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백성이 의리를 알아야 국가에 여망(餘望)이 있음-제국신문(1903. 1. 9)

관리자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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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 의리를 알아야 국가에 여망(餘望)이 있음

 

 

제국신문 1903. 1. 9

 

 

어제 논설에 의리없는 사람은 금수와 같다 함을 듣고 혹 심하게 여겼을 듯하나 본 기자는 세상에 바른 말하는 직책을 맡은 자라. 입을 열면 자연 충분(忠憤)한 말이 붓 끝에 없을 수 없으나, 다시 말해도 의리없는 사람들은 실로 금수보다 나을 것이 없다 하리로다. 백성의 충의라 하는 것은 일국의 합심하는 기계(奇計 : 기묘한 꾀)의 고등이라. 사람마다 이것이 있으면 동서남북에 떨어져 있어 얼굴도 알지 못하고, 이름도 들은 적 없고, 일도 서로 의논해보지 못하였더라도 의리와 충애의 관두(關頭 : 가장 중요한 갈림길 고비)한 일이 있어 일국에 관계될진대, 듣는 자마다 죽고 살 줄은 미처 생각지 않고 혈분으로 일어나서 벌처럼 모여들어 죽기를 다투고자 하나니, 이러한 이유야 국민의 원기가 있어 타국이 감히 무리함을 행하지 못하고 관원이 감히 탐학을 못할지라. 이것이 과연 사람사는 나라들에서 정부는 받들고 백성은 보호하는 바거늘 이것이 없는 나라에는 관민상하가 각기 자기의 사리와 세력만 도모하여 합심이 되지 못하는 바라.

 

대개 각국의 사기를 보건대, 나라마다 개명 시초에 피를 흘리지 않고 숨 편히 쉰 적이 없는지라. 항상 완고와 개진당이 서로 다투는 중에서 변란을 무수히 격은 후에야 혁신의 기초가 되나니, 이 근본인즉 항상 사람이 충분(忠憤)한 마음으로 죽기를 무릅쓰고 홀로 나아가 의리를 다투는 고로, 아무리 어려운 시세에서라도 유지한 선비가 한 번 부르매 사면에서 화동(和同)하여 합력하는 고로 영광스러운 피가 만고에 빛나 독립의 기초를 굳게 잡은 바라.

 

지금 청국의 사정을 보고 아무리 큰 나라에 사람 없음을 탄식하나, 무술정변기를 볼진대 서태후의 횡포 밑에서도 여섯 열사의 빛난 죽음의 사적이 있어 강광인, 양계초 등이 서로 죽기를 다투어, 혹은 그 친구더러 권하기를 '나는 나이 삼십여 세니 어려서 죽은 이보다 대단히 장수하였다 하겠고, 오래 살다 다른 재앙에 아사(餓死)하는 이보다 이런 영광스러운 계제를 당하여 죽을 자리에 죽는 것이 매우 좋은지라. 그대는 살아 있어 뒷일을 잘 보라. 죽는 자가 없어도 못하겠고, 살아 일하는 자가 없어도 안 될지니 나는 잡혀갈 것이요, 그대는 피신하라' 하거늘 그 친구가 또한 듣지 아니하고 기쁜 얼굴로 다 같이 나가 죽은 사적을 보면 사람으로 하여금 혈기가 솟게 하느니라. 이렇듯 참혹한 화를 당하고 참혹히 몰려 죽은 치세에서도 능히 그 충절을 기록하여 책을 지어 전파하는 자도 있었으니 과연 죽은 사람도 사람이라 할지라.

 

묻노라. 대한 사람들이여! 이런 의리 자리에 영광스러이 죽을 사람이 혹 있는가. 혹 옳은 사람이 불행히 몰린 후에라도 그 의리를 잡고 충의를 드러내려 한 자, 혹 있는가. 실로 개탄하고 개통하도다.


옛글에 말하였으되 계집은 제 몸을 좋아하는 자를 위하여 얼굴을 아름답게 하며, 선비는 제 마음 아는 자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 하였으니, 사람이 의리가 있어 뜻을 알진대 그 동지(同志) 한 사람을 사랑하고 보로하여 환(患)을 대신이라도 하고자 하는 의기가 있은 후에야 비로소 협력하는 힘이 생겨 무슨 일을 경륜할 것이거늘, 이제 사업을 같이 경영하다가도 오늘 그 사람이 옳은 목적을 인연하여 앉아 썩어도 대신 말 한 마디 해 주는 이가 없어서야 누가 동지 한 사람을 시귀려 하겠는가. 차라리 금수를 사귀면 오히려 화(禍)나 없을 지로다.

 

새로 바라노니, 이 신문 보시는 이들은 참 충의와 의리가 무엇인지 알아 마음에 깊이 배양하여 동지하자는 자들은 아무쪼록 서로 보호하며, 사랑으로 위로하여 주어야 할지라. 외국사람들은 충애하는 선비와 개명상 힘 쓴다는 사람은 제 목숨같이 알고 보호하는 고로 지금 우리나라 사람이라도 진실로 충군애국하는 사람은 극력하여 보호하는 바라. 사람이 이것을 알아야 백성된 직분인 줄 아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