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큰 관계
제국신문 1903. 2. 24
사람 되고 중애지심 없는 자 어디 있으리오만 저 개명하였다는 나라 사람들은 국민의 공동한 관계에는 다만 재물만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곧 국민의 이익 될 일이 있으면 영광스럽게 목숨 버리기를 지체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만금 재산을 가지고 주체할 곳을 몰라 먹도 입도 못하다가 필경 탐관오리에게 무수히 화를 당하고 재산까지 지키지 못하였으며 심지어 외국인이 대한사람들은 충의지심이 아주 없는 백성이라 하기에 이르렀는지라.
이는 다름이 아니라 저 사람들은 이해의 근본을 알아 법률이 서지 못하면 백성이 살 수 없고 백성이 살 수 없으면 나라가 부지하지 못하며 나라가 부지하지 못하는 날은 상하 관민이 다 남의 노예가 되기를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지라. 그런즉 집안을 부지하자면 먼저 나라를 보호하고 나라를 보호하자면 먼저 법이 서고 학문이 열릴 공익상 사업을 일체로 힘써 될지라. 이것을 깨달은 고로 공익상 사업이 어떻게 중한지 알며 공익상 사업하는 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찬조하여야 하는지 알고자 함이거니와 이 나라 사람들은 자초로 위에 있는 이들이 잘하면 잘되고 못하면 할 수 없는 줄로 알도록 만들어 주어 백성도 다 이렇게 믿는 고로 아무 일이라도 해보겠다는 사람은 없기도 하거니와 있어도 할 수 없게 되는 연고라. 어찌 충애의 마음이 진실로 없어 그러하리오.
비컨대 큰 집에 불이 붙을진대 물 한 동이가 그 큰 불을 한 번에 끌 것은 아니로되 사람마다 이것을 마땅한 일로 아는 고로 힘들여 끼얹는 것이요, 또한 이 적은 물이라도 끼얹는 사람이 많은즉 아무리 큰 불이라도 잡혀지나니 사람마다 의복의 더러움과 몸의 위태함을 생각하지 않고 일심으로 물을 옮길진대 여럿이 합하는 힘이 자연히 불을 끄기에 이르려니와 혹 이것을 생각지 못하고 몸의 괴로움과 힘의 수고를 아끼다가 온 집이 다 타고 동리가 다 해를 당하는 날은 내 집만 홀로 편안 무사하기만 발겠는가.
지금 대한사람들의 큰 집에 불이 붙어 서까래가 타고 기둥이 쓰러지는지라. 이 속에 앉아서 서로 한두 푼 돈이라 사소한 승벽(好勝之癖의 준말 :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고 기를 씀)으로 서로 다투며 시비하여 네 것 내 것의 호리도 다투며 한 방울의 물도 끼얹고자 하지 않을진대 그 다투던 물건이 장차 편하게 누리는 복이 되겠는가.
지금 경향 사람들이 모두 탐관오리에 토색을 당한다, 악한 법률에 압제와 원굴함을 당한다, 심산궁곡에서 부대 글겅이도 편히 할 수 없다. 길거리에서 서 푼짜리 담배자리도 임의로 할 수 없다. 기한 곤궁에 살 수 없고 견딜 수 없다 하여 서로 칭원과 다툼으로 날마다 애쓰고 걱정하나 하나도 쓸데없고 다만 한 가지 힘쓸 것은 남녀노소 간에 일체로 이 형편을 깨달아 먼저 국권을 보호하며 국법을 세우며 국민을 열어주는 일에 동심합력하여 목숨을 얼마 버리며 피를 얼마 흘리고라도 나라를 붙들어 놓은 후에야 백만 가지가 다 스스로 취서가 되어 국민이 태평부요하게 될지라 아무 일도 말고 사람마다 이런 일에 힘쓰는 사람이 되어야 할지로다.
향일에 황성신문이 재정의 군졸함을 인연하여 하다못해 거의 신문을 폐지하기로 작정이 되어 붓을 놓고 대호 일성하였으니 그때에는 생각하기에 국권과 국세의 날로 쇄패함은 더 말할 것 없거니와 이런 것이 다 큰 집에 불이 붙어 기둥이 쓰러지고 서까래가 타는 증거거늘 한 사람도 물을 길어다가 불을 끄려는 이가 없다 하여 화염 중에 낮은 듯한 이 몸이 수각이 황망하고 융격이 막히어 어찌 할 줄 모르고 거연히 수일을 지내더니 홀련히 신문이 다시 오기에 반가히 받아보니 유지한 군자의 보조금이 혹 백 원 혹 오십 원 혹은 이삼 원까지 연속하여 신문이 폐이부흥하게 되었으매 본 신문 사정도 또한 말이 못 되었을 때에 솜틀어 생계하는 한병선 씨가 팔 원 돈을 보조하였고 근일에 이름을 숨기고 화은생이라 하는 친구가 찻값이나 하라고 십 원 돈과 또 모모씨가 몇 원씩 보내었으니 이런 보조를 본사에서 받기는 대단 무렴하거니와 한편으로 희불자승한 생각에 하기를 우리나라 한두 신문만 차차 유지할 뿐 아니라 전국 상하인민이 불붙은 집에 힘과 재물을 아끼지 않고 물을 다투어 길어 가지고 와서 끼얹어서 타는 불을 잡고 여전히 보전하겠다 하오니 유지한 재위군자들은 아무쪼록 동심협력하여 국민간 유조랄 일이면 수고를 아끼지 말고 용왕매진하여 인민을 개명하고 국가를 보전하여 문명세계를 보사이다.
