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일
제국신문 1903. 1. 10
연래로 옥정(獄政)이 형편없어, 심지어 감옥은 도적 기르는 곳이라는 말도 있으며 외국 공영사가 외부로 조회하고 오랜 죄인도 석방하고 옥정도 개선하라 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한두 죄수라도 석방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으니, 국체에 이런 수치가 어디 있으리오.
대저 법률은 일국의 혈맥이요, 감옥에서는 일국 법률을 증벌하는 곳이라. 그 증벌하는 뜻인즉 죄인을 비게 여겨 그런 것이 아니요, 악한 사람을 화하여 착한 백성이 되기를 기약함인데 교육이 없이 벌만 행하면 어찌 스스로 새 마음이 나리오. 어린아이의 잘못하는 것을 엄히 돌려 세우면 어린 마음에 제 잘못한 줄은 모르고 도리어 반심을 먹기 쉬운지라. 마땅히 가르쳐 일러야 할 것이어늘, 이것이 없어 도적 기르는 처소라는 말까지 생기니 어찌 관계가 적다 하리오.
본 보에 누차 설명한 바러니, 근자에 감옥에서 관원들이 학교를 설치하고 아이와 어른을 모아 외국 언어문자와 산술, 서기(史記) 등 긴요한 공부며 개과천선에 유조한 법을 힘써 교육하며, 쓰는 비용은 월급중 자비(自費)로 한다 하여 소문이 낭자하며 칭송이 무수하기로 본 보 잡보중에 등재하였거니와 일전에 친히 보고 온 이에게 자세히 들은즉 대단히 희한한지라.
당초에 국한문을 모르던 아이들이 가르치기 시작한 지 불과 두 달이 넘지 못하여 국문에 능통하고 동국역사와 명심보감을 배워 착실히 알게 되었으며, 산술은 매우 잘들 하고 언어와 행동이 전과 판이하매, 부모가 있고도 돌아다보지 않던 자가 이런 줄 안 후로 의복과 음식을 갖다주며, 가장 이상한 일은 이남산, 김득성 두 아이가 성명을 바꾸고 본성 본명을 숨겼다가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나서 재판소에 청원하여 왈, '우리가 어려서 부모의 교훈을 듣지 않고 악한 동무를 따라다니다가 이 지경에 이르고도 고칠 줄 모르다가 다행히 본 서장의 가르치심으로 주야 착한 말을 듣고 좋은 글을 배우며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 아비의 성을 회복하기 원하오니, 그 망한 죄는 면하지 못할 터이나 개과할 뜻은 명심하겠나이다' 하였으매 한성부 판사 왈, '학교를 세워 교육함은 실로 흠탄한 바라. 너희가 개과하여 본성을 회복한다 하니, 더욱 가상한지라, 진실로 착한 사람이 될진대 벌을 속하고 상을 의논하리라' 하였으매, 보고 이상히 여기지 않는 자 없더라.
미국인 방커씨가 듣고 일주일 동안에 한 번씩 가서 권학하며 가르치기를 자청하는지라. 번번히 몸소 가서 권학하지 못함은 실로 미안하나 실효있게 가르쳐 주기를 바라노라 하니 듣는 자 매우 기쁘게 여긴다 하며,
또한 외국에서는 교육과 제조공장소를 옥중에 설시하는 외에 서책고를 의레 만들어 각색 서책을 쌓아 놓고 죄수들로 하여금 뜻대로 갖다 보고 본 후에 다시 갖다두게 마련이라. 외국 몇몇 친구들이 큰 책장을 만들어 천문지리, 산술화확 이학 등 각색 학문에 긴요한 책을 각기 보조하여 책고를 만들어 옥중에 두게 한다 하니, 또한 이런 좋은 일이 없는지라. 일의 본의가 좋은고로 외국인이 스스로 찬조하고자 함이니, 이 일에 각국인의 칭송이 대단할지라. 국가의 덕화가 드러남이 각부에 차차 개명상 좋은 일만 날로 생기면 스스로 각국이 인애로 찬조할지라. 어찌 성덕의 드러남이 아니리오.
이 일은 서장 김영선 씨와 간수장 이중진, 박진영의 사업인데, 이승만 씨와 상의하며 양의종 씨가 가르친다 하는데, 옥중 대소 관원과 죄수 앞에까지라도 일심으로 찬조한다 하며, 김 서장이 죄수를 잘 대접함은 누차 들었거니와 차꼬(족쇄)와 칼을 없이하고자 하여 쇠로 갑을 만들어 대신하게 한다 하더라.
우리는 생각하건대, 감옥을 설시하고 중정(中正 : 어느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곧고 바름)법을 마련함은 외국제도를 모본하고자 함이라. 마땅히 위생보호와 교육제도를 국가에서 특별히 지출하여 권장한 후에야 다시 외국공영사에서 연명조회하는 수모를 당하지 아니 할 터인데, 옥관들이 자의로 이렇듯 힘쓴다 함은 실로 희한한 일이라. 각부 각청이 다 이렇듯 힘쓸진대, 성덕이 스스로 각국에 드러나실지니 우리는 널리 권면함이라.
