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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미국으로 가는 리승만 씨 편지-제국신문(1904. 11. 26)

관리자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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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가는 리승만 씨 편지

 

 

제국신문 1904. 11. 26

 

나는 종적이 도처에 남에게 의심을 잘 받는 몸인 고로 떠날 때에 저저히 작별도 못하고 무심히 왔사오매 두루 죄지은 것 같소이다.

 

양력 이달 오일에 미국배 오하이오를 타고 인천을 떠나서 중간에 풍랑을 만나 행선 못하고 밤을 지내며 아침부터 하루 종일 배질하여 목포와 부산을 차례로 구경하여 십일에 일본 고베에 도착하여, 오는 십칠일에 미국으로 향하는 시베리아호 륜선을 기다리고 아직 유하나이다.

 

하등선가는 고베까지 지폐 십이원인데 일인과 청인이 많이 탔으며 그외에는 하와이로 가는 역부가 거의 칠십명가량인데 배에서 일하는 대한 사람들이 다 대접하여 주고 그중 추루(용모가 추하고 천함)하고 몸에서 냄새나는 사람은 일인들이 가까이 하기를 싫어하며 같은 대접을 못받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처에 먼저 의복과 거처를 정결하게 하는 것부터 배워야 하겠습니다.

 

목포는 항구터가 대단히 넓고 산세와 돌이 다 기묘하게 되었으나 아직 항구 모양이 어울리지 못하며 부산은 개항한지 오랜고로 부두와 도로도 많이 수축하고 방장역사도 많이 하는 중이요, 집도 많이 지었으며 산천의 형세는 실로 절승하게 되었으나 가는 곳마다 한심한 것은 그중 높고 좋은 곳은 다 외국인이 거처한 바요, 제일 깊고 더럽고 처량한 곳은 다 대한 사람들의 처소라. 어찌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곳곳이 이러한고 이는 토지 인물이 남만 못한 것이 아니요, 다만 풍기를 열어주지 못한 연고라. 책망이 위에 있는 이들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나이다.

 

급기 마관과 고베에 이르러 본즉, 우선 산에 수목이 덮혀 대한 산천같이 벌겋게 벗겨진 곳이 없고 한 항구에 각각 큰 화륜선이 여러 십척씩 들어섰으며 조그마한 륜선과 풍법선은 그 수가 없는지라, 사방에 기계소 굴뚝은 하늘에 닿은 것이 무수하고 이편저편에서 철도는 왔다갔다 하는데 기계통에 김빼는 소리는 쉴새 없이 원근에서 서로 응하며, 고베항구에 내리니 전후좌우에 누각도 굉장하거니와 남녀노소의 분주한 모양은 과연 일들 많이 하는 세상이라, 긴 담뱃대 물고 누워서 낮잠자는 사람은 볼 수 없으며 산천은 다 기이한 터, 심지어 돌 한 개 나무 한 그루라도 기기묘묘하게 꾸며 놓았으나 다 견고하고 질박한 풍토가 부족하여 천연한 태도가 보이지 않는지라. 우리 대한 삼천리 금수강산을 우리 손으로 이렇게 꾸며 놓았으면 첩첩이 절승함이 어찌 이에 비하리오.

 

그러나 배에서 대한 사람 하나가 우연히 말끝에 일본 바다들이 대한 바다 물만 못하다 하니 이는 실없이 하는 말인데 일본 하등 여인 하나가 앉았다가 듣고 변색하여 하는 말이 일본 물이 낫다 하는지라. 대한 사람 여럿이 있다가 그렇지 않다 하되 일본 여인 저 혼자 일본 물이 낫다고 시비가 대단하매, 그 중 하나가 말하기를 물이 좋든지 그르든지 상관이 없으니 남의 비위나 맞춰 주자 하고 일본 물이 제일 좋다하매 일본 여인은 좋아하고 여러 사람은 다 웃고 그만 둔지라. 이런 일로만 보아도 일인들은 비록 미천한 여자라도 제 나라 것은 검불 하나라도 남만 못하다는 것은 기어이 싸워서라도 이기고야 말려는 성질을 길러주어 부지중 이렇게 되는 것이요, 우리나라 사람은 수치와 욕을 먹고라도 남에게 지는 것을 덕행으로 아는 고로 남에게 노예대접을 받게 되는 바라. 우리 동포들에게 대하여 한 번 생각하여 보기를 바라는 바이로다. 여기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가기에 지전 육십삼원이면 선가는 되고 그곳 가서 금전 오십원이 있어야 하륙하는데 이것은 항구에서 내여 보이기만하면 도로 찾아가는 돈이라. 이 돈이 없으면 도로 돌려 보내나니 합이 지전이 백여원이면 미국에 갈 만한지라. 진실로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이 이 돈이나 변통하여 가지고 미국에 가서 천역이라도 하여 얻어먹어 가며라도 학문을 잘 배워 가지고 돌아오면 나라에 그 안이 유조할지라. 총명자제들을 많이 권면코자 하는 바이로다. 참 겨를을 얻을 때가 적사오니 때를 얻어 자주 기별하려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