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혼인 길을 막지 말라-국민보(1913. 9. 13)

관리자
2017-11-02
조회수 1784

혼인 길을 막지 말라

 

 

국민보 1913. 9. 13

 

우리는 하와이 이주에 거류하는 한인들이 홀아비로 지낼 생각을 두지 말고 혼인하기를 간절히 권하노니, 이는 다만 개인상 실가지락(부부사이의 화락)과 사업상 진취 발달에 도움을 바라는 것뿐 아니라 가장 우리의 중대한 관계를 돌아보아 장래 희망을 여기서 부치고자 함이라.

 

한인이 하와이에 온 지가 전후 십 년에 혹은 내지로 돌아가고 혹은 미주로 갔으며 혹은 북망산으로 영영 갔은즉 외양에 낳은 한인의 수효가 날로 줄어드는지라. 오는 십년을 다시 이와 같이 할진대 남아 있을 자 몇이 못 될지니 누가 있어서 장차 독립을 경영하며 설령 독립을 찾기로 누가 있어서 능히 보전하리오.

 

다행히 몇몇 집에 내외가진 사람이 있어서 각 섬에 있는 남녀 아이들이 다수 생긴지라. 이 사람들을 잘 교육시켜서 모두 새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장래요 우리의 희망이라.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며 장래 오는 앞길을 내다보며 우리 유년들이 많이 번성하는 것이 어찌 중대한 관계가 아니리요. 이런 중대한 관계를 위하여 각처 한인들이 다수히 성혼하기를 바람이라. 하물며 지금은 이민회사의 법이 이러하여 이곳 사는 남자들이 한인이나 일인을 물론하고 본국에서 여자를 청하여다가 백년가약을 맺고 내외가 되어 살 수 있는지라. 이 법이 한번 막히면 다시 어찌할 수 없게 되리니 속담에 이른바 해날 때에 풀을 말리라 함이 어찌 이에 적당치 않으리요. 그러나 도처에 옳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서 장래에 장원계책은 생각지 않고 다만 일시에 여간 얻어먹는 것만 생각하여 중간에서 폐단을 내다가 공동한 생활 길을 영히 막아 버리는 수가 종종 있는지라. 어찌 경계할 바가 아니리오.

 

근자에 내지와 일본 등지에서 하와이 한인들이 신부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혹 학교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범절이 도저히 개명한 규수들이 많이 오고자 하나니, 이는 내지 정형이 점점 사람 살기 어려워가고 하와이는 미국 국기의 자유 바람을 인연하여 지체가 높은 고로 어떻게 하든지 이곳에 오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한 연고라.

 

중간에 중매드는 사람이 십분 조심하여 상당한 혼처에 통혼하는 것은 실로 좋은 일이라. 그 성혼하는 두 사람의 행복이요, 우리 한인 전체에 공동한 행복이니 성심께서 중매하는 것은 과연 큰 공효라 칭사할만 하거니와, 그중에 간간이 협잡배가 있어서 그 처지와 범절은 하나도 생각지 않고 어떠하든지 얻어 만나기만 하면 중간에서 수회지비로 얼마씩 얻어먹고 간혹 어린 여자들을 속여서 나이를 늘여 가지고 배에 실어서 보내기도 하며, 혹은 고베 등지에서 갖은 협잡이 많아서 무단히 재정을 토색(돈이나 물품을 억지로 달라고 함)하는 폐단이 종종 생긴다 하는지라. 이런 것은 한인들이 무슨 방법이든지 공동히 마련하고 급히 막을 일이더라.

 

일본에 유하는 여러 친구들이 일에 대하여 종종 기별한 말이 있으나 아직 설명치 아니하거니와 지금에 한 편지를 받으니 이는 과연 주의할 만한 일이라. 그 사연을 대개 등재하리로다. 그 편지에 대강하였으되, 경계자운 … 다른 말씀하기 전에 이제 내가 목도한 일을 한 가지 말씀하오리다. 이것을 목도한 이 사람은 마음이 어떻게 아프던지 이 악한 세상을 칭원 하였나이다.

 

호놀룰루에 있는 모씨와 김해에 있는 모씨는 어떠한 사람인지 모르지마는 인심이 있는 자 같으면 어찌 차마 이러하오리까.

 

이곳 어떤 여관에 들어간즉 어떤 일인 한 아이 말하되 근처에 한국여자 한 아이 호놀룰루로 가는 길에 머물러 있는데 지금 죽을 곤경을 당한다 하는지라. 다시 탐지하려 하나 일인은 다른 데로 갔은즉 찾을 길이 없어 즉시 전화로 각처 여관에 탐문하다가 마침내 찾은지라. 그곳을 찾아가서 그 여자를 보고 한국말로 물으며 내가 한인이도다 한즉 반가워서 죽은 부모나 맞은 듯이 붙들고 우는 고로 그 사연을 물은즉 그 대답이 대강 이러하더라.

