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공산당의 당부당(當不當)

관리자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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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태평양잡지, 1923년 3월호(제31호)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03220


*이 글은 건국대통령 이승만이 1920년대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할때 발행했던 <태평양 잡지>에 게재한 논문이다. 1917년 레닌의 공산혁명 이후 전세계 정치인 지식인들이 '러시아의 유토피아'를 찬양할 당시, 이승만은 공산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산당의 당부당'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자유평등주의자 이승만은 공산주의를 무조건 반대한 것이 아니고 '합당한 것과 부당한 것' '옳고 그른것'을 간결하면서 정확하게 지적한다. 공산정권 등장 6년째에 발표한 이 논문으로 이승만은 서방진영 최초로 공산주의 모순을 분석, 그 종말을 예고하는 비판자가 되었다. 당시 언어생활의 어법과 문체등 사료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원문 그대로 전재한다.(편집자)



  공산당주의가 이 20세기에 나라마다 사회마다 아니 전파된 곳이 없어,
혹은 공산당이라 사회당이라 무정부당이라 하는 명목으로 극렬하게 활동하기도 하며,
혹은 자유권 평등권의 명의로 부지중 전염하기도 하야, 전제 압박하는 나라에나 공화 자유하는 백성이나 그 풍조의 촉감을 받지 않은 자가 없도다.

  공산당 중에도 여러 부분이 있어서 그 의사가 다소간 서로 같지 아니하나,
보통 공산당을 합하야 의론하건대, 그 주의가 오늘 인류 사회에 합당한 것도 있고 합당치 않은 것도 있으므로, 이 두가지를 비교하야 이 글의 제목을 “당 부당”이라 하였나니, 그 합당한 것 몇 가지를 먼저 들어 말하건대,

 인민의 평등주의라. 옛적에는 사람을 반상(班常)으로 구별하야 반은 귀하고 상은 천하므로, 반은 의례히 귀하고 부하며 상은 의례히 천하며 빈하야 서로 변동치 못하게 등분으로 방한을 정하여 놓고, 영영 이와 같이 만들어서, 양반의 피를 타고난 자는 병신 천치라도 웃사람으로 모든 상놈을 다 부리게 마련이오,
피를 잘못 타고난 자는 영웅 준걸의 자질을 탔을지라도 하천한 대우를 면치 못하였으며, 또한 노예를 마련하야 한번 남에게 종으로 팔린 자는 대대로 남의 종으로 팔려다니며 우마와 같은 대우를 벗어나지 못하게 마련이라.

이와 같이 여러 천년을 살아오다가, 다행히 법국[프랑스] 혁명과 미국 공화를 세운 이후로 이 사상이 비로소 변하야 반상의 구별을 혁파하고 노예의 매매를 법률로 금하였나니, 이것이 서양문명의 사상 발전된 결과라. 만세인류의 무궁한 행복을 끼치게 하였도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보건대 반상의 구별 대신에 빈부의 구별이 스스로 생겨서, 재산가진 자는 이전 양반노릇을 여전히 하며, 재물 없는 자는 이전 상놈 노릇을 감심(甘心)하게 된지라. 그런즉 반상의 명칭은 없어졌으나 반상의 등분은 여전히 있어서 고금에 다를 것이 별로 없도다.

  하물며 노예로 말할지라도, 법률로 금하야 사람을 돈으로 매매는 못한다 하나, 월급이라 공전이라 하는 보수 명의로 사람을 사다가 노예같이 부리기는 일반이라. 부자는 일 아니하고 가난한 자의 노동으로 먹고 살며,
인간 행락에 모든 호강 다하면서 노동자의 버는 것으로 부자위에 더 부자가 되려고 월급과 삭전을 점점 깎아서, 가난한 자는 호가지계(糊家之計)를 잘 못하고 늙어 죽도록 땀 흘리며 노력하야 남의 종질로 뼈가 늘도록 사역하다가 말 따름이오, 그 후생이 나는 대로 또 이렇게 살 것뿐이니, 이 어찌 노예 생활과 별로 다르다 하리요.

