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 통용에 대한 연설 (번역 3)
제국신문 1903. 4. 15
금전 짓기를 위해 외국에 차관을 얻는다 하니 설령 2억만 원 빚을 얻어 일변 금전을 지으며 일변 지전을 짓는다 할진대 그 이익은 무엇이며, 어디서 재정을 모아 빚을 갚으리오. 이 관원들의 수단으로는 결국 전국을 분할하는 경우밖에 면할 수 없을지라. 이 돈을 내어 놓지 않을지니 금전 짓는 일이 이렇듯 관중하거늘 나라를 저당잡혀 돈을 짓겠는가.
외국들은 청국과 아무리 정의가 친밀해도 도와줄 것은 다만 위태한 일을 미리 알게 해 장래 화란을 면케 하는 일뿐인데 급기 청국이 듣지 아니하고 딴 길로 가다가 패망을 자초하는 날은 다시 상관하지도 아니하겠고 상관하고자 하지도 않을지니 청국이 지금 자기 일을 가지가 해 친구의 권함을 듣고 바로 일하기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못할지라.
지금 일본이 청국보다 반세기가 먼저 개명하였으되 근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금전 쓰기를 시작하였나니 지금 볼진대 모든 것이 다 일본에게는 유조한 것이 되고 청국에는 도무지 다 해되는 것뿐이니 이는 다름이 아니라 청국은 변하지 못하고 일본은 변할 줄을 아는 연고니, 이것을 분별하지 못하는 정부에서 금전을 쓰는 것이 온당하다고 하겠는가? 이렇듯 썩고 상해서 세계통행하는 공법의 주의를 어기지 않은 것이 없고 이 형편에 이런 어리석은 일을 행하는 나라정부가 지전을 지어놓았다가 어떤 외국인든지 와서 바꾸어 달라 할진대 능히 막고 아니 바꾸어 주겠다 하겠는가. 저 어둡고 약한 청인들이 감히 거역하지 못해 오는 대로 금으로 바꾸어 주어야 할지니 며칠도 지탱해 갈 수 없겠고 만일 미쁘게 시행되도록 하자면 외국인의 권리에 맡겨 주장하게 해야 능히 지켜갈 터이나 지금 청국에서 전환국 권리를 해관같이 외국인에게 맡기려 하겠는가.
지금 청인들이 일도 모르며 외국인의 주관하는 것을 시기해 아무쪼록 정부의 가득한 외국인들을 다 내어쫓고 저희끼리 주장하고자 하매 이득이 되고 아니되기는 생각지 아니하고 다만 힘만 자라면 저희끼리 하고 싶은 대로 하려해 은근히 바라고 주선하는 바라. 결단코 재정 관할하는 것마저 외국인에게 주지 않으려 할 것이요, 더욱이 저희들의 협잡과 희롱거리만 더 만드는 것이니 통히 말할진대 지금 이 처지에 금전을 쓴다 하는 것이 당장 큰 이익은 없고 전국의 탁지를 거판(가산을 탕진함)하게 하며 기왕 잃어버린 신(信)을 더욱 무신(無信)하게 만들어 외국에 빚을 지고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해 필경은 전국 토지를 다 분할하게 하고야 말게 만듦이니 지금 재정을 정리한다고 하는 것이 급하지 않음은 아니나 마땅히 정부를 확실히 조직한 후에야 될 일이라. 정부가 굳건해 국세가 차차 개명으로 나가며 백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상업이 확장되며 법률이 밝아지고 인민의 사는 제도가 취서되어, 재정을 가지고 참 내 이익을 위해 일할 만치 된 후에야 능히 금전도 짓고 지전도 발행해야 폐단이 생기지 아니할지니 이렇게 되기 전에는 지폐나 금전을 통용할 수 없으리라 하노라.
이상은 파머 씨가 청국청년회에서 금전과 지전 쓰자는 문제에 대해 연설한 글이라. 그 글을 볼진대 금, 은, 지폐 등 돈을 쓰는 관계가 어떠한지 가히 알려니와 근일 정부에서 은행소를 설시해 중앙은행을 한성에 설시하고 각 지방에 은행지점을 설시해 일국의 재정을 혈맥같이 상통하게 한다 하니 이는 다만 의레 행할 일이니 다시 말할 것이 없을듯하나 우리는 이 일에 대해 두어 마디 설명할 말인즉 지금 대한에 은행소를 설시한다 함이 곧 청국의 지전 발행한다 함과 같은지라. 첫째 은행은 돈이 있어야 할 터인데 돈이 없으면 외국으로부터 빚을 얻어야 하겠고 지금 이 처지에 빚을 얻는 것은 곧 나라를 팔아 일하는 것이라 함이 청국을 빗대어 한말이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백성이 고본금(股本金 : 밑언이 되는 돈)이나 모아야 돈이 생길지니 지금 법률이 서지 못한 밑에서 제 것을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거늘 누가 몇천 원 몇만 원을 합해 사업의 흥리를 하고자 하리오. 설령 재정은 있다 할지라도 정부가 신의가 있어야 할 것이거늘 이 정부의 신으로써 국민에게 행하고자 함은 실로 되기를 바랄 수 없는 일이라.
통히 말할진대 서양에 정치, 재력, 상업 등 세력이 차차 동으로 뻗어나오는 중에서 어떤 나라가 뒤에 앉아 시키는 것을 신청(信聽 : 곧이 들음)하고 이해위불은 생각하지 못하고 발론하게 되면 이는 필경 되기도 어렵거니와 되어도 큰 해가 될 줄로 짐작하노라.
