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국민이 은근히 위태함-제국신문(1903. 2. 23)

관리자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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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은근히 위태함

 

 

제국신문 1903. 2. 23

 

 

다 나라마다 치란안위(治亂安危)가 한 번씩 순환하여 바뀌는 이치는 당연한 이치라 하나 이전에는 소위 나라의 흥망이 다 같은 인종에 잠시 역대나 바뀔 뿐이요, 혹 타국이 침노한다 하여도 부득이 항복한 후에는 다만 속국이라는 이름만 있어 혹 세시(歲時)에 사신이나 보내며 여간 조공이나 보내면 흡족히 여겨 내지 권한에 별로 간섭하는 것이 없었은즉 말을 하자면 집안에서 형제간의 다툼이라 하려니와 지금 세상은 전에 모르던 나라들과 못 보던 인종들이 만국을 통섭하여 혹 서로 보호도 하며 혹 서로 이익도 누리며 이 형편을 모르고 어림없이 지내는 나라는 부강한 자의 장중에 들어 멸망을 면하지 못하니니 한 번 남의 장악에 든 후에는 영영 회복할 날이 없어 산천이 변하고 인정이 변하나니 어찌 옛날에 순환하는 치란안위로 비하리오. 지금은 인종으로 다투며 교화로 다투며 옛것과 새것으로 다투니 이 다투는 중에서 망하여 없어진 나라도 많고 새로 흥하여 일어난 나라도 많으며, 지금 당장 망해가는 나라도 많고 간신히 위망을 면하여 겨우 보전하는 나라도 또한 한둘이 아니니 이 중에서 백 배나 정신을 차려 남이 어찌해서 흥하고 망했는지 상고하고 빙거하며 조심하여 행해야 될지라. 어찌 우리끼리만 살던 옛날 사적만 가지고 고집하리오.

 

각국 성쇠의 근본이 여러 가지 있으나 그 근본을 궁구하면 다 새것을 좋아하고 아니 좋아하기에 달린지라. 교화, 법률, 정치가 다 새것을 좋아하는 마음 한 가지에 비로소 하여 되느니 새것을 즐겨하여 개명진보하는 길로 힘쓴 후에야 나라도 지탱하며 인종도 보전하리로다.

 

대한이 외국들과 통상한 이후로 흥왕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되 다 새것을 싫어하여 부득이 통상교섭에 응종하나 속으로는 외국 학문을 싫어하며 인하여 외국 사람까지 싫어하는 고로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고 좋은 기회만 다 잃어버리고 오늘까지 이르렀는지라 외국에 정의를 다 잃어버리고 공의상 친구는 하나도 없이 세상에 고립한 형세가 된지라.

 

이러므로 남의 수모와 남의 위협과 남의 호령이 날로 심하여 근일에 이르러 다욱 위태하고 급하도다. 심지어 근일에는 외국 상민들이 저우를 증벌하자는발론까지 있었은즉 이에서 더 심하면 장차 무슨 일이 없으리오. 오히려 그 근원은 생각지 못하고 속으로는 부득이 이런 일에 간간이 허락을 하면서도 백성이 알면 못쓸 줄로 여겨 은근히 숨기며 남을 미워하는 마음만 속으로 기르니 어찌 더욱 위태하지 않으리오.

 

대개 모든 일의 근인은 다 내게 있거늘 도리어 남만 미워함은 사리에도 온당하지 못하거니와 나라에 위태함이 이에서 더 심한 것이 없는지라. 인도와 애굽의 말년을 보면 다 저희 옛적 악습을 버릴 생각은 아니하고 남을 미워하여 죽이고 몰아 내려 하다가 필경 그 본국사람들이 권리를 가지고 있는 한은 통상 교섭에  화합할 수 없음을 깨달은 형세를 외국이 사단을 빙자하여 토멸한 것이라. 대한의 동학과 청국의 의화단이 어찌 소상한 증거가 아니리오.

 

그런즉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외국에게 수모당하는 것을 숨기지 말고 백성에게 드러내어 알게 하며 형편을 아는 대로 남을 미워하여 해할 생각을 두지 말며 일심으로 새것을 합하여 남이 능멸히 여길 계재가 없도록 만들어 남들과 같이 부단히 나아갈 방침을 차린 후에야 스스로의 외모(外侮)도 막고 수욕을 설치하는 도리가 생기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