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국권이 날로 감삭함-제국신문(1903. 2. 21)

관리자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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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권이 날로 감삭함

 

 

제국신문 1903. 2. 21

 

 

나라라 하는 것은 다만 그 임금 한 분께만 속할 뿐 아니라 종묘사직에 속하였으며, 정부관원들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라 전국 만민에게 전부 속하였으니 이는 그 나라의 치란안위가 다만 그 임금과 그 재상들에게만 이해화복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백성이 지극히 천하고 지극히 작은 이라도 다 같이 당하는 연고라. 나라가 부강 문명되는 날은 그 임금이라도 누가 개명 상등국인이 아니며, 나라가 남의 속국이 되는 날은 그 임금 이하로 누가 남의 노예가 아니리오.

 

그런즉 국가의 공동히 관계되는 일은 백성더러 상관을 말라할 경위도 없고 백성이 아니 상관할 수 없는지라. 마땅히 동심합력하여 서로 이끌어 가야, 만약 할 수 없이 못할 지라도 후한과 원망은 없을 것이요, 겸하여 속담에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하였나니 하물며 나라야 만민이 합력하여 받들지 않으면 어찌 지탱하리오.

 

비컨대 만경창파에 수천 석 실을 배가 다행히 바람이 순하고 물결이 고요한 때를 만나면 한두 함장과 선인을 시켜 배앞에서 키머리나 돌리게 하고 모든 사람들은 무심히 앉아 구경이나 하려니와 만일 불행히 풍파를 만나 뱃머리가 키질을 하며 돗대가 부러지고 닻줄이 끊어져 파선할 지경에 이른 후에 그 배에 있는 자 중 누가 무심하게 앉았으매 누구더러 상관치 말라 하리오. 그 선인들과 행인들이 비록 원수니, 규수(=원수)니 하다가도 일시에 다 잊어버리고 함께 일어나 죽기로써 서로 돕고 받들어 갈지니 이는 그 배가 파선되면 각기 생명 재산이 다 같이 위태한 연고라 어찌 배에 서투르고 물에 익숙하지 않은, 길을 모르는 소경 같은 사공에게 여러 목숨의 사생존망을 홀로 맞게 하리오. 지금 세상에 나라를 다스려 가는 것이 풍랑 파도 중에 배질함과 같은지라.

 

하물며 대한은 지금 가장 위태한 배라. 사면에서 치고 미는 것이 여간 일이 년이 아니니 연내로 당해온 일이 다 닻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거의 부러져 가는 파산한 배와 같은 것을 사람마다 소상히 알지라. 영·일동맹이라 러·일조약하는 것이 점점 풍파의 심한 것인데 근일에 프랑스에서는 제주에서의 사건에 대하여 배상금을 요구하며 러시아는 남으로 마산포를 엿보며 북으로 전선을 연속하려 하며 또 경의 철도를 부설하려고 청구하며 일본서는 경인 경부철도를 차지한 것 외에 각처 해상의 어채권이며 식민정략으로 물며 다시 건너오는 일인이며 은행권 사건 허다 이익을 가지고도 또 경영하기를 통상 조양개명하기와 홍삼 도매권이며 경원철도 부설하기를 청구하려한다 하며 가등중웅 씨는 벌써 고문관으로 고빙(雇聘 : 학술이나 지식이 높은이를 예를 갖추어 초빙함)하여 있으매 동씨가 하는 사업은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거니와 월봉으로 인연하여 해관을 가지고 말이 있었으며 또 그외 몇몇 가지 일이 다 대한에는 도무지 사람도 없고 정부도 없는 듯하여 밖에서 작정하고 들어와서는 그대로 시행하고 또 속으로 어찌어찌 하면 우물쭈물하여 다 그럭저럭 되고 마는지라. 그 결실을 보면 번번히 시비 한 번씩 하는 나라마다 무엇 한 가지씩 얻어가지고 물러나 며칠 되면 또 시비가 나며 얼마면 다시 호령이 일어나니 호령과 시비는 점점 더 심하며 수응하여 줄 것은 점점 없어져 갈 것이라. 밑없는 그릇을 어찌 채우리오.

 

저 외국이 당초에 상관하기는 이 배 사공들이 점점 파선할 곳으로 몰고 들어가니 보다 못하여 이웃배에서 인도하고 권하다가 사공도 듣지 아니하고 행인도 일어서지 아니하매 필경 파선하고야 말 듯한지라. 각기 자기의 이익이나 얻어가지고 물러나려 함이라. 지금은 남도 구원하려다 못하여 그 사공들을 억지로 따라가면서라도 기어이 시켜보려 함이라. 독립국 권리니, 공법경위니 하는 것이 다 물론인즉 우리 배 사공들은 좋은 자기의 배를 가지고도 남의 배 사공들에게 매도 맞으며 호령도 들어가며 종의 종 노릇을 부끄러운 줄을 모르니 이렇게라도 오래 지내면 좋으련마는 필경 하다못해 남이 배와 물화를 다 나누어 가면 이 배 주인은 어디로 가며 사공들은 뉘집 종이 될는지 실로 아득 망연한지라.

 

우리가 감히 두려움을 무릅쓰고 소리를 높이 질러 전국의 꿈꾸는 이들을 깨우고자 하노니 우리가 이 심한 풍파를 당하여 이 위태한 배를 다 같이 타고 있어 목숨과 재산에 위태함이 시각에 있는지라, 저 어둡고 서투른 선인들이 어찌할 줄을 모르는 중이니 우리들이 깨닫고 힘을 들여 붙들다가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후에는 거의 후한이나 없을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