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대적하려면 내가 먼저 준비할 일
공립신보 1908. 8. 12
서산낙일에 만리행객이 급조히 길을 가는 마음은 화살같이 빠를 터이나 생소한 길 저문 날에 걸음만 빨리 하면 바로 가는 줄로 여기는 것은 실로 어리석다고도 하려니와 또한 심히 위태한 일이라. 높은 물 깊은 산에 방향 없이 나서서 달음질도 하며 뜀질도 하면 그 속히 가고자 하는 정성은 가상타 할 터이나, 신지(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그 사람의 몸을 찾을 곳이 없을까 두려워하노라.
오늘날 대한 형편은 석양이 기울었고 장래 할 일은 만리가 아득한지라. 우리 충애동포의 애국심으로 일시가 바쁘게 속속히 하여 이것도 찾고 저것도 회복하여 일시에 한 가지 목적에 달하고자 함이 과연 지금에 면할 수 없는 생각이요, 또한 칭찬 받을 만한 마음이로되 세상 형편을 적연히 모르며 나의 힘은 헤아리지 아니하고 답답히 앞으로 나가려고만 힘씀은 국민 장래에 크게 위태한 일이나라, 그 충애지심이 도리어 한국의 장래를 손해할 염려가 없지 않으리로다.
가령 의병으로 볼지라도 그 죽기로써 일어나는 일단 열심은 다만 '충애'한가지라. 그의 기와 용맹심을 조선 사람 된 자라면 누가 칭찬하지 않으리오마는 이것으로는 나라를 회복할 수 없는 것이 첫째, 그 의병들이 기왕 준비가 없었던 고로 조련을 받지 못하여 남의 단련된 군사 앞에 능히 설 수 없으며, 둘째 조직한 한 단체가 되지 못하는 고로 남의 잘 조직된 군사는 진퇴출몰을 한 몸의 사지백체가 서로 보호하는 것같이 하거늘 이 의병은 사방에 흩어져 좌우수미가 서로 옹종(받아들여 그대로 따름)치 못하니 강약승패를 더 말할 것 없으며, 셋째, 만국공법을 알지 못한즉 아무리 규율과 단속이 엄하다 하나 여항에 출몰하는 거동이 지금 세계에서 보기에는 불과 한란 민란당뿐이라 개명한 애국당을 단체로 보지 아니하니, 이러므로 일조에 몇백 명의 목슴이 없어지고도 외국 신문에 나는 것을 보면 일본 병사가 한국 난민 몇을 살해하고 지방 소동을 평정하며 안전 질서를 회복하였다 할 뿐이니, 우리나라 애국동포의 많지 못한 목숨을 이렇듯 헛되이 없이하며 귀한 애국혈을 어리석게 없이함은 다만 오늘날 성공하기만 바랄 수 없을 뿐 아니라, 장래에 원기를 다 탕비하여 놓고 앉아 만리같이 창창한 앞길을 장차 어찌 하고자 하느뇨.
다만 이뿐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애국지사들이니 외국에 나온 층애 남자들의 애쓰고 일하려는 것을 보면 태반이 목전에 당한 일만 가지고 급히 할 것만 생각하며 앞길을 예산하며 장래 일을 준비할 것은 도무지 경영치 않는 모양이니, 전일에도 이것을 탕패(살림을 없애서 결단 냄)하였고 오늘도 이것으로 탕패보며 또한 나중에도 이것으로 탕패를 볼지니 애국자를 근심하며 걱정할 바 어찌 이에서 더 지나리오.
지나간 수십 년 이래로 임금과 정부와 백성이 행하여온 일이 다른 일은 어찌 되었든지 오늘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한고로, 지금 알 낳는 닭을 기를 줄은 모르고 배를 갈라 한입에 잡아먹고 말았으니 지금와서는 알도 구경할 수 없고 닭도 없어진지라, 어찌 오늘날 애국자가 경계할 바 아니리오. 앞에 말이 지천에 빠지거든 뒤에 말을 돌쳐서 딴 길로 나가야 지난 경력 중에서 지혜가 생겨 앞일을 잘하여 갈 여망이 있을 터이지, 덮어놓고 여일히 나가면 된다 하여서는 점점 나만 결단 날지라. 오늘날 형편도 길게 보지 못하면서 어찌 낫기를 바라리요, 고기를 잡고 싶거든 돌아 앉아서 바삐 그물을 맺을지어다.
동양이 서양과 통상한 이후로 청국과 한국은 항상 개화를 반대하여 남의 것을 배워 행할 생각은 두지 못하였음으로 날마다 남의 수모와 능멸을 당하여 필경 이 지경까지 이르렀고, 일본은 통상을 막으려 하다가 막을 수 없는 줄을 깨달은 후에는 곧 남의 좋은 일을 배워 행하여야 능히 남과 대적할 줄을 깨닫고 날마다 남의 일을 배우며 남의 일을 행하여 마침내 세계 강국 중에 하나를 이룬지라. 십년 양병하여 갑오전쟁을 준비할 때에 다만 군사만 조련할 뿐 아니라 외교의 방침을 정하여 천진약조로 전쟁 흔단을 미리 차려 놓았으며, 러시아를 때려 눕혀야 동양이 부지할 줄을 알고 해륙군을 조련하여 십년 준비할 때에 외교상 형편을 든든히 하기 위하여 영국과 동맹하고 미국에 신문기자와 외교가를 도처에 보내어 들어나게 성명하며 은밀히 운동하여 일본의 영광을 세계에 빛내며 한국에 들어가서 병력으로는 능히 못할 일이 없었으나 한국 친구가 아직도 없지 않은지라.
