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를 만년반석 위에 세우자"
- 제1대 대통령 취임사(1948년 7월 24일)



기자의 작별하는 글-제국신문(1903. 4. 17)

관리자
2018-01-29
조회수 685

기자의 작별하는 글

 

 

제국신문 1903. 4. 17

 

 

본 기자 재작년 이후로 본사 논설을 주필해 오늘까지 이어왔으니 본래 천단(淺短 : 생각이나 지식이 얕고 짧음)한 학식과 편협한 소견으로 족히 세상에 유조할 구석이 있디고 어렵고 또한 세상과 합치 못할 의견도 많았을지라. 스스로 창피한 마음이 없지 않거니와 모든 형제와 누이들이 읽으심으로 그 동안에 이상한 일도 없지 않았고 대강 효험이 있는 표적이 몇 가지 있었으니 이는 다 본인의 자랑할 바 아니니 물론하고 다만 감사한 바는 다행히 이것을 깊이 주의해 보시는 이가 적지 아니해 본 기자가 지극히 원하는 뜻을 대강이라도 알아주시는 것이 실로 감격히 여기는 바라. 


그 동안 보시는 이도 몇백 명 늘었고 찬조하려는 이도 불소하였으니 본사 재정이 군졸해 부지하지 못할 사정에 이르매 누차 유지할 방책을 논설하고 보조를 청구하되 정부에서는 돌아보지 아니하고 다만 좋은 말씀으로 서로 미루어 갈 뿐이라. 여항에 몇몇 빈한한 친구들이 몇 원씩 보조하였으나 이는 다만 그 형제들의 사랑하는 성의는 보겠으니 재정을 보조해갈 수효는 되지 못하는지라. 부득이 외국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되매 본 기자의 통분한 마음으로 그 사연을 설명하고 이 신문마저 외국친구의 손에 들어가는 날은 본인이 다시 상관하지 아니할 뜻을 설명하였더니 이로 인연해 각각 자의로 찬조하기를 힘써 주선한 이가 불소하였으니 속히 성사하지 못하였더니 다행히 몇몇 분의 힘으로 천폐(天陛)에 주달(奏達 : 임금에게 아룀)되어 본 신문을 유지하게 해 주라신 처분을 들으니 황공감은한 마음은 이루 다 말씀할 길이 없는지라. 지금은 본 신문이 보전하기 어려울 염려는 없이 되었은즉 이만치 다행한 일이 없는지라. 우리사랑하는 동포들도 아무쪼록 일심으로 찬조해 무궁한 여망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나이다.

 

본래 기자는 흉중에 불평한 마음을 품은 자라. 진실로 이 세상과  합할 수 없어 일신에 용잡할 곳이 없는 자라. 입으로 나오는 말이 다 사람의 귀에 거슬리며 붓끝으로 쓰는 말이 다 남의 눈에 거리끼는 바니 이는 불평한 심사에서 스스로 격발함이라. 어찌 억지로 화평히 할 수 있으며, 화평히 할 수 없는즉 어찌 세상과 합할 수 있으리오. 불평한 말이 세상에 합치지 못하고 다만 저 혼자 스스로 상하는 바나 그러하나 지금 우리나라 민심을 볼진대 다 병의 근원이 죽을 지경에 이르러 혈맥까지 통할 수 없는 모양이니 여간 순한 약으로는 기운을 통해 볼 수 없는즉 불가불 심한 말로써 독약을 삼아 기운을 충발해 보는 약밖에 좋은 처방이 없는 줄로 여기는 바라. 이 뜻으로 간간 불평한 의논이 많음인즉 이는 실로 면할 수 없는 바요, 겸해 본 기자는 항상 몸으로써 환란 위험함을 자처하는 터인 고로 위태하고 어려운 곳은 항상 사양하지 않고자 하나니 어찌 일호라도 용납함을 구하리오.

 

지금은 본 기자의 사정이 이 사물을 더 볼 수 없는 사단이 몇 가지 있으니, 첫째는 본인의 불평함이 세상과 시세에 합할 수 없음이오, 둘째는 본사 사무가 확장되매 임원이 넉넉해 본인이 아니라도 군졸할 곳이 없은즉 일후에 어려운 때가 다시 있으면 혹 다시 상관될지라도 지금은 긴치 아니해 폐할 일이오. 그외에 몇 가지 사단은 다 말할 바 아니라 내일부터 본 기자는 본사 논설에 상관이 없고 혹 긴절한 의견이 있으면 간간히 글자를 적어 보낸 기회가 있을지 혹은 어려울지… 이 신문을 보시는 이들은 꿋꿋이 충애하는 마음으로 이 신문을 보호해 국민에게 크게 유조한 효험이 되기를 마지막 권면하노라.

 

대개 나라가 있고 없는 것을 보려하면 반드시 백성에 있고 없는 것을 보며, 백성의 있고 없는 것을 보려하면 그 마음에 있고 없는 것을 보는 것이니 지금 우리나라 상하관 민간에 나라를 위해 몸을 잊어버리자 하는 자 몇이나 있나뇨? 각기 사사마음에 먼저 매여 나랏일을 의논하면 거의가 우리의 알 바 아니라 하기도 하고 걱정해도 쓸데없다고도 할 뿐인 다음에야 백성이 억만 명인들 어찌 있다 하며 백성이 있다 할 수 없는 후에야 어찌 나라가 있기를 바라리오. 다만 본 기자의 한 가지 바라는 바는 이 신문이 내신 이들과 보시는 이들이 다 일체로 내 몸을 먼저 잊어버리고 공심으로 힘을 써서 나도 차차 화해 가며 남도 또한 화하게 만들기를 직분을 삼아 각기 자기 두 어깨위에 나라를 떠메는 짐이 있는 줄을 깨달아야 장차 일후(日後) 여망(餘望)이 있을지라. 이것이 아니고는 어찌 할 수 없으니 오늘 섭섭히 작별하는 날에 한 장 글을 지어 권면함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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