 

본국 김해군과 호놀룰루에 있는 자들이 유인하여다가 오하이오에 있는 아모와 혼인하기로 언약이라 하는데 처음에는 나이 십팔세라 하더니 다시 캐어 물은즉 겨우 십오세라. 중매장이가 시켜서 십팔세라 하노라 하는지라.

 

남의 꾀임을 받아 여기까지 와서 몇 달 동안을 지낸 고로 가지고 온 옷 두 벌을 빨아 입지 못하였은즉 그 누추함은 형용할 수 없으며 제 말이 소위 남편될 자의 나이 이십팔세라 하나 응당 더 늙은 사람을 속여서 이십팔세라 하는 줄로 믿노라 하며, 일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또한 국문도 모르는 고로 집 떠난 후로 편지 한 번도 못하였다 하며 그 옷을 받고자 달라한즉 중매쟁이 말이 호놀룰루만 가면 이 옷을 다 벗어서 물에 던질 터이고 옷과 돈이 생길 터이니 걱정 말고 참으라 하여 그저 두더라 하며, 중매쟁이는 그 여자의 부모에게 말하기를 호놀룰루에 하륙만 하면 돈을 얼마 주마고 하였는데 기왕에 이런 일을 여러 번 하여 수를 보았다 하는지라.

 

나중에 여관 주인을 불러 탐문한즉 이 아이가 고베서 떠나서 다른 여자 아홉과 동행하여 왔는데 다른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간지 모르겠고 이 아이는 눈병이 있다 하여 아직 떨어져 있는 중이라. 그 소위 중매쟁이 아모가 고베까지 계집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기로 고베여관으로 전보하였더니 아모가 과연 거기 있어서 지화 이천 원을 보낸지라. 그러나 이 아이가 지금은 돈 이천 원과 선표는 가졌으나 의원에게 갚을 것이 십오 원이니 무엇으로 갚고 여비를 보태리요. 부득이하여 그 여관 주인에게 부탁하여 아무쪼록 속히 주선하여 하와이에 보내 주고 기숙 경비는 하와이에 가서 그 남편에게 받아 보내게 하면 내가 담당하마 하였으나, 과연 그 어린아이를 지목하여 남편인 자를 부르기에 내 얼굴이 화끈거린데다 그 키가 사 척에 차지 못합니다. 배를 타게 되거든 곧 전보를 하여 드릴 터이니 아무개에게 곧 기별하여서 배에 와서 서로 만나게 하여주시오, 소위 남편될 자의 주소도 모르고 가나이다. 그 아이가 나를 따라서 우리 집에 오겠다고 하기로 부질없이 한 푼 돈이라도 허비하지 않는 것이 옳으니 그만두라 한즉 또 다시 우는지라. 부득이하여 데리고 와서 밥을 먹여서 그 여관으로 도로 보내주고 여관 주인에게 당부하여 무슨 일이 있거든 내게로 기별하라 하였는데, 이 정경을 다 생각하면 차마 남이 부끄러워서 말할 수 없음이라.

 

이런 폐단을 어떻게 하면 막으로리까. 지금 이 개명한 시대에 이런 일을 그저 두고야 우리가 어찌 인류사회에 설 수가 있으오리까. 이것을 이름은 혼인이라 하나 실상은 팔아먹는 것뿐이니 개명시대에 흑인노예도 매매를 금하거든 하물며 제 동족의 어린 계집아이를 이렇듯 참혹히 파는 것을 보고 그저 있기가 과연 도리가 아닌 것 같소이다 하였더라.

 

우리는 이런 편지를 보건대 과연 어떠하다고 말할 수 없도다.

이런 일을 인연하여 혼인을 막는 수도 없고 혼인하는 것이 긴한 일이기에 두고 모른 체할 수도 없는지라. 우리의 힘이 자람인데 마땅히 일본 각 항구에 자알을 택하여 두고 이런 일을 간섭하여 여간 협잡도 막으며 이런 억울한 일이 있는 경우에는 사실하여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할지니 이는 과연 상적한 남녀의 혼인길을 열어놓아 스스로 막히는 폐단이 없게 되기를 바라는 본의에서 나오는 뜻이라. 다만 우리의 사력이 아직 믿지 못하는 고로 이런 방법을 실행치 못하나 내외국에 계신 동포들은 각각 일심으로 이런 일에 주의하여 아무쪼록 폐단이 막히고 생복의 길이 장구히 열리게 하기를 도모할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