국민의 큰 관계
제국신문 1903. 2. 24
사람 되고 중애지심 없는 자 어디 있으리오만 저 개명하였다는 나라 사람들은 국민의 공동한 관계에는 다만 재물만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곧 국민의 이익 될 일이 있으면 영광스럽게 목숨 버리기를 지체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만금 재산을 가지고 주체할 곳을 몰라 먹도 입도 못하다가 필경 탐관오리에게 무수히 화를 당하고 재산까지 지키지 못하였으며 심지어 외국인이 대한사람들은 충의지심이 아주 없는 백성이라 하기에 이르렀는지라.
이는 다름이 아니라 저 사람들은 이해의 근본을 알아 법률이 서지 못하면 백성이 살 수 없고 백성이 살 수 없으면 나라가 부지하지 못하며 나라가 부지하지 못하는 날은 상하 관민이 다 남의 노예가 되기를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지라. 그런즉 집안을 부지하자면 먼저 나라를 보호하고 나라를 보호하자면 먼저 법이 서고 학문이 열릴 공익상 사업을 일체로 힘써 될지라. 이것을 깨달은 고로 공익상 사업이 어떻게 중한지 알며 공익상 사업하는 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찬조하여야 하는지 알고자 함이거니와 이 나라 사람들은 자초로 위에 있는 이들이 잘하면 잘되고 못하면 할 수 없는 줄로 알도록 만들어 주어 백성도 다 이렇게 믿는 고로 아무 일이라도 해보겠다는 사람은 없기도 하거니와 있어도 할 수 없게 되는 연고라. 어찌 충애의 마음이 진실로 없어 그러하리오.
비컨대 큰 집에 불이 붙을진대 물 한 동이가 그 큰 불을 한 번에 끌 것은 아니로되 사람마다 이것을 마땅한 일로 아는 고로 힘들여 끼얹는 것이요, 또한 이 적은 물이라도 끼얹는 사람이 많은즉 아무리 큰 불이라도 잡혀지나니 사람마다 의복의 더러움과 몸의 위태함을 생각하지 않고 일심으로 물을 옮길진대 여럿이 합하는 힘이 자연히 불을 끄기에 이르려니와 혹 이것을 생각지 못하고 몸의 괴로움과 힘의 수고를 아끼다가 온 집이 다 타고 동리가 다 해를 당하는 날은 내 집만 홀로 편안 무사하기만 발겠는가.
지금 대한사람들의 큰 집에 불이 붙어 서까래가 타고 기둥이 쓰러지는지라. 이 속에 앉아서 서로 한두 푼 돈이라 사소한 승벽(好勝之癖의 준말 :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고 기를 씀)으로 서로 다투며 시비하여 네 것 내 것의 호리도 다투며 한 방울의 물도 끼얹고자 하지 않을진대 그 다투던 물건이 장차 편하게 누리는 복이 되겠는가.
지금 경향 사람들이 모두 탐관오리에 토색을 당한다, 악한 법률에 압제와 원굴함을 당한다, 심산궁곡에서 부대 글겅이도 편히 할 수 없다. 길거리에서 서 푼짜리 담배자리도 임의로 할 수 없다. 기한 곤궁에 살 수 없고 견딜 수 없다 하여 서로 칭원과 다툼으로 날마다 애쓰고 걱정하나 하나도 쓸데없고 다만 한 가지 힘쓸 것은 남녀노소 간에 일체로 이 형편을 깨달아 먼저 국권을 보호하며 국법을 세우며 국민을 열어주는 일에 동심합력하여 목숨을 얼마 버리며 피를 얼마 흘리고라도 나라를 붙들어 놓은 후에야 백만 가지가 다 스스로 취서가 되어 국민이 태평부요하게 될지라 아무 일도 말고 사람마다 이런 일에 힘쓰는 사람이 되어야 할지로다.
향일에 황성신문이 재정의 군졸함을 인연하여 하다못해 거의 신문을 폐지하기로 작정이 되어 붓을 놓고 대호 일성하였으니 그때에는 생각하기에 국권과 국세의 날로 쇄패함은 더 말할 것 없거니와 이런 것이 다 큰 집에 불이 붙어 기둥이 쓰러지고 서까래가 타는 증거거늘 한 사람도 물을 길어다가 불을 끄려는 이가 없다 하여 화염 중에 낮은 듯한 이 몸이 수각이 황망하고 융격이 막히어 어찌 할 줄 모르고 거연히 수일을 지내더니 홀련히 신문이 다시 오기에 반가히 받아보니 유지한 군자의 보조금이 혹 백 원 혹 오십 원 혹은 이삼 원까지 연속하여 신문이 폐이부흥하게 되었으매 본 신문 사정도 또한 말이 못 되었을 때에 솜틀어 생계하는 한병선 씨가 팔 원 돈을 보조하였고 근일에 이름을 숨기고 화은생이라 하는 친구가 찻값이나 하라고 십 원 돈과 또 모모씨가 몇 원씩 보내었으니 이런 보조를 본사에서 받기는 대단 무렴하거니와 한편으로 희불자승한 생각에 하기를 우리나라 한두 신문만 차차 유지할 뿐 아니라 전국 상하인민이 불붙은 집에 힘과 재물을 아끼지 않고 물을 다투어 길어 가지고 와서 끼얹어서 타는 불을 잡고 여전히 보전하겠다 하오니 유지한 재위군자들은 아무쪼록 동심협력하여 국민간 유조랄 일이면 수고를 아끼지 말고 용왕매진하여 인민을 개명하고 국가를 보전하여 문명세계를 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