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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신(信)과 의(義)가 없는 사람은 금수만 못한 일-제국신문(1903. 1. 8)

관리자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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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信)과 의(義)가 없는 사람은 금수만 못한 일

 

 

제국신문 1903. 1. 8

 

 

옛글에 가로되 사람이 오륜을 모르면 금수와 다름이 없다 하고 또 개와 말은 충성스럽다 하였으니, 그런즉 신의가 없는 사람은 어찌 금수만 하다 하리오. 

지금 세상에 제일 밉고, 통증한 사람이 누구뇨? 할진대 사람마다 각기 자기 뜻대로 말할 터이나, 나의 홀로 생각하는 자인즉 지금 세상의 이면 경위도 알고 행세출입도 한다는 사람들이라. 저 불학 무식하여 세상 형편이 어떤지, 사람의 직책이 무엇인지 모르고 다만 먹고 입는 것만 사람의 일로 여기는 자도 과히 책망할 것이 아니요, 또한 이익만 있으면 하려고 하며 친 동기와 골육이 서로 잡아 먹고라도 내게 좋을 일만 있으면 전심전력하여 도모하는 자도 또한 과히 나무랄 것 없으되, 다만 더욱 밉고 가증한 자는 남북촌 사람당에도 다니며 혹 개화세력들이 모인 곳도 찾아다니며 완고한 사람들에게는 백성의 무엄함과 외곡의 무리한 것을 곧 자기 혼자 알면 홀로 통분히 여기는 체하고, 개화를 좋아한다는 자에게 가면 요두전목(搖頭轉目 : 머리를 흔들고 눈알을 굴린다는 뜻으로 행동이 침착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하며 고담준론(高談峻論 : 잘난 체하며 과장하여 떠벌리는 말) 하는 것이 마치 충분과 의리는 세상에 자기 혼자 알고 충군애국하는 이가 자기밖에는 없는 체하며, 민회같은 것이 있어 득세할 듯하면 어느 구석에 있다가 눈 밝혀 먼저 나와서 죽을 사(死)자 맹세도 하며, 혹 정부도 나무라고 세상도 탄식하여 가장 충분이 있는 체하며 속으로는 아무 대신 아무 별입시(신하가 사사로운 일로 임금을 뵈던 일)의 정탐으로 뒷 길을 열어 두고, 혹 모인 데 가서 무슨 의논도 참여하며 무슨 일도 주선 하는 체하다가 급기 그 일이 무너지고 사람이 쓰러지는 날은 전에 저와 같이 죽자고 맹세한 자를 얽고 몰아 죽을 곳에 넣으며, 제 속에 충의와 의리 있는 줄로 믿는 자를 영당이라도 몰고 일당이라도 몰아 자기의 무사함을 이로써 요구하며, 같이 나서서 덤벙이던 놈이 옥에 갇히거나 잡혀가 죽어도 불쌍히 여기기는커녕 도리어 상쾌히 여기듯하며 위로하는 말은 한 마디 없는지라. 다만 입뿌리만 가지고 제 몸만 보전하며 살찌우는 것이 천하의 영웅으로 여기는지라. 어찌 의리와 충의를 말하리요. 지금 신문으로 말하여도 저 개명과 반대되는 이들은 의레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려니와, 소위 시세를 탄식한다는 자들이 논설에도 강개격정(慷慨激情 : 분한 마음이 일어 감정이 치밈) 한 마디를 보면 바른말은 하였다고도 하며, 혹 속에 놓고 어름어름한 말을 보면 바른말은 못한다고도 나무라며 마치 자기가 집필하면 못할 말이 없이 할 듯하나 '무슨 관계가 좀 있는 일에 글을 지어 이름을 드러내라'하면 곧 죽는 줄로 겁을 내며, 그 주필하던 자는 죽을지 살지 모르고 혈분이 끓어 이 어려운 형편에 위험한 말을 하다가 글로 인연하여 혹 잡혀가 죽을지, 경을 당할지라도 말 한 마디 할 사람은 없고 도리어 이런 말할 것이 무엄하다고 죽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지라.

 

이러한즉 충분(忠憤)한 마음으로 세상에 서서 홀로 기쓰며 소리 지르는 자, 스스로 외롭고 서러운 생각이 있어 천지 사면으로 돌아 보되 뜻을 아는 자도 없고 힘을 도와줄 자도 없는지라. 어 한심 처량하지 않으리오.

 

그러나 본 기자는 이런 말 한 마디라도 하는 것이 누구를 믿는 것도 아니요, 도와 주기를 바라는 것도 없으며, 이 사람들과 동심합력하기도 싫고 다만 나의 의리와 충분으로 혼자 이리하다가 힘이 다하여 할 수 없이 된 후에 말지라. 지금 이런 사람들에게 칭찬과 책망을 관계하지 않는 바거니와, 다만 바라는 바는 사람이 차차 이런 말에 분도 내고 용맹도 길러서 신의와 충분을 길러가지고 일신이 따로 서서 온 세상이 다 반대하고 온 나라가 다 해하려 하더라도 내가 옳게 아는 것은 홀로 행하여 의리와 절개를 세우고 목숨을 아끼지 않을 지라. 그 때는 자기와 같이 하는 선비를 보면 대신 죽어 그 뜻을 알아주는 자가 있다는 것을 표하고자 할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