이 될 지경에 이르는 것은 그 놈이 본래 불량하거나 불충하여 그러함이 아니라, 분심이 극한 후에는 이 어찌 할 수 없는 연고이라. 옛날에 어떤 사람은 재물이 많은 거부인데 매일 축원하는 말이 이 세간이 잘 망하게 하여 달라고 하는지라. 듣는 자가 묻기를 ‘재물이 잘 흥하기를 빌지 않고 잘 망하기를 축원함은 무슨 연고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재물을 모으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망할 때 잘 망하기가 어렵다’ 하였으니 이 어찌 유식한 말이 아니리오.
옛 글에 하였으되 너무 무도한 세상이 아니면 하늘이 다 붙들어 주고자 하신다 하였나니 사람이 만분지일이라도 사람의 도리만 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이렇게 만들지 않으실 것이거늘 수년 동안을 외국인들이 대한의 일에 관계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다가 그 동안에 어떻게 일들을 하였는지 지금은 외국인의 공론이 그러할 수 없다 하여 범사를 다 간섭하고자 하매 밖의 핍박이 날로 심한지라. 우리 이천만 인구를 합하여 한 정부 권리를 받들다가는 열냥짜리나 서 푼짜리 일에 모두 외국명령을 들어 시행하게 할진대 이천만 명은 다 산 사람인가 죽은 시신인가 기왕 자의로 할진대 죽을 말이라도 남의 지휘는 듣지 말 것이요, 만일 아니 들을 수 없는 줄로 알진대 남이 말할 겨를없이 이 못된 신문의 말이라도 들어 결단코 시행할 것이거늘 막중 죄수를 남의 시비에 밀려 마지 못하여 내어 놓으며 내 백성을 임의로 못하며 아직도 개명이라고는 죽기로’서 아니할진대 어찌 하고자 하느뇨.
충심(忠心)이 변하여 역심(逆心)이 나다
제국신문 1902. 10. 24
사람이 되어서 제 집안 잘 되기 원치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신민이 되어서 나라 잘 되기를 원치 않는 자 어디 있으리요?
본 기자도 불행히 이 나라의 한낱 신민이 되어 목숨을 버리고라도 이 나라 일이 조금되어 가는 구석을 볼까 하여 이 되지 못한 신문장을 가지고 날마다 말한 바를 혹 간절히 감동할 만하게도 해 보았고, 혹 흉과 비방같이도 해 들어서 부끄러운 생각이 날만하게도 해 보았고, 통분격발하여서 사람의 피가 끓고 두 발이 일어나게도 해 보아서 백 가지로 시행하지 않은 일이 없으매 그 중에 과격한 말도 있고 혹 남이 못할 위험한 말도 없지 않았으나 듣는 사람은 코웃음치고, 옆에 구경꾼은 귀 밖으로 들으니 통히 이 천지에는 이 나라를 위하여 애쓸 사람도 없고 일할 사람도 없은즉 다른 천지에서 이 나라 일할 사람과 걱정할 사람이 생긴 후에야 되어도 되고, 말아도 말지라. 홀로 쓸데없는 빈말이라도 주야에 애쓰는 놈이 도리어 어리석고 미련한 물건이로다.
속담에 외손뼉이 울지 못한다 하나 외손뼉은 어디 가서 닿는 데는 소리가 있으려니와 이 천지에는 손뼉이 가서 닿을 곳이 없어 혼자 사방을 휘저을 뿐이요, 닿는 것은 없으니 그 손을 젓는 자가 도리어 미친 사람이 되는지라. 손으로 뺨을 치되 아픈 줄도 모르고 얼굴에 침을 뱉되 부끄러운 줄을 모른 후에야 그 자리에 대하여 다시 말하는 놈이 바사가(바사기: 사리에 어둡고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의 아들이라. 나라 일이 잘 되기를 기다리는 간정한 충심이 변하여 통분한 충분이 되어가지고 마침내 역심이 될 지경에 이르는 것은 그 놈이 본래 불량하거나 불충하여 그러함이 아니라, 분심이 극한 후에는 이 어찌 할 수 없는 연고이라.
옛날에 어떤 사람은 재물이 많은 거부인데 매일 축원하는 말이 이 세간이 잘 망하게 하여 달라고 하는지라. 듣는 자가 묻기를 ‘재물이 잘 흥하기를 빌지 않고 잘 망하기를 축원함은 무슨 연고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재물을 모으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망할 때 잘 망하기가 어렵다’ 하였으니 이 어찌 유식한 말이 아니리오.
옛 글에 하였으되 너무 무도한 세상이 아니면 하늘이 다 붙들어 주고자 하신다 하였나니 사람이 만분지일이라도 사람의 도리만 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이렇게 만들지 않으실 것이거늘 수년 동안을 외국인들이 대한의 일에 관계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다가 그 동안에 어떻게 일들을 하였는지 지금은 외국인의 공론이 그러할 수 없다 하여 범사를 다 간섭하고자 하매 밖의 핍박이 날로 심한지라. 우리 이천만 인구를 합하여 한 정부 권리를 받들다가는 열냥짜리나 서 푼짜리 일에 모두 외국명령을 들어 시행하게 할진대 이천만 명은 다 산 사람인가 죽은 시신인가 기왕 자의로 할진대 죽을 말이라도 남의 지휘는 듣지 말 것이요, 만일 아니 들을 수 없는 줄로 알진대 남이 말할 겨를없이 이 못된 신문의 말이라도 들어 결단코 시행할 것이거늘 막중 죄수를 남의 시비에 밀려 마지 못하여 내어 놓으며 내 백성을 임의로 못하며 아직도 개명이라고는 죽기로’서 아니할진대 어찌 하고자 하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