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권고하는 말
제국신문 1903. 2. 20
대저 사람이나 나라나 제가 먼저 멸망을 자초한 후에 남이 멸망시키니 외국인이 대한정부를 이렇듯 멸시함은 다 남의 탓이 아니라 내 나라 정부에서 꾸며 만드는 연고니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공연히 남을 미워하고 원망함은 사리에도 부당하고 나의 허물을 고쳐볼 도리가 없으려니와 가장 대한에 더욱 위태함이라. 이 뜻을 본 논설에 누차 설명한 바거니와 이번 은행표 쓰는 일절로 보아도 국권이 없나니, 정부가 약하니 한들 이렇듯 여지가 없게 될 나라가 세계 만고에 다시 어디 있으리오. 부디 타국인을 탓하지 말지어다.
세상에 삼척동자라도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이리 하면 남이 어찌 하리라 하는 생각이 있은 후에 아무 일이라도 작정이 있을 것이거늘 이런 중대한 관계상에 앞, 뒤 요량없이 어찌 은행표 겸하는 방을 소흘히 붙였으며 기왕 붙였을진대 아무리 어려운 사정이 생길지라도 상하가 다시 의논하여 조처하는 방략이 있은 후에야 다시 허락하여도 혹 마지못하여 하는 줄로 알겠거늘 군함 한 척이 들어온다 하며 외국 상민의 반대 몇 마디에 별안간 한성 판윤이 체임(遞賃 : 직책이 바뀌다)되며 방을 떼고 새로 통용하라는 방을 붙이며 황차 외부에서는 몇 가지 허락을 하였는데 다른 관중(關重 : 중요한 관계가 있음)할 말은 고사하고 은행표를 아니 쓰는 자나 방해하는 자는 중한 벌로 다스리겠노라 하였다 하니 대저 이렇게 하는 나라 일도 있는가. 백성 몇백 명이 모여 은행표를 아니쓰겠다고 죽을 '死'자로 맹세하였다 하더니 지금은 다 어디갔으며 다 무엇들하며 장차 어떻게들 하려는가. 실로 분하고 누누하여 차라리 발설하지 않는 것이 옳도다.
지금 대한은 각국의 시비마당이라. 러·불이 뒤로 앉고 일·영·미·독이 앞에 있어 앞뒤로 조이는 중에 러·불은 실로 속심으로 관계하는 고로 운동하는 일이 더욱 크나 비밀하여 드러나는 소문이 적고 영·일의 교제는 외면에 드러나는 고로 매양 소문이 크게 나며 실로 러·불만 못하려니와 조금만 급한 사정이 닥치면 무엇이든지 허락치 못할 것이 없어서 가등중웅 씨는 앞을 주장하며 위폐 씨는 뒤로 주장하여 장차 황실의 고문관이 될 터이라 하니, 속으로 달래며 으르는 중에 무슨 약조와 무슨 허락이 있었는지 알 자 어디 있으리오.
아직까지도 우리가 대한백성이니, 조선사람이니 하나 실상 속으로는 어디 속하여 가게 될지 모르고 있는 중이라. 어찌 통곡할 일이 아니며 기막힐 일이 아니리오.
통히 말할진대 지금은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되었으니 영원히 이대로 말아 버리는 것이 옳은가, 한 번 악이나 써보다가 마는 것이 나을까, 이는 시각을 더 대지 말고 급히 생각하여 한 번 시험할 일이로다.
청컨대 종척 황실과 세가 대신네들은 귓등으로 듣지 말고, 운수를 믿지 말고, 내 걱정 아니라고 알지 말고, 날마다 이 어려워오는 형편을 생각하여 지금은 은휘(隱諱 : 꺼리어 숨김)할 것도 없고 체면 볼 수도 없이 되었으니, 비밀히 의논하거나 따로 걱정할 것 없이 드러나게 작정하고 국권세워 볼 방책을 마련하여 볼지로다.
지금 타국의 위협과 능멸함을 날마다 당하는 것은 첫째, 위에서 일을 잘 못하거니와 권리를 통히 독단하여 임의로 하는 까닭이라. 만일 지금이라도 국법을 세워 국가대사에 관계되는 일을 한 두 권리 가진 이가 임의로 못하는 줄로만 알게 할진대 남이 스스로 욕심을 줄이려니와 의심과 시기도 풀려 서로 막아 일하는 기회를 주고 앉아 볼지라.
지금 러·일 양국의 다툼이 더욱 심함은 그 나라들의 욕심도 없지 않거니와 제일은 서로 의심이 있음이라. 일인은 대한에서 속으로 러시아인을 의지해 무엇을 주는지 알 수 없은즉 어림없이 앉았다가 러시아가 다 가져가면 그런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고 러시아인인즉 일인이 앞으로 나가며 날마다 대소간 이익만 경영하여 상업 철도 광산 등 모든 이익의 권리를 전수히 점령하며 한편으로는 일본대관이 고문관으로 국권을 간여한즉 전국이익을 다 잃는지라.
하물며 한두 집권한 이들만 꾀이거나 위협하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거늘 무엇이 두려워 아니하리오. 그런즉 이 근원을 막는 법은 백성과 정부가 합하여 결정한 후에야 국민의 큰 일을 조처할 것을 세계에 반포하면 스스로 위협이 막히며 국법이 서고 보전할 기틀이 생길지니 급히 이런 방책을 정할지어다.
