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두 가지 편벽됨-신학월보(1903. 9)

관리자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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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편벽됨

 

신학월보 1903. 9

 

 

나는 하느님의 모든 은혜를 감사히 여기는 중에 한 가지 가장 간절히 감사하게 여기는 바는, 다만 하느님의 교가 이 세상에 제일 가난하고 하찮고 괴롭고 악하고 우환고초 있는 곳마다 특별한 효험이 되는 일이라. 나는 이것을 가장 감사히 여기며 성경에 모든 말씀을 알아듣는 것이 다 지극히 옳고 지극히 간절한 줄로 믿되 그중에 더욱 간절히 감동되는 것은 '세상에 병인이 있는 고로 의원이 쓸 데 있나니라'하심이라. 이것은 다 사람의 사사로운 뜻으로는 나올 수 없는 말씀으로 믿을지라.


 

대개 세상 사람의 마음은 항상 부유하고 존귀한 자를 먼저 돌아보는고로 부자나 세객은 보러 다니는 자 많되 걸인이나 종을 따라다니는 자 많지 아니하며 세상 사람의 눈은 지혜도 있고 옳은 일도 한다는 사람은 남이 도와주려고 하며 가르치기도 하건마는 악하고 가난한 사람은 함께 말도 하기를 싫어하나니, 이는 사람의 같은 성품이거늘 천도는 홀로 그렇지 아니하며 사람이 가난한 것을 취하며 사람이 천히 여기는 것을 높이며 가장 악한 자를 먼저 가르치나니 이러하므로 천하고 간곤한 사람이 속히 감화되며 어지럽고 위태한 나라일수록 교회가 흥왕하는 이치라. 이러므로 사람의 극히 어려운 지경은 곧 하느님이 감화시킬 기회라 하나니 비교하건대 논고에 물이 마르고 뜨거워 고기가 살 수 없게 되니 후에야 스스로 새 물길을 얻어 강과 바다를 찾아갈지라. 만일 그 물이 적이 견딜 만하면 잠시 편한 것을 취하여 새로 괴로움을 싫어하여 종시 그곳을 면치 못하다가 대한을 만나면 마침내 마른 고기로 저자(시장에 물건을 파는 가게)에 드러냄을 면치 못할지라.

 

이 세상은 우리의 잠시 사는 논고물이라. 다소 태평안락한데 사는 사람들도 바다같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 생방을 찾기에 게으르지 아니하건데 하물며 이 물이 마르고 흙탕되는 도탄중에 들어 어찌 새 물줄기를 찾지 아니하리오. 

 

대한사람들의 새 물줄기는 예수교회라. 이 교회가 날로 흥황함은 더 말할 것 없으려니와 아직까지도 저 불쌍한 사람들을 다 기회를 주어 우리와 같이 생활샘으로 나오지 못하게 함은 실로 다 우리 신이 보족함이오, 사랑이 부족함이라. 아땅히 이 뜻을 더욱 널리 알도록 전파하여야 될 터인데 이 뜻을 전파하기에 두 가지 방해가 있으니 하나는 정치상에 조급히 생각함이오, 하나는 교회에 편벽되지 않도록 주의함이라.

 

정치상에 조급한 생각으로 말할진대 우리가 항상 일컫기를 대한의 장래는 예수교에 달렸다한즉 듣는 사람들이 혹 헤아리되 그 교회에 들어가면 곧 정사가 바로 잡히고 나라가 문명되는 도리가 있는 줄로 알고 들어갔다가 사면을 돌아본즉, 모두가 복음을 어찌 전파하며 사람을 어찌 교육시킬 일로 의론하는 모양이요, 정사가 어떠하며 법률이 어떠함을 논란하는 자는 별로 만나기 어려운지라. 이에 자기가 나서서 팔을 뽐내고 고담준론(고상하고 준엄한 말)을 빼어낸즉 모두 대답하는데 '부질없는 말을 말라. 우리는 듣기를 원치 않노라' 하는지라. 그 이유를 캐어보지 아니하고 곧 돌아서 물러나며 말하되 '그 중에도 아무 뜻 없고 다만 교에만 혹할 뿐이니 대한 장래가 달렸다함이 불과 사람을 속임이로다' 하나니 이는 교회의 효력과 국민의 정형은 생각지 못하고 일조일석에 사단이 생기기를 경영하는 자이니 이것이 한 가지 흠이로다.

