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나라의 강약이 법률 선악에 있음-제국신문(1903. 3. 11)

관리자
20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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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강약이 법률 선악에 있음

 

 

제국신문 1903. 3. 11

 

 

나라의 강한 것을 무엇으로 아느뇨? 그 나라에 치외법권이 있고 없는 것을 보느니라. 치외법권이란 것은 무엇이뇨? 외국사람을 다스리는 권리니라, 외국사람을 어떻게 다스리는 것이뇨? 외국 사람이 내 나라에 와서 내 나라 사람을 잡아다가 때리고 가두기를 임의로 한다면 그것은 법률이 밝지 못한 연고니라. 법률이란 것은 어찌해서 마련하며 어찌하면 밝고 어찌하면 밝지 아니한 것이뇨? 법률이 아니면 백성끼리 다투고 빼앗기로 일을 삼아 부지 할 수 없는 고로 성인이 법률을 만들 때에 그 범죄한 자를 미워해서 때라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한 자로 하여금 허물을 고치고 착한 데로 나아가 다시는 범죄하지 않도록 징계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남이 범죄하고 법률에 고초겪는 것을 보고 범죄하지 말게 함이라. 그런고로 죄란 것은 죄를 지은 자에게만 있고 부모형제라도 연좌(緣坐)가 없는 것은 옛적의 성인의 행하시던 바라.

 

또 아무리 중죄를 범하여 오래 금고에서 처한 자라도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마음을 닦고 행실을 고쳐 무슨 착한 일을 많이 행하여 현저한 표적이 있게 되면 방송할 기한이 되지 못하더라도 방송하는 법이 있는 것은 지금 개명 제국에서 행하는 바라. 그런고로 법관이 죄인을 심판할 때에 친소(親疎 : 친함과 버성김)와 애증을 보지 않고 다만 법률이 정한 대로 공평한 마음으로 그 죄의 경중대로 다스리되 비록 만승천자(萬乘天子)의 존엄하심으로도 능히 법률을 요동하지 못하나니 그런고로 주보란 사람이 가로되  '임금은 능히 법을 천하에 행치 아니하고 능히 신하가 법 지키는 것을 용납한 후에야 임금의 형제가 높고, 신하의 법을 천자에게 받들어 임금이 법률 흔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야 임금의 법이 미쁘다' 하였으며 우리나라로 보아도 대전통편 첫머리에 크게 공번되이(치우침이 없어 공평하다) 하고 공경하여 부지런히 법문을 지키라신 선왕조우교가 계시거늘, 근일 법관들은 법률의 소중함이 어떠한 줄을 모르고 다만 사정과 자기네 소견대로 처치하여 죄의 경중이 재물과 청족 긴불긴(緊不緊 : 긴요한지의 여부)에 달렸는지라.

 

그런고로 백성이 믿지 않고 청촉(請囑 : 청을 들어주기를 부탁함)하는 것으로 습관이 되었으매 무세(無勢)한 샇람이 견딜 수 없어 외국교인에게 의세하는 자도 많고 몰려다니며 불의행사로 백성을 살해하며 재물을 토색하는 자도 많으며 심지어 수령방백이 먼저 법률을 어기어 막대한 죄를 범하여 백성의 수치가 되어도 큰 변괴로 안다든지 산왕조유교를 배역한 큰 죄인으로 알지 않고 예사로 알아 그러하니 외국 사람이 그 일을 알고야 어찌 자기 백성을 그 나라 법률 밑에 맡겨 곤욕 받게 할 리가 있으리오. 만일 법률이 공평하여 애증, 친소 없이 법률대로만 행하게 되면 능히 치외권을 얻어 동서양 물론하고 어디 사람이든지 범죄한 자면 잡아다가 다스리기 어렵지 아니할 터이라. 가령 지금으로 보더라도 성덕이 하늘 같으시고 백성 사랑하시는 성심이 지극하시어 옥문을 통개하시고 사죄하여 다 방석(放釋)하라 하옵셨으니 비록 육범죄라도 방송된 자 있을지라. 뉘 아니 기뻐하며 춤추어 성덕을 흠앙하지 않으리오. 이 때를 당하여 법률을 맡은 관원들은 동동촉촉(洞洞燭燭 : 삼가고 매우 조심하다)하여 아무쪼록 공평한 마음을 써서 성의를 만분지일이라도 갚기를 도모하는 것이 옳거늘 만일 여전히 사정을 따라 육범중이라도 방송되는 자 있고 육범외라도 방송하지 않는 자 있으면 이는 첫째, 우리 황상 폐하의 성덕을 저버림이요, 둘째, 천하 각국인이 모여오는 때에 외국인의 치소(嗤笑 : 빈정거리며 웃음)를 면치 못할지니 어찌 삼가하고 조심할 바 아니리오. 지금 개명한 나라들은 죽이는 형벌까지라도 폐지하자는 의논이 거의 시행되었는데 하물며 다른 죄야 일러 무엇하리오. 아무쪼록 법률 맡은 관원들은 법률을 공평히 행하여 내 집안식구가 외국인에게 잡혀가지 않고 우리가 외국사람을 잡아 징치(懲治)하는 권리를 좀 얻어 보시기 축수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