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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군명(君命)을 칭악(稱惡)함이 신하의 큰 죄-제국신문(1902. 10. 8)

관리자
2017-11-15
조회수 1594

군명(君命)을 칭악(稱惡)함이 신하의 큰 죄

 

 

제국신문 1902. 10. 8

 

 

지금 세상 형편을 아나 모르나 소위 완고당이나 개화당이나 통히 물론하고 눈 있고 귀 있는 사람은 좌우 간에 우리나라 사정이 말이 아닌 줄은 다 짐작이 있을지라. 태평무사할 때에도 신하와 백성이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나라가 위태하려 함을 저의 처지에 앉아 조금인들 범연하고야 어찌 지탱하기를 바라리오. 이때에 진실로 충군애국하는 신민이 있으면 몸을 버려 국은을 갚기 겨를치 못하려던 종시의 충의지심은 일호도 보지 못하고 도리어 임군에 위태하시고 나라에 해될 일만 주야로 힘쓰면 실로 그 뜻을 측량하기 어렵도다.

 

아래 백성된 자의 교육과 덕화가 깊어지지 못하면 충애의 본의를 알기가 어렵다 하려니와 지어 요망에 대소관원되신 이들은 국은을 입어 옛 오백여 년을 국록지신으로 전하여 내린 이도 있고 혹 당장에 황은을 입어 부와 명예를 같이 누리는 자도 적지 아니한즉 설령 인륜의 도리는 몰라 신하로서 임금께 충성하는 의리는 없다 할지라도 사람되고 은혜 모르는 것은 곧 금수에도 비치 못할 것이라. 내 조상 이후로 부귀영화를 누림과 내 몸 이후로 자손이 누릴 복락을 생각하면 다 어디서 생겼으며 누구의 은혜로 되었느뇨. 모두 다 우리 이씨 세대에 된 것이요, 우리 황실이 주신 바라. 기왕 받은 은혜나 당장 받는 은혜를 생각하면 오늘날 나라가 위태하고 황실이 편안하지 못하신 때를 당하여 한 번 목숨을 버려 위로 갚는 것이 과하다 하겠는가. 황실을 위하여 백 번 죽어도 은혜가 오히려 남을지라.

 

마땅히 근본을 생각하여 만분지일이라도 갚기를 도모할지라. 설령 죽기는 참 어려울진대 여간 중역한 일은 두려워 아니하고 붙들어서 바로 잡으려 하려면 도리어 나라에 해가 클지라도 제게 조금이나마 이로울 듯하면 행하기 진심갈력하며, 나라에 큰 이익이 될 일이라도 제게 호리같은 해가 있을진대 맹세코 아니하니 이 어찌 사람의 도리라 하리오. 그 중에 혹 보은하려 하는 자 있다 하여도 그 사리를 생각하지 못하고 옳은 도리로 하지 못하여 도리어 해가 됨이 없지 아니하니, 이는 한갓 상의를 승순하며 백성을 긁어서라도 위에 바치는 것을 충성으로 알아 이르되 이것이 임금께 이로우시리라 하며 도리어 큰 해되는 줄을 모르니 어찌 개탄할 바 아니리오.

 

설령 임금을 편하시게 하여 드리며 성의가 기쁘시게 하는 것이 충심이라 할지라도 그 임금의 옥체가 잠시만 편하시고 성의가 잠시만 기쁘시고 인하여 곧 큰 화와 해가 생길진대 어찌 충심이라 하리오. 마땅히 영구히 기쁘시며 영구히 안녕하시게 받들어야 참 충심의 공효라 할지니 궁내부의 일 푼이 없고라도 전국 인민이 성덕을 감복하여 다투어 죽고라도 보호하여 드리려 하게 만들어 황영을 거역할 일을 당할지라도 임금의 덕과 심신에 해 되는 일은 없도록 하여서 기어이 임금의 덕이 만민에게 미치며 옳은 정사가 세상에 드러나게 하여야 비로소 나라가 편할지니 나라가 편한 후에야 황실이 편안할 것이요, 황실이 편안하신 후에야 안강하실지라.

 

그러므로 충애하는 신하는 백성을 위하여 이롭게 하는 것이 임금께 이로운 일로 여겨 위에서 급기야 아래를 이롭게 하나니 아래가 이로운즉 국은이 드러나며, 아래가 해로운즉 민심이 떠나는 법이 꼭 이러하므로 신하가 백성을 행정할 때에 잘한 일은 임금께 돌려 보내니 잘못된 일은 자기가 담책하여 당장에 몸이 두 조각이 날지라도 그 실수는 내가 한 것이라 하여야 옳은 신하라 할 것이거늘, 근래 양반들은 백성에게는 원수가 되어가지고 위에 가까운 신하가 되려 하며, 전국에 큰 화가 일어날 것이라도 될 만하면 찬조하여 개인의 사욕만 채우매 전후로 못된 일과 협잡은 자기네가 다 하여 놓고 법에 어긋난 일을 가지고 말하는 자 있어 급기 대답할 말이 없게 될진대 의레 칭악하는 말이 처분이 계셔서 한 일이라 칙령을 받들어 한 일이라 우리나 내가 한 일은 아니라 하나니 우리 황상폐하의 인선하심으로 어찌 불공불평한 일을 하라 하셨겠으며, 설령 이런 처분이 계셨다 할지라도 그 신하된 자 바로 간하며 옳은 도로 아뢸진대 어찌 아니 들으실 리가 있으며, 설령 듣지 않으신다 할지라도 신하가 신하의 직분을 못할진대 죽어도 가하고 물러나도 가한지라. 어찌 이욕에 탐하여 그 나라에 은혜를 입으며 그 나라집이 못 부지하도록 만들어서야 어찌 사람의 도리라 하리오.

 

고인이 시를 지어 말하기를,

쪼고 쪼는 때짱새야 다 썩은 고목을 쪼고 쪼지 마라.

일조에 풍우가 이르러 그 나무가 쓰러지면 너희가 어디서 깃들려 하느뇨.

하였으니, 짐승을 빗대어 한 말로 족히 사람을 가르치더라.

 

 

주: 쪼고 쪼는 때짱새야.. 이 시는 이승만 박사께서 지은 「고목가」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시로 알려져 있다. 대한제국을 썩은 고목으로, 대한제국을 쓰러뜨리려는 세력을 때짱새로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