그러므로 공산당의 평등주의가 이것을 없이 하야 다 균평하게 하자함이니, 어찌하야 이것을 균평히 만들 것은 딴 문제거니와, 평등을 만들자는 주의는 대저 옳으니, 이는 적당한 뜻이라 하겠고,

  공산주의 중 시세에 부당한 것을 말한 진대,
 
(1) 재산을 나누어 가지자 함이라.
 
모든 사람의 재산을, 토지 건축 등 모든 부동산까지 다 합하여다가 평균히 나누어 차지하게 하자 함이니, 이것을 가난한 사람은 물론 환영하겠지마는, 토지를 평균히 나누어 맡긴 후에 게으른 사람들이 농사를 아니하던지 일을 아니하던지 하야 토지를 다 버리게 되면 어찌하겠느뇨. 부지런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하야 게으른 가난장이를 먹이어야 될 것이오, 이 가난장이는 차차 수효가 늘어서 장차는 저마다 일 아니하고 얻어먹으려는 자가 국중에 가득 할 것이며,

  (2) 자본가(資本家)를 없이하자 함이라. 
모든 부자의 돈을 합하여다가 공동히 나누어 가지고 살게 하면 부자의 양반 노릇하는 폐단은 막히려니와,
재정가(財政家)들의 경쟁이 없어지면 상업과 공업이 발달되기 어려우니,
사람의 지혜가 막히고 모든 기기미묘한 기계와 연장이 다 스스로 폐기되어,
지금에 이용 후생하는 모든 물건이 다 진보되지 못하며, 물질적 개명이 중지될지라.
자본을 철폐하기는 어려우리니, 새 법률로 제정하야 노동과 평등 세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 나을 터이며,

  (3) 지식계급을 없이하자 함이니,
모든 인민의 보통 상식정도를 높여서 지금에 학식으로 양반 노릇하는 사람들과 비등하게 되자 하는 것은 가하거니와, 지식계급을 없이하자 함은 불가능하며,

  (4) 종교단체를 혁파하자 함이라.
자고로 종교단체가 공고히 조직되어 그 안에 인류계급도 있고, 토지 소유권도 많으며, 이 속에서 인민압제의 학대를 많이 하였나니, 모든 구교 숭배하던 나라에서는 이 폐해를 다 알지라. 그러나 지금 새 교회의 제도는 이런 폐단도 없고 겸하야 평등 자유의 사상이 본래 열교[裂敎:改新敎] 확장되는 중에서 발전된 것이라. 교회 조직을 없이하는 날은 인류 덕의상 손해가 다대할 것이며,

  (5) 정부도 없고 군사도 없으며 국가 사상도 다 없이한다 함이라.
이에 대하야는 공산당 속에서도 이론이 많을뿐더러 지금 공산당을 주장한다는 아라사(러시아)로만 보아도 정부와 인도자와 군사가 없이는 부지할 수 없는 사정을 자기들도 다 아는 바라 더 설명을 요구치 않거니와,
설령 세상이 다 공산당이 되며, 동서양 각국이 다 국가를 없이하야 세계적 백성을 이루며, 군사를 없이하고 총과 창을 녹여서 호미와 보습을 만들지라도,

우리 한인은 일심 단결로 국가를 먼저 회복하야 세계에 당당한 자유국을 만들어 놓고,
군사를 길러서 우리 적국의 군함이 부산 항구에 그림자도 보이지 못하게 만든 후에야, 국가주의를 없이할 문제라도 생각하지,
그 전에는 설령 국가주의를 버려서 우리 2천만이 모두 다 밀리어네어(백만장자)가 된다 할지라도 우리는 원치 아니할지라.
  우리 한족에게 제일 급하고 제일 긴하고 제일 큰 것은 광복사업이라.
공산주의가 이 일을 도울 수 있으면 우리는 다 공산당 되기를 지체치 않으려니와,
만일 이 일이 방해될 것 같으면 우리는 결코 찬성할 수 없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