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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나라의 흥망은 운수보다 정치에-제국신문(1901. 2. 8)

관리자
201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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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흥망은 운수보다 정치에

 

 

제국신문 1901. 2. 8

 

동양사람들은 유무식간에 흔히 생각하기를  '사람의 빈부귀천과 길흉화복이 다 운수 소관이요, 모두 팔자라서 매사를 인력으로 능히 할 바 아닌즉 내두(內頭)에 궁달(窮達;빈궁과 영달)을 어찌 가히 예탁하리오' 하며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힘을 수고롭게 할 경영은 아니하니 어찌 개탄치 아니하리오.

 

우리가 전에도 운수와 팔자라 하는 것이 당초에 작명한 이치가 없다고 여러 번 설명하였거니와 하늘이 만민을 내실 때에 미리 빈부와 귀천을 마련하여 어떤 사람은 아무리 무재무능할지라도 부귀할 운수를 주고, 아무는 비록 재덕이 겸비하나 빈궁할 운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 세상 사람의 행위를 살펴보시어 길흉화복을 내리시니, 누구든지 부지런하다면 의식이 구차한 이가 도무지 없는 고로 옛글에 가로되, 하늘이 힘써 농사하는 집을 궁하게 못한다 하였으며 귀함으로 말한지라도 문벌을 벽파(劈破:쪼개어 깨뜨림)하고 인재를 택용하는 나라들은 어떤 사람이든지 학식이 고명한 지경이면 정부에서 곧 천거하여 중대한 직임을 맡기는 고로 일시에 영화가 족히 문호를 빛낼만 하고 명예가 가히 전국에 진동하거니와 만일 심지가 해하고 문견이 고루한 사람은 설혹 세업(世業:대대로 내려오는 직업)이 요족(饒足: 살림이 넉넉함)하여 의식지우(衣食之憂)가 없다든지 요행이 낮은 벼슬에 참여하여 궁유(窮儒:곤궁한 선비)와 말을 면할지라도 언행이 비패하고 사업상에 몽매하여 능히 자기의 집을 보전치 못하거늘 하물며 직무를 어찌 감당하리오.

 

그뿐 아니라 집에 들어오면 부모를 효양하고 세상에 나아가면 임금에게 충성하며 친구에게 신의 있고 무슨 일이든지 공명정대하게 하는 이는 자연히 길한 운수가 돌아와서 복을 누릴 것이요, 형제 간에 불목(不睦: 집안끼리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음)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성의와 친구를 교제하는 신의가 도무지 없어 이기지욕만 창자에 가득하여 완패한 악습이 무소부지(無所不至)하면 점점 액운을 당하여 여러 가지 재앙에 눈썹 필 날이 없을 것이니, 어찌 평생 대공 궁함을 면하리오.

 

그런즉 물론 누구든지 빈부와 귀천이 다 내게 있는 것이거늘 다만 이르기를 운수니, 팔자니 하고 무슨 행위상에 진보하고자 하지 않는 사람은 심히 어리석은 자라 족히 범론할 것 없거니와 더욱 한심한 일은 무엇인고 하니 사람들이 매양 말하기를 어느 나라이든지 흥망성쇠가 다 운수가 있어 옛적 사기를 볼지라도 어떤 나라는 몇백 년을 승평(昇平: 나라가 태평함) 세계로 지내어 국조가 영원하였으되 어떤 나라는 국내에 도적이 곳곳마다 일어나서 백성이 이산할 뿐더러 해마다 병혁(兵革: 전쟁)의 난리에 이르니 모두 국운이라 이루 측량할 수 없다 하되 그렇지 아니하니 고금을 물론하고 몇백 년을 국조가 영원한 나라들을 살펴볼 것 같으면 법들이 문명하고 법들이 공평하여 관민 간에 서로 혼극이 나지 아니한즉 국중에 무슨 변란이 있으리오. 몇백 년이라도 나라가 태평할 수 밖에 없고 쇠약한 나라들은 구습을 고치지 못하고 정치가 문란하여 정부 관인들은 백성 탐학(貪虐: 탐욕이 많고 포학함)하기를 구수같이 하고 여항 서민들은 관인 무서워하기를 시랑(豺狼: 승냥이와 이리)같이 하매, 나라 일이 날로 그릇되어 능히 지탱치 못하니 어찌 나라의 흥망이 운수에 있다 하리오. 이로 좇아 볼진대, 사람의 화복은 사람의 행위에 있고 나라의 흥망은 나라의 정치에 있으니 다른 것을 믿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