정부에 권고하는 말
제국신문 1903. 2. 20
대저 사람이나 나라나 제가 먼저 멸망을 자초한 후에 남이 멸망시키니 외국인이 대한정부를 이렇듯 멸시함은 다 남의 탓이 아니라 내 나라 정부에서 꾸며 만드는 연고니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공연히 남을 미워하고 원망함은 사리에도 부당하고 나의 허물을 고쳐볼 도리가 없으려니와 가장 대한에 더욱 위태함이라. 이 뜻을 본 논설에 누차 설명한 바거니와 이번 은행표 쓰는 일절로 보아도 국권이 없나니, 정부가 약하니 한들 이렇듯 여지가 없게 될 나라가 세계 만고에 다시 어디 있으리오. 부디 타국인을 탓하지 말지어다.
세상에 삼척동자라도 무슨 일을 하든지 내가 이리 하면 남이 어찌 하리라 하는 생각이 있은 후에 아무 일이라도 작정이 있을 것이거늘 이런 중대한 관계상에 앞, 뒤 요량없이 어찌 은행표 겸하는 방을 소흘히 붙였으며 기왕 붙였을진대 아무리 어려운 사정이 생길지라도 상하가 다시 의논하여 조처하는 방략이 있은 후에야 다시 허락하여도 혹 마지못하여 하는 줄로 알겠거늘 군함 한 척이 들어온다 하며 외국 상민의 반대 몇 마디에 별안간 한성 판윤이 체임(遞賃 : 직책이 바뀌다)되며 방을 떼고 새로 통용하라는 방을 붙이며 황차 외부에서는 몇 가지 허락을 하였는데 다른 관중(關重 : 중요한 관계가 있음)할 말은 고사하고 은행표를 아니 쓰는 자나 방해하는 자는 중한 벌로 다스리겠노라 하였다 하니 대저 이렇게 하는 나라 일도 있는가. 백성 몇백 명이 모여 은행표를 아니쓰겠다고 죽을 '死'자로 맹세하였다 하더니 지금은 다 어디갔으며 다 무엇들하며 장차 어떻게들 하려는가. 실로 분하고 누누하여 차라리 발설하지 않는 것이 옳도다.
지금 대한은 각국의 시비마당이라. 러·불이 뒤로 앉고 일·영·미·독이 앞에 있어 앞뒤로 조이는 중에 러·불은 실로 속심으로 관계하는 고로 운동하는 일이 더욱 크나 비밀하여 드러나는 소문이 적고 영·일의 교제는 외면에 드러나는 고로 매양 소문이 크게 나며 실로 러·불만 못하려니와 조금만 급한 사정이 닥치면 무엇이든지 허락치 못할 것이 없어서 가등중웅 씨는 앞을 주장하며 위폐 씨는 뒤로 주장하여 장차 황실의 고문관이 될 터이라 하니, 속으로 달래며 으르는 중에 무슨 약조와 무슨 허락이 있었는지 알 자 어디 있으리오.
아직까지도 우리가 대한백성이니, 조선사람이니 하나 실상 속으로는 어디 속하여 가게 될지 모르고 있는 중이라. 어찌 통곡할 일이 아니며 기막힐 일이 아니리오.
통히 말할진대 지금은 다시 돌이킬 수 없게 되었으니 영원히 이대로 말아 버리는 것이 옳은가, 한 번 악이나 써보다가 마는 것이 나을까, 이는 시각을 더 대지 말고 급히 생각하여 한 번 시험할 일이로다.
청컨대 종척 황실과 세가 대신네들은 귓등으로 듣지 말고, 운수를 믿지 말고, 내 걱정 아니라고 알지 말고, 날마다 이 어려워오는 형편을 생각하여 지금은 은휘(隱諱 : 꺼리어 숨김)할 것도 없고 체면 볼 수도 없이 되었으니, 비밀히 의논하거나 따로 걱정할 것 없이 드러나게 작정하고 국권세워 볼 방책을 마련하여 볼지로다.
지금 타국의 위협과 능멸함을 날마다 당하는 것은 첫째, 위에서 일을 잘 못하거니와 권리를 통히 독단하여 임의로 하는 까닭이라. 만일 지금이라도 국법을 세워 국가대사에 관계되는 일을 한 두 권리 가진 이가 임의로 못하는 줄로만 알게 할진대 남이 스스로 욕심을 줄이려니와 의심과 시기도 풀려 서로 막아 일하는 기회를 주고 앉아 볼지라.
지금 러·일 양국의 다툼이 더욱 심함은 그 나라들의 욕심도 없지 않거니와 제일은 서로 의심이 있음이라. 일인은 대한에서 속으로 러시아인을 의지해 무엇을 주는지 알 수 없은즉 어림없이 앉았다가 러시아가 다 가져가면 그런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고 러시아인인즉 일인이 앞으로 나가며 날마다 대소간 이익만 경영하여 상업 철도 광산 등 모든 이익의 권리를 전수히 점령하며 한편으로는 일본대관이 고문관으로 국권을 간여한즉 전국이익을 다 잃는지라.
하물며 한두 집권한 이들만 꾀이거나 위협하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거늘 무엇이 두려워 아니하리오. 그런즉 이 근원을 막는 법은 백성과 정부가 합하여 결정한 후에야 국민의 큰 일을 조처할 것을 세계에 반포하면 스스로 위협이 막히며 국법이 서고 보전할 기틀이 생길지니 급히 이런 방책을 정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