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재물은 사람의 혈맥과 같다-제국신문(1901. 5. 19)

관리자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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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은 사람의 혈맥과 같다

 

제국신문 1901. 5. 19

 

 

자고 이래로 보천지하(普天地下)에 어떤 나라든지 어떤 집이든지 재물이 넉넉하여야 경영하는 대로 백만 가지 모든 일을 임의로 성취하나니, 만일 재물이 부족하면 나라에서는 백관의 월봉을 주지 못하며 사가(私家)에서는 날마다 일꾼의 삯을 주지 못한 즉, 나라에는 녹(祿)이 없는 고로 관인들의 공평한 마음이 없고, 집에는 삯 줄 돈이 없는 고로 품을 파는 사람들이 오기를 기뻐하지 아니하매, 이렇게 재물이 군졸(窘拙: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어려움)한 지경에는 비록 지혜가 소명(昭明)하고 주선이 유여(有餘)한 사람이라도 어찌할 수가 없어 준준(蠢蠢: 어리석고 미욱함)한 우맹(愚氓)과 다를 것이 없어, 한 일도 이루지 못하고 좋은 세월을 공연히 혼몽 중에 보내나니, 이런 고로 재물이란 것은 사람의 혈맥과 같아야 잠깐이라도 없으면 세상에 부지할 수가 없는지라.

 

지금 세상에 개명하여 부강한 나라들은 밤낮으로 재정의 근원을 확장하여 금이 나는 땅이면 금광을 열어 금을 얻어 내며, 쇠가 나는 땅에는 철광을 열어 쇠를 캐어내고, 석탄이 나는 땅에는 석탄광을 내어 석탄을 파내며, 바다에는 어선을 많이 제조하여 고기를 힘써 잡으며, 산에는 찻감을 많이 심어 차농사를 확장하며, 강물이 맑은 때는 겨울에 얼음을 많이 떠서 빙고에 수입하며, 담배를 힘써 심어 궐련을 많이 기르며, 물맛이 청렬(淸列: 맑고 참)한 곳에는 술을 잘 만들며, 토질이 좋은 데는 사기(沙器)를 정교하게 제조하여 노는 시간이 별로 없이 부지런히 돈 벌 생애를 힘써, 날마다 물건을 항구에 내어다가 장사를 흥왕하게 하여, 사람마다 재물이 풍족하며 나라가 부강하여, 처처에 삼사층 벽돌집을 높이 짓고 유리창과 구술발을 찬란하게 사면으로 달아서 사람의 눈을 현황하게 하며, 도회처마다 공원지를 열어 화목(花木)을 울밀하게 심으며… 동물원을 배설하여 기이한 짐승과 희귀한 새를 여러 가지로 모아 두고 구경하여 안목을 넓히며, 수족원을 배설하여 천하 역국의 각종 물고기를 구하여 유리병 속에 길러두고 구경하여 지식을 늘리며, 관립학교와 사랍학교를 곳곳마다 설시하여 인재를 배양하며, 전선(電線)을 촘촘하게 연락하여 인민의 통신을 편리하게 하며, 철갑 군함과 수뢰포(水雷砲)를 많이 만들어 바다에 떠다니며 어모(禦侮: 외침을 막음)할 방책을 하니, 이 모든 것을 성취하기는 다른 힘이 아니라 도무지 재물 힘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굉장한 일들을 이루었나니, 국민이 유지할 방침에는 재정을 확장하는 것이 근본이라.

 

우리나라는 중간 이래로 오활(迂闊: 실제와 관련이 멈. 사정에 어두움)한 풍속에 젖어, 총명이 있고 학식이 넉넉하다는 사람은 말하기를 점잖은 사람이 어찌 재물을 알리오 하며 혹 자질(子姪)이나 친구 중에 재정에 유심(有心: 깊은 뜻이 있음)하는 사람이 있으면 꾸짖어 가라대 선비가 재욕(財慾)에 탐착(貪着)하니 그를 도리가 어디 있으리요 하며, 제반 계책으로 기어이 그 사람들이 재물을 모르도록 인도하여 그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한갓 버린 사람을 만드니, 이런 오활한 일이 어느 학문에서 나왔는고. 자기만 빈한하고 버린 사람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빈한하고 버린 사람이 되게 하여 이러한 사람의 행위를 차차 본받는 사람이 많아 전국이 빈한하여 세상에 크게 해가 되니 어찌 애석하지 아니하리요. 심지어 풍속에 이르는 말이 옆전 한 냥 수효를 헤아리지 못하여야 참 점잖은 재상(宰相)이라 하니. 이렇게 돈 백 푼을 헤지 못하면 나라의 큰 경제하는 벼슬을 어떻게 하리요. 이런 사람들의 의론과 같은진대 나라가 부강하기는 고사하고 전국 인민이 밥만 얻어먹기도 어려울지라. 지금 문명한 각국들이 학교에서 산술(算術) 조목을 특별히 마련하여 학도들을 가르쳐도 그 나라들이 점점 부강하여 가고 망하였단 말은 없나니, 외국 사람들은 후진에게 산술까지 교수하여 재정을 유심하게 하며 장사를 편리케 하거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셀 줄도 몰라야 점잖고 높은 사람이라 하니, 이런 높은 사람이 많아 나라가 오늘날 이같이 빈한한지, 우리 동포들을 몽사(夢事)를 깨고 정신을 차려 날마다 생애를 폐치 말고 돈을 벌어 남의 나라와 같이 여러 층 높은 집을 짓고 철갑 군함을 바다에 띄워서 세계에 행세할 생각을 열심히 하였으면 매우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