희한한 일
제국신문 1903. 1. 10
연래로 옥정(獄政)이 형편없어, 심지어 감옥은 도적 기르는 곳이라는 말도 있으며 외국 공영사가 외부로 조회하고 오랜 죄인도 석방하고 옥정도 개선하라 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한두 죄수라도 석방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으니, 국체에 이런 수치가 어디 있으리오.
대저 법률은 일국의 혈맥이요, 감옥에서는 일국 법률을 증벌하는 곳이라. 그 증벌하는 뜻인즉 죄인을 비게 여겨 그런 것이 아니요, 악한 사람을 화하여 착한 백성이 되기를 기약함인데 교육이 없이 벌만 행하면 어찌 스스로 새 마음이 나리오. 어린아이의 잘못하는 것을 엄히 돌려 세우면 어린 마음에 제 잘못한 줄은 모르고 도리어 반심을 먹기 쉬운지라. 마땅히 가르쳐 일러야 할 것이어늘, 이것이 없어 도적 기르는 처소라는 말까지 생기니 어찌 관계가 적다 하리오.
본 보에 누차 설명한 바러니, 근자에 감옥에서 관원들이 학교를 설치하고 아이와 어른을 모아 외국 언어문자와 산술, 서기(史記) 등 긴요한 공부며 개과천선에 유조한 법을 힘써 교육하며, 쓰는 비용은 월급중 자비(自費)로 한다 하여 소문이 낭자하며 칭송이 무수하기로 본 보 잡보중에 등재하였거니와 일전에 친히 보고 온 이에게 자세히 들은즉 대단히 희한한지라.
당초에 국한문을 모르던 아이들이 가르치기 시작한 지 불과 두 달이 넘지 못하여 국문에 능통하고 동국역사와 명심보감을 배워 착실히 알게 되었으며, 산술은 매우 잘들 하고 언어와 행동이 전과 판이하매, 부모가 있고도 돌아다보지 않던 자가 이런 줄 안 후로 의복과 음식을 갖다주며, 가장 이상한 일은 이남산, 김득성 두 아이가 성명을 바꾸고 본성 본명을 숨겼다가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나서 재판소에 청원하여 왈, '우리가 어려서 부모의 교훈을 듣지 않고 악한 동무를 따라다니다가 이 지경에 이르고도 고칠 줄 모르다가 다행히 본 서장의 가르치심으로 주야 착한 말을 듣고 좋은 글을 배우며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 아비의 성을 회복하기 원하오니, 그 망한 죄는 면하지 못할 터이나 개과할 뜻은 명심하겠나이다' 하였으매 한성부 판사 왈, '학교를 세워 교육함은 실로 흠탄한 바라. 너희가 개과하여 본성을 회복한다 하니, 더욱 가상한지라, 진실로 착한 사람이 될진대 벌을 속하고 상을 의논하리라' 하였으매, 보고 이상히 여기지 않는 자 없더라.
미국인 방커씨가 듣고 일주일 동안에 한 번씩 가서 권학하며 가르치기를 자청하는지라. 번번히 몸소 가서 권학하지 못함은 실로 미안하나 실효있게 가르쳐 주기를 바라노라 하니 듣는 자 매우 기쁘게 여긴다 하며,
또한 외국에서는 교육과 제조공장소를 옥중에 설시하는 외에 서책고를 의레 만들어 각색 서책을 쌓아 놓고 죄수들로 하여금 뜻대로 갖다 보고 본 후에 다시 갖다두게 마련이라. 외국 몇몇 친구들이 큰 책장을 만들어 천문지리, 산술화확 이학 등 각색 학문에 긴요한 책을 각기 보조하여 책고를 만들어 옥중에 두게 한다 하니, 또한 이런 좋은 일이 없는지라. 일의 본의가 좋은고로 외국인이 스스로 찬조하고자 함이니, 이 일에 각국인의 칭송이 대단할지라. 국가의 덕화가 드러남이 각부에 차차 개명상 좋은 일만 날로 생기면 스스로 각국이 인애로 찬조할지라. 어찌 성덕의 드러남이 아니리오.
이 일은 서장 김영선 씨와 간수장 이중진, 박진영의 사업인데, 이승만 씨와 상의하며 양의종 씨가 가르친다 하는데, 옥중 대소 관원과 죄수 앞에까지라도 일심으로 찬조한다 하며, 김 서장이 죄수를 잘 대접함은 누차 들었거니와 차꼬(족쇄)와 칼을 없이하고자 하여 쇠로 갑을 만들어 대신하게 한다 하더라.
우리는 생각하건대, 감옥을 설시하고 중정(中正 : 어느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곧고 바름)법을 마련함은 외국제도를 모본하고자 함이라. 마땅히 위생보호와 교육제도를 국가에서 특별히 지출하여 권장한 후에야 다시 외국공영사에서 연명조회하는 수모를 당하지 아니 할 터인데, 옥관들이 자의로 이렇듯 힘쓴다 함은 실로 희한한 일이라. 각부 각청이 다 이렇듯 힘쓸진대, 성덕이 스스로 각국에 드러나실지니 우리는 널리 권면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