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참화를 당한 나라에 동정-태평양 주보(1940. 6. 8)

관리자
2017-11-03
조회수 1641

참화를 당한 나라에 동정

 

 

태평양 주보 1940. 6. 8

 

 

워싱턴에 있는 각국 공사관이 우리 처소에서 지척입니다. 그 중에 여덟 나라 공관은 혹 몇 달 전 혹 몇 일 전까지도 찬란번화하던 곳이 지금은 문을 닫아 적적무인하고 방에 불도 아니 켰으니, 이 앞을 지날 적마다 삼십오 년 전에 우리 공사관 문 닫히던 것이 생각이 나서 자연 비감함을 마지 않게 됩니다.

 

그때에는 빈말이라도 정의라 인도라 하는 것을 종종 내세우고 만국공법이라 국제조약이라 하는 것을 준행해야 한다고 하던 것이 일조에 없어지고 일본의 야심을 허락하여 국제상 강탈을 시작한 이후로 이 풍기가 세계에 퍼져서 지금은 소약국이 거의 다 없어지게 되매, 소위 강국이라던 나라들이 따라서 패망에 화를 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런즉 한 개인이나 한 국가나 나 혼자만 편안히 살겠다는 생각은 곧 멸망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다.

 

영국 미국인의 심리를 볼지라도 공법이라 조약이라 저의 인도라 하는 것은 다 어찌 되던 저의 통상 이익에 손해만 없으면 좋은 줄로 알고 동양 한 모퉁이에 있는 증선을 없이해도 무방으로 알았던 것이 지금에 와서 본즉 그 화근이 벌써 세계에 편만하여 저의 존재가 위태하게 되었으니, 개인이나 국가나 자작지얼(자기가 스스로 만든 재앙)은 도망할 수 없는 것이다.

 

동양에서 시작된 불꽃이 서양으로 튀어와서 이디오피아 국이 없어질 때 영국, 불란서, 미국은 가만히 있었고 오스트리아가 망하는 것을 그 옆의 나라들은 다 구경만 하였으며,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와 노르웨이와 덴마크와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차례로 없어질 때에 그 옆의 나라들은 다 자기에게 상관없는 것처럼 보고 있다가, 자기에게 닥칠 때에야 활동하려한즉 벌써 늦어서 속수무책으로 조선의 운명을 면치 못했으니, 소약국들은 약해서 이렇다 할지언정 영국, 미국, 불란서는 부강한 나라들을 보아도 모든 이웃나라들이 차례로 없어지는 것을 보며 여간 돕는 체하였으나, 자기 일처럼 보지는 아니한 고로 이웃이 다 없어지고 그 불꽃이 제 몸에 닥치니까 비로서 대활동 시작하려하니, 그 심리를 가만히 조사하여 보면 불평에서 생긴 악독한 말과 같지마는 실상 이 세상이 다 망해야 옳은 것이다.

 

내가 이 방면으로 종종 글을 쓰게 되는 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오, 다만 지금이라도 우리 동포가 먼저 이 이치를 깨달아서 각각 자기만 편히 잘살자는 생각을 버리고 민족 전체가 살기 위하여 제 목숨과 재산까지라도 잊어버리게 되어야 비로소 살 길이 열릴 것을 증명하고자 함이다.

 

세상이 이렇게 결단나는 것이 일변으로는 큰 불행이지마는 또 한편으로는 큰 다행이라. 인심이 이렇게 된 중에서는 회생지도가 없은즉 이런 화를 당한 후에야 비로소 인심이 변화하여 새로이 정의와 공도를 세워서 모든 인종이 함께 한락을 누리고 살 만한 기초가 이중에서 성립될 터이니, 저 강포무도한 나라들이 더욱 탐포무도 할수록 앞으로 신세계의 기초가 더욱 속히 올 것이니 우리의 희망이 따라서 더욱 가까워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