 

교회에 편벽되기를 주의하는 자로 말할진대 우리가 항상 말하기를 나라를 진실로 위하여 일하고자할진대 교회의 일로 힘쓰는 이 보다 한일이 없는니라한즉, 듣는 자 혹 생각하기를 이중에서 일하면 곧 무슨 효력이 있을 줄 알고 이것 저것 부질없이 애써보다가 하나도 자기의 뜻과 같지 않은즉 필경을 또 낙심하여 헤아리되 이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은즉, 다 생각지 말고 내 일신이라 돌아보아 교회 중에 육신의 평생을 부탁하여 가지고 세상 시비에 상관하지 말며 믿음으로써 일후에 영원한 복이나 구하리라하여 전국 동포가 다 죽을 고초를 당하였다 하여도 조금도 동심치 아니하며 일국 강토가 어찌 될런지 알수 없다 하여도 들은 체 아니하며, 다만 기도하는 말은 '나의 몸을 구제하소서 나의 집안과 부모 처자와 친척, 친구를 복 많이 주소서' 할 뿐이라. 이 어찌 예수의 본이며 하느님이 기쁘게 들으시는 바라 하리오. 이는 이른바 교에 편벽되기를 주의함이라.

 

이상 두 가지는 다 널리 생각하지 못하는 데서 생김이라. 그 두 가지 통하지 못하는 뜻을 대강 설명할진대 대개 예수교는 이 세상을 화하여 천국같이 기쁘고 사랑하고 자유하는 한 복지를 만들어 그 안에 사람이 하나도 구원 얻지 못하는 자 없으며 하나도 복 얻지 못하는 자 없도록 하는 것이 바로 원하는 결과라, 그러므로 이 효력이 미치는대로 완악한자 유순해지며 패악한자 인자하여지며 어두운 곳이 밝아지며 근심하는 곳이 즐거워지나니 온 천하가 필경 다 변하고 화하는데, 하물며 나라의 부패함과 인심의 패리(이치에 어긋남)함을 어찌 고치기 염려하리오마는 이것이 교회의 힘으로 자연히 화하여야 하려니와 만일 다른 힘을 빌려 속히 자라기를 도모하면 그 화하는 것이 장구치도 못하려니와 항상 폐단이 따라다니나니 자고로 천주교의 무수한 폐가 생김이 다 이로 인연함이라. 이러므로 예수교에서는 정치와 교회를 특별히 구별하여 함께 혼잡되는 폐단이 없도록 만들었으매, 외양은 서로 도움이 없는 듯하나 실상은 피차에 다 편리하고 유조함을 즐겨하나니 이는 교회에서 마땅히 정치상 관계를 가까이 아니할 근본이라.

 

그러나 정치는 항상 교회 본의로서 딸려나오는 고로 교회에서 감화한 사람이 많이 생길수록 정치의 근본이 스스로 바로잡히나니 이러므로 교화로써 나라를 변혁하는 것이 제일 순편(일이 순조롭고 편함)하고 순리된 바로다. 이것을 생각지 않고 다만 정치만 고치고자 하면 정치를 바로 잡을 만한 사람도 없으려니와 설령 우연히 바로 잡는다 할지라도 썩은 백성 위에 맑은 정부가 어찌 일을 할 수 있으리오, 반드시 백성을 감화시며 새 사람이 되게 한 후에야 정부가 스스로 맑아질지니 이 어찌 교회가 정부의 근원이 아니리오.

 

하물며 대한은 지금 인민의 마음이 모두 썩고 상하여 어찌할 수 없는 중에 더욱 사사로운 마음이 가득하여 서로 해하고 서로 먹기로 곧 떳떳한 도리를 삼으며, 남을 속여 몰아내기로 곧 재주를 삼으니 이 중에서 무슨 일을 경영하며 설령 몇몇 합의하는 자 있기로 무슨 일이 성취되기를 바라리오, 헛된 고담준론으로 세상을 경거망동하여 실상 일에 방해 뿐이니 헛것을 다 버리고 하나둘씩이라도 사람을 화하여 변하게 만드는 것이 곧 그 나라를 위하여 크게 도울 사람 하나를 만듬이라. 이것이 참 나라를 위함이니 마땅히 이 뜻으로 서로 찬조하여 열심으로 일하되 결단코 남을 위태롭게 하며 내 몸이 위태할 일을 일호도 실효는 없고 사회상에 도리어 해 될 일은 결탄코 행치 말 것이요, 저 편벽되게 교회로 일신의 이익을 만들려는 자인즉 또한 사사로운 뜻에 병이 든지라. 어찌 나의 구원 얻는 것만 풍족히 여겨 남의 화복안위를 돌아보지 아니하리오, 하물며 우리 몸이 육신으로 태어났은즉 우리들이 살아 있는 동안은 이 세상을 위하여 일을 아니하지 못할지라. 예수는 우리를 대신하여 돌아가시니 이는 세상을 구원하심이라. 우리가 남의 환란질고와 멸망함을 돌아보지 아니할진대 우리의 신은 어디 있으며 우리의 일은 어디 있으리요, 마땅히 세상을 생각하며 나라를 생각하며 이웃을 생각할지라. 적으나 크나 남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보아야 그 사람의 신을 알지니 열매가 없으며 어찌 그 나무가 쓸 데 있다 하리요, 일심으로 일어나 부지런한 일꾼들의 되어야 할지니 지금 우리의 할 일은 씨뿌리는 데 있는지라. 복음의 좋은 씨를 바삐바삐 사람의 마음에 심어 줄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