미국공사 알렌씨와 영국 세무사 백탁안씨는 공명정대한 사람으로 한국과 구의를 저버리고자 아니하는지라. 미국인 스티븐을 고용하여 미국인으로 미국인을 대적하게 만들었으며 금년에 이르러는 샌프란시스코에 일본아이 학교에 관계한 일로 인연하여 시비 생긴 이후로 미국에서 일인을 대하여 감정이 날로 생기는 때에 당하여 스티븐을 이 나라에 보내어 인심을 돌리며 정부 공론을 사려하다가 마침내 불행한 결과에 이르렀으나, 일본의 전후 생사함이 속으로 준비하면서도 밖으로 정의를 얻는 것이 항상 전력하는 정책이라. 자기의 눈을 밝히며 자기의 몸을 굳게 하여 능히 남을 대적할 만치 만들면서 일변으로 친구를 얻어 찬성하는 힘이 나를 저해하는 자의 대적될만치 만들어놓고 앉아 기회를 만들어 가지고 일시에 그 목적에 대한 일을 행하매. 백 번 싸워 백 번 승전하는지라.
이 시대에 낮은 우리가 세상 형편을 알고 세계 물론을 들어가며 장래에 어찌 행할 일을 낱낱이 준비하여 속 힘이 든든하게 된 후에야 남과 경위를 다투어도 나의 적국의 강한 적수가 되겠고 무력으로 다투어도 능히 남을 끓릴 바 될지라. 이것은 생각지 아니하고 급한 대로 덤벙이려하면 결단코 남의 조소거리만 될 터이니 우리 애국 동지자들에게 한 마디 권고할 것은 다른 것 아니요, 다만 바삐바삐 학문을 숭상합시다. 나도 알아야 하겠고 남도 알려주어야 할 터이니, 나의 몸을 든든히 하고 나의 지혜를 밝게 해야 이 경쟁하는 세상에 한 강한 군사가 되어야 우리의 목적을 다 할 날이 있을 줄로 믿노라.
남을 대적하려면 내가 먼저 준비할 일
공립신보 1908. 8. 12
서산낙일에 만리행객이 급조히 길을 가는 마음은 화살같이 빠를 터이나 생소한 길 저문 날에 걸음만 빨리 하면 바로 가는 줄로 여기는 것은 실로 어리석다고도 하려니와 또한 심히 위태한 일이라. 높은 물 깊은 산에 방향 없이 나서서 달음질도 하며 뜀질도 하면 그 속히 가고자 하는 정성은 가상타 할 터이나, 신지(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그 사람의 몸을 찾을 곳이 없을까 두려워하노라.
오늘날 대한 형편은 석양이 기울었고 장래 할 일은 만리가 아득한지라. 우리 충애동포의 애국심으로 일시가 바쁘게 속속히 하여 이것도 찾고 저것도 회복하여 일시에 한 가지 목적에 달하고자 함이 과연 지금에 면할 수 없는 생각이요, 또한 칭찬 받을 만한 마음이로되 세상 형편을 적연히 모르며 나의 힘은 헤아리지 아니하고 답답히 앞으로 나가려고만 힘씀은 국민 장래에 크게 위태한 일이나라, 그 충애지심이 도리어 한국의 장래를 손해할 염려가 없지 않으리로다.
가령 의병으로 볼지라도 그 죽기로써 일어나는 일단 열심은 다만 '충애'한가지라. 그의 기와 용맹심을 조선 사람 된 자라면 누가 칭찬하지 않으리오마는 이것으로는 나라를 회복할 수 없는 것이 첫째, 그 의병들이 기왕 준비가 없었던 고로 조련을 받지 못하여 남의 단련된 군사 앞에 능히 설 수 없으며, 둘째 조직한 한 단체가 되지 못하는 고로 남의 잘 조직된 군사는 진퇴출몰을 한 몸의 사지백체가 서로 보호하는 것같이 하거늘 이 의병은 사방에 흩어져 좌우수미가 서로 옹종(받아들여 그대로 따름)치 못하니 강약승패를 더 말할 것 없으며, 셋째, 만국공법을 알지 못한즉 아무리 규율과 단속이 엄하다 하나 여항에 출몰하는 거동이 지금 세계에서 보기에는 불과 한란 민란당뿐이라 개명한 애국당을 단체로 보지 아니하니, 이러므로 일조에 몇백 명의 목슴이 없어지고도 외국 신문에 나는 것을 보면 일본 병사가 한국 난민 몇을 살해하고 지방 소동을 평정하며 안전 질서를 회복하였다 할 뿐이니, 우리나라 애국동포의 많지 못한 목숨을 이렇듯 헛되이 없이하며 귀한 애국혈을 어리석게 없이함은 다만 오늘날 성공하기만 바랄 수 없을 뿐 아니라, 장래에 원기를 다 탕비하여 놓고 앉아 만리같이 창창한 앞길을 장차 어찌 하고자 하느뇨.
