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패망한 나라들의 당한 결실-제국신문(1903. 2. 28)

관리자
2017-12-24
조회수 1419

패망한 나라들의 당한 결실

 

 

제국신문 1903. 2. 28

 

 

지금 세상에 나라가 독립권을 보전하지 못하면 남의 속지나 속국이 되고, 속지나 속국이나 되면 나라는 영영 망하는 법이라. 다시 회복하는 날이 없으리라 하나 혹 묻기를 나라가 망하기로 그 토지를 남이 떼가거나 없애지는 못할 것이니 토지와 인민만 같다면 이름이 없어지고 나라 노릇은 못할지언정 다른 해야 할 무엇이 있으리오? 조선은 이왕에 청국의 소위 속국이라고 지낸지가 한두 해가 아니었으나 나라도 무사하고 백성도 태평하였거늘 지금 어찌하여 독립국이 된 후로 나라가 이렇게 위태하니 백성이 '괴로우니 죽겠네, 살겠네'  하니 헛되이 이름만 자주국이라 하고 더 위태하니 이전과 같이 지내고라도 국치민안하면 어떠하리오 하는지라. 이뜻을 대강 대답하겠노라.

 

대개 이전 세상에서는 다 어두운 사람끼리 살 때에 서로 인심도 좋고 어수룩한 일도 많아 자연히 하는 일 없이 편안무사하였거니와 지금은 만국이 상통하여 문명하기와 부강하기로 서로 다투며 서로 비교하는 세상이라 조금만 어리석게 지내다가는 생명을 보전하지 못하나니 비컨대 산촌에서는 세상사람 모를 때에는 다만 산중에서 하는 일이 얻어 먹고 얻어 입는 일 외에는 별로 할 것이 없이 편안무사하다가 큰 장거리와 큰 도성 사람들이 알고 와서 물화를 매매하는 날에 자연히 일이 많아서 돈도 많이 있어야 저자 사람에게 이익을 잃지 아니하고 차차 나아지는 거동을 구경할지라. 만일 그렇지 않고 종시 옛적같이 편히 지내고자 할진대 백물이 날로 고등하며 물건은 점점 남이 가져가고 돈은 날로 없어지니 자연히 시민들에게 밪을 지고 갚지 못하면 집을 빼앗기고 전장을 빼앗으며 필경은 자기 몸까지 팔려 노예가 되어 한 번 몸이 팔린 후에는 대대로 종의 자식노릇을 면하지 못하는 바라. 지금 세상에 각국에 통행함이 경향 읍촌 물론하고 큰 장사하는 마당인 고로 옛생각을 버리고 편한 날을 바라지 말고 일을 많이 하여야 부지함을 바랄 것이오.

 

또한 사람이 어렸을 때에는 아무 걱정도 모르고 하는 직책이 적은즉 할 일이 없어 자연 편안하려니와 차차 자라서 어른이 되며 집안을 담당하여 살림을 주장하나 세상에 행세하여 남과 교섭을 자주할진대 하는 직책이 많고 체면과 시비도 돌아보아야 할 것이요, 걱정과 괴로운 일도 많을지라. 중대한 일과 큰 사업을 많이 할수록 지위와 대접이 높을 것이요, 천할수록 이롭고 편한 법이라. 집에서 기르는 짐승이 사람보다 편하고 직책이 적은 법이니 사람되어 어찌 짐승의 편안무사함을 즐겨하여 천하고 낮은 대접을 달게 받으리오. 독립권을 찾으려함이 곧 사람이 짐승 노릇을 면하고 어른이 아이의 대접을 받지 않으려함과 같은지라. 어찌 이전에 편안무사하던 때를 생각하여 일이 많은 것을 싫어하리오.

 

그런즉 대한이 지금 독립국된 것이 옛적 남의 속국이름 받을 때보다 몇 배는 자랐으며 장성함이오마는 사람이 이것의 귀한 줄을 모르고 직책이 마땅한 것을 또한 몰라 아무 것도 하려 하지 아니하며 힘쓰지 아니하니 자연히 남이 억지로 갖다 맡기는 독립권도 지키지 못함이라.

 

필경 지키지 못하는 날은 아무것도 달리 될 수 없고 남의 속국이 아니면 속지가 될지니 세상이 다 어두워서 이전 청국같이 이름만 속하고 나라는 부지하게 하였으며 좋겠으나 원수 같은 세상이 전과 달라서 속국이나 속지가 되는 날은 아무 것도 다 없어지고 마는 법이니 비록 토지는 다 떼가지 못하며 인민은 다 도륙하지 못하나 실상인즉 차라리 모든 것이 없어져서 다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마는 것만 못한 사정을 당한지라. 이는 다만 백성만 당하는 화가 아니요, 관원만 당하는 화가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군신상하가 일체로 다 같이 당하는 화라. 뉘 능히 면하리오. 근래 멸망한 나라의 정형은 작일(作日) 논선에 대강 증거하였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