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력(陰陽曆)을 바꾸는 론
제국신문 1903. 2. 10
바다의 자라와 웅덩이의 개구리는 평생 소견이 같지 않은 고로 의사도 응당 같지 아니할지라. 하루는 두 친구가 만나 피차 안부를 물은 후에 거처의 좋은 것을 자랑할제, 개구리의 말이 세상에 웅덩이 같이 넓고 깊은 물이 없다 하니, 자라의 말이 바다라 하는 물은 넓기도 한량없고 깊기도 한량없으니 나와 같이 가면 당장 구경하리라 하나 속이고 꾀는 말이라 하여 웃으며 웅덩이로 도로 들어가며 풍족히 여기더라.
우리가 종종 음력을 바꾸어 양력으로 준행함이 좋다 한즉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옛적부터 마련하여 절후가 틀림이 없이 잘 행하여 내려 오나니 이것이 가장 옳거늘 어찌 버리고 남의 것을 구태어 준행하리오 하며, 혹은 말하기를 이 책력으로 농사를 절기를 찾아하며 절후를 분간하나니 이치에 합당하면 쓸지라. 어찌 책력을 바꾸고 아니 바꾸기에 개명 여부가 달렸으리오 하는지라. 웅덩이에 사는 개구리와 같도다.
대개 양력을 지금 세계에 각국이 다 이로 준행하여 통상 교제상에 편리하기와 만국이 일체로 교통하자는 본의를 주장하여 통용하는 것이니 지금 세상에서는 개진(開進)과 화호(和好 : 서로 친하게 지냄)하기를 힘쓰는 나라에서는 불가불 준행해야 나의 형세도 외롭지 않으려니와 형용하기도 대단 유조한 법이라. 이 형편의 관계도 모르고 나의 좋은 것은 따로 고집한다 함은 편벽됨의 한 가지요,
또한 음력이 절후에 맞는다 함은 더욱 어두운 말이라. 대저 절후라 하는 것은 남북 위선의 도수를 따라 다르니 음력은 당초 만들 때에 청국과 대한 지방에 같은 도수되는 곳에 합서를 보아 마련한 것뿐이라. 이 지방에서는 맞으나 북으로 더 올라가면 기후가 점점 추워 사시를 얼음 없이 지날 때가 없는 지방도 있고 일년에 겨우 여섯 달 동안만 햇빛을 보고 반년은 밤중으로 지내는 곳도 있으니 이런 지방에 가서도 음력이 이치에 맞는다 하겠는가. 여기서 남방으로 적도 근처에 나가면 눈과 얼음을 구경하지 못하며 사시에 항상 덥고 적도 남편으로 더 나가면 적도 북편과 아주 반대가 되어 여기 여름될 때에 거기 겨울이요, 거기 가을될 때에 여기는 봄이라. 이렇듯 기후가 상반되는 것이 도수에 따라 변하는데 이것을 모르고 음력은 다 이치에 맞는다 하니 어찌 우물 고기와 웅덩이 개구리와 다르리오. 이러므로 전에는 각 지방에 기후를 맞추어 각기 제 책력이 있었다가 통행하기 어려운 폐를 제하려 하여 서로 한결같이 준행하자 함이라. 저 서양사람들은 다만 제 지방만 지키고자 하는 데도 제 소견대로만 믿고 옳다하지 아니하고 각국 각 지방을 두루 다니며 보아 아무 곳은 양력 아무 달에 여름이 되고 아무 곳은 양력 아무 때에 겨울이 된다 하여 이로써 비준하는 법이라. 지금 우리나라에 와 있는 서양 교사들도 지구를 몇 바퀴씩 돌아다녔으며 우리도 외국에 다니며 명력히 눈으로 볼지라. 어찌 나 앉은 곳에서 보는 것만 믿고 옳다 하리오.
우리나라 안으로만 보아도 남북도에 절후가 같지 아니한지라. 남도에서 밭갈고 씨 뿌릴 때에 북도에서는 아직 눈이 다 녹지 아니하며 남도에서는 벼가 누렇게 익어 곡식을 벨 때에도 북방에서는 서리가 내려 나뭇잎이 떨어진지라. 기후의 같지 아니함이 이렇듯 판이하거늘 어찌 망종(芒鐘)과 상강(霜降) 등 절서를 비교하여 농사를 짓기에 편히하다고 고집하리오. 양력을 준행하여 가지고 그 날짜로 비준하여 기후를 차리면 어찌 음력의 절차만 가지고 한다 하리오.
겸하여 일진(日辰)이라 하는 것은 당초에 날짜를 분별하기 위하여 글자를 지목하여 육갑(六甲)을 만든 것이라 무슨 다른 이치가 없거늘 요사한 술객들이 혹 일진을 보아 길흉화복을 가린다고 하며 자, 축, 인, 묘를 쥐라, 소라, 말이라, 용이라 하여 정초면 육기(六氣) 책으로 일년길흉을 판단한다고도 하며, 묘일(卯日)이 톳날이라 하여 톳실(兎絲 : 지난날 토끼에게 드리던 실로 이 실을 주머니 끈 같은 것에 차면 그 해에 재액이 물러나고 경사가 난다고 함)도 찬다는 것이 다 어두운 데서 생긴 생각으로 풍속이 되어 이치와 근본을 생각지 아니함이라. 어찌 사람이 이같이 어리석으뇨. 이때가 전국남녀가 다 이런 것을 믿고 좋아 향하는 때인 고로 특별히 그 관계를 설명함이니 차차 그 어두운 것을 파혹하여 음양력의 관계를 알아 가지고 차차 넓은 의견을 생각하여 웅덩이의 개구리 노릇 하기를 면할지라.