다만 이뿐 아니라 내 뒤에 있는 애국지사들이니 외국에 나온 층애 남자들의 애쓰고 일하려는 것을 보면 태반이 목전에 당한 일만 가지고 급히 할 것만 생각하며 앞길을 예산하며 장래 일을 준비할 것은 도무지 경영치 않는 모양이니, 전일에도 이것을 탕패(살림을 없애서 결단 냄)하였고 오늘도 이것으로 탕패보며 또한 나중에도 이것으로 탕패를 볼지니 애국자를 근심하며 걱정할 바 어찌 이에서 더 지나리오.
지나간 수십 년 이래로 임금과 정부와 백성이 행하여온 일이 다른 일은 어찌 되었든지 오늘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한고로, 지금 알 낳는 닭을 기를 줄은 모르고 배를 갈라 한입에 잡아먹고 말았으니 지금와서는 알도 구경할 수 없고 닭도 없어진지라, 어찌 오늘날 애국자가 경계할 바 아니리오. 앞에 말이 지천에 빠지거든 뒤에 말을 돌쳐서 딴 길로 나가야 지난 경력 중에서 지혜가 생겨 앞일을 잘하여 갈 여망이 있을 터이지, 덮어놓고 여일히 나가면 된다 하여서는 점점 나만 결단 날지라. 오늘날 형편도 길게 보지 못하면서 어찌 낫기를 바라리요, 고기를 잡고 싶거든 돌아 앉아서 바삐 그물을 맺을지어다.
동양이 서양과 통상한 이후로 청국과 한국은 항상 개화를 반대하여 남의 것을 배워 행할 생각은 두지 못하였음으로 날마다 남의 수모와 능멸을 당하여 필경 이 지경까지 이르렀고, 일본은 통상을 막으려 하다가 막을 수 없는 줄을 깨달은 후에는 곧 남의 좋은 일을 배워 행하여야 능히 남과 대적할 줄을 깨닫고 날마다 남의 일을 배우며 남의 일을 행하여 마침내 세계 강국 중에 하나를 이룬지라. 십년 양병하여 갑오전쟁을 준비할 때에 다만 군사만 조련할 뿐 아니라 외교의 방침을 정하여 천진약조로 전쟁 흔단을 미리 차려 놓았으며, 러시아를 때려 눕혀야 동양이 부지할 줄을 알고 해륙군을 조련하여 십년 준비할 때에 외교상 형편을 든든히 하기 위하여 영국과 동맹하고 미국에 신문기자와 외교가를 도처에 보내어 들어나게 성명하며 은밀히 운동하여 일본의 영광을 세계에 빛내며 한국에 들어가서 병력으로는 능히 못할 일이 없었으나 한국 친구가 아직도 없지 않은지라.
미국공사 알렌씨와 영국 세무사 백탁안씨는 공명정대한 사람으로 한국과 구의를 저버리고자 아니하는지라. 미국인 스티븐을 고용하여 미국인으로 미국인을 대적하게 만들었으며 금년에 이르러는 샌프란시스코에 일본아이 학교에 관계한 일로 인연하여 시비 생긴 이후로 미국에서 일인을 대하여 감정이 날로 생기는 때에 당하여 스티븐을 이 나라에 보내어 인심을 돌리며 정부 공론을 사려하다가 마침내 불행한 결과에 이르렀으나, 일본의 전후 생사함이 속으로 준비하면서도 밖으로 정의를 얻는 것이 항상 전력하는 정책이라. 자기의 눈을 밝히며 자기의 몸을 굳게 하여 능히 남을 대적할 만치 만들면서 일변으로 친구를 얻어 찬성하는 힘이 나를 저해하는 자의 대적될만치 만들어놓고 앉아 기회를 만들어 가지고 일시에 그 목적에 대한 일을 행하매. 백 번 싸워 백 번 승전하는지라.
이 시대에 낮은 우리가 세상 형편을 알고 세계 물론을 들어가며 장래에 어찌 행할 일을 낱낱이 준비하여 속 힘이 든든하게 된 후에야 남과 경위를 다투어도 나의 적국의 강한 적수가 되겠고 무력으로 다투어도 능히 남을 끓릴 바 될지라. 이것은 생각지 아니하고 급한 대로 덤벙이려하면 결단코 남의 조소거리만 될 터이니 우리 애국 동지자들에게 한 마디 권고할 것은 다른 것 아니요, 다만 바삐바삐 학문을 숭상합시다. 나도 알아야 하겠고 남도 알려주어야 할 터이니, 나의 몸을 든든히 하고 나의 지혜를 밝게 해야 이 경쟁하는 세상에 한 강한 군사가 되어야 우리의 목적을 다 할 날이 있을 줄로 믿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