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정부와 백성의 서로 관계됨-제국신문(1903. 1. 16)

관리자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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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백성의 서로 관계됨

 

 

제국신문 1903. 1. 16

 

 

정부는 어디서 권력이 생기느뇨. 백성이 합하여 받치는 연고요, 백성은 어디서 권리가 생기느뇨, 정부가 보호하는 연고라. 그런즉 당초에 정부를 세우는 목적은 백성을 보호하기 위함이요, 백성내기는 정부관원들 살리기 위함이라. 그러므로 정부가 백성을 보호하지 못하면 다만 그 맡은 직책만 저버릴 뿐 아니라 곧 정부 노릇할 힘이 없어짐이요, 백성이 그 정부를 받치지 못하면 다만 정부 설시하던 본의만 배반할 뿐 아니라 저의 몸 보호할 힘이 없게 만드는 바니 마땅히 서로 보호하며 서로 받친 후에야 합중한 힘이 생겨 둘다 부지함을 얻을지라.

 

만일 그렇지 않고 정부는 백성을 매가 꿩 보듯하며 백성은 정부를 개가 범 보듯 할진대 매는 꿩을 죽이려고만 하고 개는 범이 없어지기만 원할지라. 이 상극을 함께 몰아 놓을진대 많이 모을수록 더욱 위태할지니 저희끼리만 두어도 필경 서로 잡아먹다가 없어지고 나중에 한둘이 남거나 말거나 할 것이거늘 하물며 사냥꾼이 있어 그 중에 들어가면 힘 안 들이고 어느 것을 먼저 잡을는지 모를지라. 나중에 개도 죽고 범도 잡힐지니 그 술효가 아무리 많으나 무슨 효험이 있으리오.

 

지금 청인 수효가 세계 제일이나 그 사람들이 천하의 제일 천하고 불쌍한 대접을 받으며 그 많은 백성 위에 정부가 천하에 제일 강할 것이로되 오늘날 천하에 제일 능멸과 욕을 당하여 그 대신과 그 관원이 각국인의 종이나 다름없이 구박을 당하는지라. 이는 다름이 아니라 그 정부에서 백성을 매의 밥으로 본 까닭에 백성이 견디다 못해 개가 범을 피하듯하여 한둘씩 외국으로 도망하는 자라도 따라가서 모군서서(모군서다 : 품파는 일을 하다) 번 돈 한 푼이라도 빼앗을 수만 있으며 빼앗을 터이거늘 어찌 보호할 생각이 나리오.

 

그 백성이 외국에 가서 보호하는 본국이 힘이 없은즉 그 백성을 몇백 명 몇천 명 무단히 죽여도 제 나라에서 말할 사람이 없은즉 백성이 이렇게 천한 후에야 그 백성 위에 있는 관원을 얼마나 높이 대접하리오. 외국으로 도망도 못하는 백성은 할 수 없어서 그 함독(含毒 : 독기나 독한 마음을 품음)을 받으나 그 정부가 없어지기를 주야로 축수(祝手)하리니, 외국인이 그 정부 보기를 사억만 백성 위에 있는 정부로 알지 않고 사억만 원수 가운데 있는 외로운 사람으로 아는 지라. 한 번만 착수하면 그 원수들이 다 나를 도울 것이니 무엇이 두려워서 대신에게 호령을 아니하며 뺨을 아니치리오. 이는 백성 천대하는 정부가 남에게 천대를 받는 근원이라.

 

저 열린 나라에서 들은 통히 주의가 이와 다를 뿐더러 정부와 백성이 각각 맡은 직책을 행하여 정부는 의레 백성을 보호하며 백성은 의레 정부를 보호하는 외에 만일 정부관원이 그 직책을  못할지라도 백성이 기어이 그 보호를 받도록 만들며 정부에서도 또한 생각하되 내 백성 하나가 외국인에게 천대받는 것은 곧 정부가 다 천대받는 일체로 알아 내 백성이 다만 한 명이라도 외국에 가 있으며, 곧 공사와 영사를 보내어 보호하며 오히려 부족하여 순양함대를 만들어 각처에 순행하매, 지금 대한에는 영·미국 인민이 몇 명이 못 되나 군함이 종종 들어오며 하등인이 지나다가 욕을 보아도 곧 조회(朝會)가 왕래하며 배상을 달라, 죄를 다스리라 하며 제주민관에 프랑스 교사가 한둘이로되 사람이 위태하게 되매 프랑스 군함이 들어가 보호하고 지금껏 배상을 내라고 시비중이니 이 백성 한둘이 저렇듯 무섭거늘 그 관원이야 더욱이 어떻게 무서우리오. 이것은 백성이 함께 보호하여 관원이나 백성이 도처에 머리를 높이 들고 어깨에 바람이 나서 다니는 바라.

 

슬프다, 대한 관인들이여. 내지에서도 내 백성을 매가 꿩보듯 하지 말거니와 외국으로 가는 백성들도 보호할 도리를 생각하여야 할지라. 연전에 일본에서 한국백성들이 석탄 고르는 모군(픔 파는 일꾼)이 되었다가 거의 다 죽을 것을 다행히 어떤 유지한 친구가 로비를 편당하여 데리고 나왔으니 몇 명은 이왕 그 곳에서 죽었고 또 청·일전쟁 시에 러시아사람이 인천서 모군 몇백 명을 데리고 만주 근방에 갔다가 십생구사하여 돌아오지 못한 자 태반이요, 그 나머지는 타국으로 갔다가 내 나라 관원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외로이 생사존망도 모르는 자를 어찌 다 기록하리오마는 월전에 인천항에서 일인과 영인과 미국사람이 모군 몇백 명을 모집하여 하와이로 간 일은 다만 외국신문으로만 알았고 말은 듣지 못하였으니 어찌 개탄하지 않으리오. 대저 하와이는 수로로 만여 리라 그 하등 노동자들이 한 번 가면 본국으로 돌아올 희망이 모연한 것음 명약관화한지라. 그 허다한 말을 이루다 말할 수 없거니와 우리는 정부에서 권고하기를 타국을 의지하여 하와이에 있는 어느 나라 공영사 중 신실한 사람으로 대한국 대리 명예영사라도 권차하여 그 백성을 아무쪼록 보호하게 하기를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