금전 통용에 대한 연설 (번역 3)
제국신문 1903. 4. 15
금전 짓기를 위해 외국에 차관을 얻는다 하니 설령 2억만 원 빚을 얻어 일변 금전을 지으며 일변 지전을 짓는다 할진대 그 이익은 무엇이며, 어디서 재정을 모아 빚을 갚으리오. 이 관원들의 수단으로는 결국 전국을 분할하는 경우밖에 면할 수 없을지라. 이 돈을 내어 놓지 않을지니 금전 짓는 일이 이렇듯 관중하거늘 나라를 저당잡혀 돈을 짓겠는가.
외국들은 청국과 아무리 정의가 친밀해도 도와줄 것은 다만 위태한 일을 미리 알게 해 장래 화란을 면케 하는 일뿐인데 급기 청국이 듣지 아니하고 딴 길로 가다가 패망을 자초하는 날은 다시 상관하지도 아니하겠고 상관하고자 하지도 않을지니 청국이 지금 자기 일을 가지가 해 친구의 권함을 듣고 바로 일하기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못할지라.
지금 일본이 청국보다 반세기가 먼저 개명하였으되 근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금전 쓰기를 시작하였나니 지금 볼진대 모든 것이 다 일본에게는 유조한 것이 되고 청국에는 도무지 다 해되는 것뿐이니 이는 다름이 아니라 청국은 변하지 못하고 일본은 변할 줄을 아는 연고니, 이것을 분별하지 못하는 정부에서 금전을 쓰는 것이 온당하다고 하겠는가? 이렇듯 썩고 상해서 세계통행하는 공법의 주의를 어기지 않은 것이 없고 이 형편에 이런 어리석은 일을 행하는 나라정부가 지전을 지어놓았다가 어떤 외국인든지 와서 바꾸어 달라 할진대 능히 막고 아니 바꾸어 주겠다 하겠는가. 저 어둡고 약한 청인들이 감히 거역하지 못해 오는 대로 금으로 바꾸어 주어야 할지니 며칠도 지탱해 갈 수 없겠고 만일 미쁘게 시행되도록 하자면 외국인의 권리에 맡겨 주장하게 해야 능히 지켜갈 터이나 지금 청국에서 전환국 권리를 해관같이 외국인에게 맡기려 하겠는가.
지금 청인들이 일도 모르며 외국인의 주관하는 것을 시기해 아무쪼록 정부의 가득한 외국인들을 다 내어쫓고 저희끼리 주장하고자 하매 이득이 되고 아니되기는 생각지 아니하고 다만 힘만 자라면 저희끼리 하고 싶은 대로 하려해 은근히 바라고 주선하는 바라. 결단코 재정 관할하는 것마저 외국인에게 주지 않으려 할 것이요, 더욱이 저희들의 협잡과 희롱거리만 더 만드는 것이니 통히 말할진대 지금 이 처지에 금전을 쓴다 하는 것이 당장 큰 이익은 없고 전국의 탁지를 거판(가산을 탕진함)하게 하며 기왕 잃어버린 신(信)을 더욱 무신(無信)하게 만들어 외국에 빚을 지고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해 필경은 전국 토지를 다 분할하게 하고야 말게 만듦이니 지금 재정을 정리한다고 하는 것이 급하지 않음은 아니나 마땅히 정부를 확실히 조직한 후에야 될 일이라. 정부가 굳건해 국세가 차차 개명으로 나가며 백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상업이 확장되며 법률이 밝아지고 인민의 사는 제도가 취서되어, 재정을 가지고 참 내 이익을 위해 일할 만치 된 후에야 능히 금전도 짓고 지전도 발행해야 폐단이 생기지 아니할지니 이렇게 되기 전에는 지폐나 금전을 통용할 수 없으리라 하노라.
이상은 파머 씨가 청국청년회에서 금전과 지전 쓰자는 문제에 대해 연설한 글이라. 그 글을 볼진대 금, 은, 지폐 등 돈을 쓰는 관계가 어떠한지 가히 알려니와 근일 정부에서 은행소를 설시해 중앙은행을 한성에 설시하고 각 지방에 은행지점을 설시해 일국의 재정을 혈맥같이 상통하게 한다 하니 이는 다만 의레 행할 일이니 다시 말할 것이 없을듯하나 우리는 이 일에 대해 두어 마디 설명할 말인즉 지금 대한에 은행소를 설시한다 함이 곧 청국의 지전 발행한다 함과 같은지라. 첫째 은행은 돈이 있어야 할 터인데 돈이 없으면 외국으로부터 빚을 얻어야 하겠고 지금 이 처지에 빚을 얻는 것은 곧 나라를 팔아 일하는 것이라 함이 청국을 빗대어 한말이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백성이 고본금(股本金 : 밑언이 되는 돈)이나 모아야 돈이 생길지니 지금 법률이 서지 못한 밑에서 제 것을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거늘 누가 몇천 원 몇만 원을 합해 사업의 흥리를 하고자 하리오. 설령 재정은 있다 할지라도 정부가 신의가 있어야 할 것이거늘 이 정부의 신으로써 국민에게 행하고자 함은 실로 되기를 바랄 수 없는 일이라.
통히 말할진대 서양에 정치, 재력, 상업 등 세력이 차차 동으로 뻗어나오는 중에서 어떤 나라가 뒤에 앉아 시키는 것을 신청(信聽 : 곧이 들음)하고 이해위불은 생각하지 못하고 발론하게 되면 이는 필경 되기도 어렵거니와 되어도 큰 해가 될 줄로 짐작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