음양력(陰陽曆)을 바꾸는 론
제국신문 1903. 2. 10
바다의 자라와 웅덩이의 개구리는 평생 소견이 같지 않은 고로 의사도 응당 같지 아니할지라. 하루는 두 친구가 만나 피차 안부를 물은 후에 거처의 좋은 것을 자랑할제, 개구리의 말이 세상에 웅덩이 같이 넓고 깊은 물이 없다 하니, 자라의 말이 바다라 하는 물은 넓기도 한량없고 깊기도 한량없으니 나와 같이 가면 당장 구경하리라 하나 속이고 꾀는 말이라 하여 웃으며 웅덩이로 도로 들어가며 풍족히 여기더라.
우리가 종종 음력을 바꾸어 양력으로 준행함이 좋다 한즉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옛적부터 마련하여 절후가 틀림이 없이 잘 행하여 내려 오나니 이것이 가장 옳거늘 어찌 버리고 남의 것을 구태어 준행하리오 하며, 혹은 말하기를 이 책력으로 농사를 절기를 찾아하며 절후를 분간하나니 이치에 합당하면 쓸지라. 어찌 책력을 바꾸고 아니 바꾸기에 개명 여부가 달렸으리오 하는지라. 웅덩이에 사는 개구리와 같도다.
대개 양력을 지금 세계에 각국이 다 이로 준행하여 통상 교제상에 편리하기와 만국이 일체로 교통하자는 본의를 주장하여 통용하는 것이니 지금 세상에서는 개진(開進)과 화호(和好 : 서로 친하게 지냄)하기를 힘쓰는 나라에서는 불가불 준행해야 나의 형세도 외롭지 않으려니와 형용하기도 대단 유조한 법이라. 이 형편의 관계도 모르고 나의 좋은 것은 따로 고집한다 함은 편벽됨의 한 가지요,
또한 음력이 절후에 맞는다 함은 더욱 어두운 말이라. 대저 절후라 하는 것은 남북 위선의 도수를 따라 다르니 음력은 당초 만들 때에 청국과 대한 지방에 같은 도수되는 곳에 합서를 보아 마련한 것뿐이라. 이 지방에서는 맞으나 북으로 더 올라가면 기후가 점점 추워 사시를 얼음 없이 지날 때가 없는 지방도 있고 일년에 겨우 여섯 달 동안만 햇빛을 보고 반년은 밤중으로 지내는 곳도 있으니 이런 지방에 가서도 음력이 이치에 맞는다 하겠는가. 여기서 남방으로 적도 근처에 나가면 눈과 얼음을 구경하지 못하며 사시에 항상 덥고 적도 남편으로 더 나가면 적도 북편과 아주 반대가 되어 여기 여름될 때에 거기 겨울이요, 거기 가을될 때에 여기는 봄이라. 이렇듯 기후가 상반되는 것이 도수에 따라 변하는데 이것을 모르고 음력은 다 이치에 맞는다 하니 어찌 우물 고기와 웅덩이 개구리와 다르리오. 이러므로 전에는 각 지방에 기후를 맞추어 각기 제 책력이 있었다가 통행하기 어려운 폐를 제하려 하여 서로 한결같이 준행하자 함이라. 저 서양사람들은 다만 제 지방만 지키고자 하는 데도 제 소견대로만 믿고 옳다하지 아니하고 각국 각 지방을 두루 다니며 보아 아무 곳은 양력 아무 달에 여름이 되고 아무 곳은 양력 아무 때에 겨울이 된다 하여 이로써 비준하는 법이라. 지금 우리나라에 와 있는 서양 교사들도 지구를 몇 바퀴씩 돌아다녔으며 우리도 외국에 다니며 명력히 눈으로 볼지라. 어찌 나 앉은 곳에서 보는 것만 믿고 옳다 하리오.
우리나라 안으로만 보아도 남북도에 절후가 같지 아니한지라. 남도에서 밭갈고 씨 뿌릴 때에 북도에서는 아직 눈이 다 녹지 아니하며 남도에서는 벼가 누렇게 익어 곡식을 벨 때에도 북방에서는 서리가 내려 나뭇잎이 떨어진지라. 기후의 같지 아니함이 이렇듯 판이하거늘 어찌 망종(芒鐘)과 상강(霜降) 등 절서를 비교하여 농사를 짓기에 편히하다고 고집하리오. 양력을 준행하여 가지고 그 날짜로 비준하여 기후를 차리면 어찌 음력의 절차만 가지고 한다 하리오.
겸하여 일진(日辰)이라 하는 것은 당초에 날짜를 분별하기 위하여 글자를 지목하여 육갑(六甲)을 만든 것이라 무슨 다른 이치가 없거늘 요사한 술객들이 혹 일진을 보아 길흉화복을 가린다고 하며 자, 축, 인, 묘를 쥐라, 소라, 말이라, 용이라 하여 정초면 육기(六氣) 책으로 일년길흉을 판단한다고도 하며, 묘일(卯日)이 톳날이라 하여 톳실(兎絲 : 지난날 토끼에게 드리던 실로 이 실을 주머니 끈 같은 것에 차면 그 해에 재액이 물러나고 경사가 난다고 함)도 찬다는 것이 다 어두운 데서 생긴 생각으로 풍속이 되어 이치와 근본을 생각지 아니함이라. 어찌 사람이 이같이 어리석으뇨. 이때가 전국남녀가 다 이런 것을 믿고 좋아 향하는 때인 고로 특별히 그 관계를 설명함이니 차차 그 어두운 것을 파혹하여 음양력의 관계를 알아 가지고 차차 넓은 의견을 생각하여 웅덩이의 개구리 노릇 하기를 면할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